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현대차, 미국서 연비∙안전 '뭇매'
  • 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3.12.26 07:02
[Q&A] 현대차, 미국서 연비∙안전 '뭇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라이빙라이프, 이번주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것입니다.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지만, 그동안의 성공적인 행보에 너무 자만한 건 아닌가 우려도 됩니다. 

아래는 TBN라디오를 통해 전국 방송된 내용입니다. 

Q. 미국서 현대기아차가 연비가 과장됐다고 해서 거액의 합의금을 내게 됐다면서요.

미국 소비자들이 공인 연비 표기가 과장됐다는 이유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데 대해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우리돈으로 약 4187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 했습니다.

대상 차량 대수는 현대차 60만대, 기아차 30만대 등 총 90만대구요. 미국 소비자들은 보유 차종에 따라 1대당 대략 40만원에서 70만원정도의 합의금을 받게 됩니다.

Q. 4187억원이라니 엄청 큰 돈이네요. 소비자들도 갑자기 공돈으로 40만원에서 70만원씩 받는다면 기분 좋겠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주게 된거예요?

미국 일부 소비자들은 지난해 11월에 집단 소송을 냈는데요. 현대차 준중형차 ‘아반떼’, 기아차 ‘쏘울’ 을 비롯한 여러 차들이 연비를 내세워 광고했는데, 실제 주행해보면 연비가 적힌것처럼 안나온다고 소송을 한겁니다. 

그런데 미국 환경보호청이 실제로 조사해보니 현대차의 연비 측정 방법에 정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발견했구요. 차종에 따라 연비 표기를 리터당 0.4km에서 0.9km씩 하향 조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자 현대차는 즉시 연비를 바꿔 적는 한편, 소비자들과 합의에 나서게 된겁니다.

Q. 합의에 나섰으면 소송은 끝나는건가요?

네 현대차는 이번 합의를 통해 소송이 취하 될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면 현대차의 연비 측정 오류가 고의적이었는지 여부를 법정에서 가리게 되는데 만약 고의적이라고 판결이 날 경우 배상 책임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입니다. 

Q. 매번 그렇지만 미국에서의 일이라서 우리와는 좀 다른것 같네요. 그런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왜 배상하지 않는건가요? 소송을 안해서 그런가요?

아닙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똑같은 집단소송을 했습니다.

올해 초 국내 소비자들이 표시 연비가 실제 연비와 다르다며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건 과장 광고가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광고에 잘 보면 '도로 상태 등에 따라 실제 주행 연비와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있거든요. 법원은 이로서 고지의무를 지켰다고 해서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거죠. 

Q. 우리나라에선 연비를 과장해도 고지의무만 적어놓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거군요.

미국에서는 환경청이 철저히 소비자 편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특히 현대차는 수입차니까 꼬투리를 잡을꺼리를 찾는 입장인데, 우리는 현대차가 국세의 30% 가까이를 창출하는 기업이어서 그런지 정부가 좀 도와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연비 측정도 자동차 회사가 하는데요. 나중에 국토부에서 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시정하도록 하는 규정은 있는데, 실제로 시정된 경우는 한건도 없거든요. 그래서 측정에 대한 제3자의 검증 같은 연비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Q. 좀 답답한 얘기네요. 이럴수록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지고 권익을 찾는 노력을 해야겠어요. 그리고 미국 충돌테스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서요.

네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2014 가장 안전한 차` 목록에 현대·기아차는 한 모델도 이름을 올려놓지 못했습니다. 

TSP플러스라고 하는 이번 목록에는 총 22개 모델이 선정됐는데요. 혼다 마쓰다 스바루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17개 모델을 진입시켰고, 볼보 포드 등도 이름을 올렸는데, 현대기아차는 한대도 못올랐습니다.

Q. 지난해는 안전한 차에도 많이 뽑혔던 것 같은데 올해는 왜 그런가요?

IIHS가 올해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평가에서 `스몰 오버랩 테스트`와 `전방 충돌 방지` 항목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일반적인 충돌테스트는 차량 앞부분 전체나 절반가량을 충돌시키는 건데요. 

스몰 오버랩 테스트는 전면부 25%, 그러니까 아주 좁은 부위만 시속 64㎞로 벽에 충돌시키는 실험입니다. 가로수나 가로등에 부딪쳤을때 사망사고가 많이 나는데, 그런 충돌을 가정해서 시험하는거죠. 

그리고 '전방 충돌 방지'는 전방 충돌 위험이 있을때 경고를 내주거나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것 같은 대비책이 있는지를 보는 겁니다.

Q. 그 테스트 결과는 어땠나요?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스몰오버랩테스트에서 대부분 사이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고, 차도 많이 찌그러지면서 승객 더미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더구나 전방 충돌 경고 같은 시스템이 도입된 차는 한대도 없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차종이 TSP+보다 한단계 아래인 TSP에는 이름을 올려서 기존 기준으로 보면 좋은 차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Q. 충돌테스트에서 사이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니, 상상하기 어려운데요. 그리고, 왜 현대기아 차들만 새 테스트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걸까요.

사실 새 테스트에서는 대부분 차들이 낮은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사이드에어백이 터지지 않는건 현대 기아차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준비가 부족했고 대응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스몰오버랩테스트를 한다는 내용은 몇년전부터 공지가 됐는데 현대차는 이걸 안일하게 본 것 같아요.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기능도 중요한 기능인데, 현대차는 오히려 그런 기능이 있는 브랜드를 이상하게 무시하기도 했거든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안전 불감증이 현대차에도 스며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볼보가 안전만 중시하다가 망했다’ 뭐 이런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현대차 직원들이 다 끄덕거릴정도로 당연한걸로 받아들이고 있더라구요. 자동차를 만들때 가장 중요한건 바로 안전인데, 이걸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지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Q. 연말에 현대차에 대한 안좋은 사건들이 쏟아지는 것 같은데요. 내년에는 새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