[김한용 칼럼] 구글이 광고 때문에 자율주행차 개발한다고?
  • 미국 디트로이트=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7.01.16 09:41
[김한용 칼럼] 구글이 광고 때문에 자율주행차 개발한다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군가 시작한 소설이 생명력을 갖고 이어진다.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한 이유가 그저 운전할 시간에도 광고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상상은 자유라지만 상상력이 좀 편협하고 속물적이다. 세상을 완전히 바꾸는 계획이 진행중인데 고작 광고 몇번 더 보여주는게 대수일까. 

 

구글 계열사인 웨이모는 미국서 열린 2017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자율주행 기술이나 상업적 성과에 대해 말하는 대신, 먼저 세계에서 매년 교통사고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필두로 꺼냈다. 또 미국에서만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차를 운전하지 못해 남들과 같은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얘기했다. 

현대차 북미법인장을 맡은 동안 일약 슈퍼스타가 된 존크라프칙은 이제 웨이모의 사장으로서 무대에 올라 훨훨 나는 듯 꿈같은 계획을 펼쳐놨다. 3년 남짓 지나면 테스트용이 아닌 실제 사용 가능한 자율 주행차를 거리에 풀어 놓을 것이라는 계획이었다.

그가 내놓은 계획을 보면 대상자 상당수가 시각장애인, 노인, 어린이들이다. 굳이 따지자면 광고를 하기에 가장 나쁜 대상일 것 같다. 더구나 웨이모가 아닌 다른 회사들 모두 자율주행차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대체 어떻게 설명할까. 구글만 좋은 일 시켜주는 셈인가.

# 철학이 필요한 시대…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우리나라도 매년 거의 5000명의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 그 밖의 어떤 전염병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죽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점을 쉽게 잊는다. 또한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잘 할 수 없다는 신체적 한계를 겪고 있다. 고령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눈앞의 몇푼 수익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차는 CES와 디트로이트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선보였지만 한곳에서도 인간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레이더와 카메라 개수에 대한 과시 뿐이었다. 

 

올해 대다수 자동차 회사들은 어느 한 곳도 빠지지 않고 하나같이 자율주행 콘셉트를 내놔서 좀 지겨울 정도다. 부품 회사가 같으니 제조사들이 추구하는 방향도 비슷해진다. 자동차 회사들이 파워트레인과 섀시 기술에 몰두하는 동안 주도권은 전자 부품 업계로 넘어간 걸로 보인다. 제조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철학이다. 눈앞의 속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남들보다 앞선 ‘게임 체인저’가 되는 일은 요원하다. 

칼벤츠가 차를 만들 당시에는 자동차라는 물건이 이렇게까지 번성할 줄도 몰랐지만, 핵폭탄이나 전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물건이 될거라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비록 첫 단추는 의도와 달리 삐딱하게 끼워졌는지 몰라도 이제는 사람들을 살리는 물건으로 거듭나야 하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