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의 새로운 소형 SUV ‘OS’로 본 ‘현대차의 변화’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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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13 17:11
[기자수첩] 현대차의 새로운 소형 SUV ‘OS’로 본 ‘현대차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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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그동안 우리나라 시장에서 '작은 차'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2002년 경차 ‘아토스’가 단종된 후 경차는 기아차에게 전적으로 맡겼고, 엑센트가 속한 B세그먼트에서도 큰 투자는 없었다.

하지만 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과 유럽에서는 소형차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i10은 인도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유럽에서도 호평 받았다. B세그먼트인 i20는 해치백, 쿠페,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파생모델로 영역을 확장했다. 

▲ 현대차 OS(사진제공=Stefan Baldauf).

그리고 소형 SUV에 대한 바람이 현대차에게도 불었다. 현대차는 2014년 B세그먼트 SUV ‘ix25’를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싼타페를 닮은 ix25는 출시되자마자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야무진 디자인과 우수한 제원을 가진 ix25의 국내 출시를 기대했지만, 현대차는 “ix25는 중국 전략 모델로 국내에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현대차 ix25.

르노삼성차 QM3를 시작으로 한국 소비자들도 작고, 알찬 소형 SUV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혜성같이 등장한 쌍용차 티볼리는 시장을 점령했다. 현대차는 여전히 소형 SUV의 국내 출시 여부는 밝히지 않았고, ix25의 형제차인 ‘크레타(Creta)’를 인도 시장에 출시했다. 크레타 역시 인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에도 현대차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는 방어적인 입장만을 내놨다. 

▲ 현대차 ix25.

하지만, 당시 현대차는 ix25, 크레타와는 차별화된 소형 SUV를 남몰래 개발하고 있었고, 2015년말쯤 이미 대략적인 개발이 끝났다. 지난해 전세계 곳곳에서 테스트가 진행됐고, 올해 상반기 몇가지 개선 작업을 거쳐 오는 6월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프로젝트명 ‘OS’로 불리는 현대차의 새로운 소형 SUV는 ix25, 크레타 등과는 물론 여느 현대차와 전혀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가 시도하지 않은 색다른 디자인이다. LED 주간주행등과 헤드라이트가 분리됐다. 시트로엥 C4 칵투스, 지프 체로키, 닛산 쥬크 등과 유사하다. OS의 디자인이 현대차 SUV 전체로 번질 것 같진 않다.

▲ 현대차 OS(사진제공=Stefan Baldauf).

OS는 한국을 비롯해, 북미 및 유럽 시장에도 출시가 예정돼 있다. 글로벌 모델답게 다양한 엔진이 장착된다. 1.4리터 카파 터보 엔진, 1.6리터 감마 터보 엔진과 효율이 극대화된 앳킨슨 사이클을 쓰는 2.0리터 누우 엔진도 탑재될 예정이다. 또 1.6리터 디젤 엔진은 저출력 버전과 고출력 버전으로 나뉘어 탑재될 예정이다.

크레타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동급 최고 수준의 고장력 강판이 사용됐고, '하이브 구조'를 통해 차체 강성을 높였다. 또 크로스 멤버를 추가했고, 외부 패널은 레이저 용접을 통해 견고함을 높였다. 

▲ 현대차 크레타의 차체 구조.

OS는 현대차 울산 1공장에서 연간 18만대 규모로 생산될 예정이며, 국내엔 이르면 오는 6월 출시된다. 하반기부터 수출도 시작될 계획이다.

OS의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ix25, 크레타와 달리 전기차 버전도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고, OS도 현대차그룹의 거대한 ‘친환경 프로젝트’에 포함됐다. OS 전기차에는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동일한 88kW의 전기모터가 탑재되며, 내년 봄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 현대차 OS(사진제공=Stefan Baldauf).

여전히 현대차는 우리나라 경차 시장에 재진입할 계획은 없다. 대신 B세그먼트에서 다양한 신차를 출시해 소형차 시장에서 빈틈을 없애고,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B세그먼트는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하기에도 안성맞춤이고, 누군가의 ‘첫차’가 되는 경우도 많다. 고급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보다 믿음직한 소형차를 만드는 것이 어쩌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더 큰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물론, 성능과 품질이 뛰따라야 하고, 무엇보다 소형차를 단순히 ‘저렴한 차’로 치부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오랜 시간 ‘정도’를 걸었던 유럽 브랜드에 비하면 현대차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소형차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원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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