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현대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타보니…"재미없는게 최고의 칭찬이지만"
  • 라스베이거스=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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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05 03:32
[체험기] 현대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타보니…"재미없는게 최고의 칭찬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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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기 자전거!”

차에 탄 네명이 모두 깜짝 놀랐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가 횡단보도를 막 지나려는 찰라 금발 여성이 자전거를 탄 채 차 앞으로 가로 질렀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가 운전석에 앉아 위급상황에서 차를 정지시켜야 했는데, 이번엔 너무 갑작스런 일이어서 브레이크를 밟지도 못했다. 다행히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멈춰섰고 돌발상황 덕분에 오히려 더 실감나는 주행 체험이 됐다. 

현대차 아이오닉의 자율주행부스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게이트 호텔에 조촐하게 마련됐다. 세계 기자들 중 15개 팀만 불러서 자율주행 체험을 시켜주려는, 홍보보다는 인증에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하지만 계획했던 인원보다 훨씬 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갖고 몰려들면서 전체 체험 팀은 3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관계자들은 뜻밖의 인기에 즐거워하면서도 하루 종일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수십명 기자들에 둘러싸여 뜨거운 취재 열기에 시달려야 했다. 

 

# 유령 씐 자동차? 스스로 달리고, 핸들 돌리고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라고 하면 머리 위에 거대한 레이더가 돌아간다거나 하는 괴상한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데,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외관에서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워 섭섭할 정도였다. 

실내에 앉으니 모니터 하나가 추가로 장착된 점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모니터에서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가 나타난다고 했다.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모니터에 사람 아이콘이 나타났다. 

“저 멀리 지나가는 사람을 인식한겁니다”

백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차도를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고,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그 점을 놓치지 않고 읽어냈다. 그래픽에선 그저 사람, 차, 옆차선의 차… 등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만 나타나지만 실은 보행자가 서있는건지, 차선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건지, 사거리에 진입한 차가 좌회전 차량인지 직진차량인지 등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주행한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거리로 나와 핸들의 버튼을 누르니 차가 스르륵 전진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버튼을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 크루즈버튼을 자율주행 작동 버튼으로 이용했다. 기본 바탕이 전기차인 만큼 별다른 가속 소음도 없이 스르륵 이동하는데, 누군가 대신 운전 해주는 듯이 자연스러워서 마치 유령이 씌인 것 같았다. 

차는 스스로 핸들을 돌리고, 속도 표지판과 주변 상황에 맞춰 가속과 감속을 했다. 신호등을 읽어서 빨간불이면 차를 세우고 파란불에선 차를 출발시켰다. 운전자가 옆차선으로 옮기고 싶을때면 핸들을 돌리는 대신 깜박이를 켜면 됐다. 차가 알아서 주변 차들을 살피고, 안전할 경우 스스로 옆차선으로 옮겨갔다. 적어도 차의 거동은 능숙한 운전자의 운전 수준이었다. 

 

# 더 낮은 가격의 센서…자율주행 대중화 이룬다

이 차에 내장된 자율주행 기술은 도로의 가장 자리 정보가 수 십 센티미터 단위로 나와있는 정밀지도를 필요로 하는데, 현대차는 이를 위해 해당 시승구간의 연석까지 일일히 스캔했다. 정밀 지도 없이도 달릴 수는 있지만 넓은 도로의 어떤 부분으로 달려야 할지를 판단하는데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아직까지는 거의 필수적이라고 했다.

국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선 전국 모든 도로의 정밀 지도를 구현하는게 선행 돼야 한다. 또 차가 모든 지역의 정밀 데이터를 갖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서버에서 클라우드 형태로 일부 지역만 다운로드 받으며 운영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장차 자율주행차들끼리의 소통(V2V), 도로 및 신호체계와 소통(V2I) 등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시승 장소인 라스베이거스는 좀 특수한 도로 환경을 갖고 있는데 차선을 페인트로 칠하는 대신 반사구조물을 박는 점이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카메라로 차선을 인식하기 훨씬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라스베이거스는 눈이나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이 차에 사용되는 레이저 센서(라이다)의 운영에 상대적으로 좀 유리하다. 

 

이 차는 기존 아이오닉에 비해서 전면 라이다(Lidar)를 3개 추가하고 카메라를 3개 추가했다. 카메라는 스테레오카메라(2개 한세트)로 앞차나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하고, 컬러 카메라로 신호등의 색상을 구별한다. 라이다는 더 세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장착됐는데 연석이나 노면의 장애물까지 파악하기 위해 범퍼의 가장 하단에 장착 돼 있다.

기존 아이오닉 전기차에 있던 차선 이탈 경보 카메라, 스마트크루즈컨트롤 레이더, 후측방경보 레이더, 핸들모터 시스템 등을 최대한 그대로 이용해 낮은 가격의 양산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 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레이더는 앞차를 통과해 앞의 앞차까지 어렴풋이 인식 할 수 있으며 라이다 등은 레이저를 이용해 직진성이 우수하므로 더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광학 카메라를 이용하면 멀리 점처럼 보이는 사물까지도 이론적으론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 스스로 주행하는 차는 이게 처음이 아니지만 이렇게 낮은 가격에 스스로 주행하는 차는 이게 처음일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신기한건 처음 1분. 금세 아무런 느낌이 없어졌다. 택시를 타는 기분과 별반 다르지 않아 오히려 재미가 없었다.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훌륭한 자율주행인데 이 밋밋한 느낌에 반해서 차를 살 사람이 많지는 않겠다. 같은 날 저녁 6시에 발표한 패러데이퓨쳐는 자율주행 기능 시연은 건너 뛰고, 운전자 없는 차가 주차장 빈자리를 스스로 찾아 주차하는 자율 주차 기능을 시연했다. 자율 주행 분야는 기술적 성취도 못지 않게 시나리오나 스토리를 만드는게 중요하다는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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