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BMW M4 (12) 이러려고 M4 샀나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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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9 15:48
[롱텀시승기] BMW M4 (12) 이러려고 M4 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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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M4를 못 탔다. 마지막으로 탄게 여름이었다. 물론 지금도 못 타고 있다. 프로모션을 통해 제공받았던 ‘M 퍼포먼스 머플러’가 문제가 됐다. BMW코리아가 정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구조 변경 승인이 나지 않는 부품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차를 운행하게 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경찰의 허락을 받고, 잠깐 운행을 한적이 있을 뿐 M4는 주차장에서 먼지를 뒤짚어쓰고 있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가, 그것도 엄청 신나게 달려야 할 차가 주차장 신세라는게 답답했다. 결국 BMW코리아는 임시방편으로 대차를 제공했고, M4의 이란성 쌍둥이인 M3가 모터그래프에 도착했다.

 

# M3의 전설은 변치 않는다

법이 굉장히 애매한 부분이 있다. 출고가 된 후 M 퍼포먼스 머플러가 장착되면 우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출고 전 PDI 센터에서 M 퍼포먼스 머플러가 탑재되면 법적인 문제가 없다. 대차로 받은 M3에도 M 퍼포먼스 머플러가 장착됐지만, 문제는 없다고 했다. ‘악법도 법’이라지만 개선은 확실히 필요해 보인다. 이래선 튜닝 산업이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그토록 원했던 ‘오스틴 옐로우’ 외장 색상의 M3는 아주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M4의 화려한 랩핑이 무안해질 정도로 존재감이 높았다. 금색에 열광하는 중국에서는 아주 인기가 높을 것 같았다. 빛의 양에 따라 입체감이 달라졌고, M3의 근육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M3와 M4가 분리되기 전부터 이미 M3에는 세단이 존재했다. E36 M3와 E92 M3(엄밀히 말하면 E90 M3)에도 세단이 있었다.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M3 세단이 판매됐다. 알고보면 M3가 세단이라는 것이 그리 어색한 것도 아니다. 

 

 

 

전설은 계속된다. 여전히 M3와 M4는 절대적이다.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특히 배기량을 확 낮춘 터보 엔진을 장착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흐름이었다. 이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BMW의 기술력은 만족감을 주기 충분했다. M3 역시 ‘패밀리 세단’이란 가면을 쓰고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힘을 갖고 있었다. 

# 서킷에서 만난 M3

M3가 M4에 비해 문짝이 두개나 더 달렸지만 차체 길이는 같고, 무게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휠베이스도 같고, 앞뒤 윤거도 동일하다. 세단이 쿠페보다 못 달릴 것 같다는 선입견만 있었을 뿐, M3와 M4의 주행감각은 다를게 없었다. 서킷을 연달아 돌면, 뒷바퀴 브레이크가 다소 불안해지는 것도 똑같았다. 다만 모터그래프의 M4와 대차로 받은 M3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어댑티브 서스펜션(EDC)의 유무였다. 문짝이 더 있고 없고는 서킷에서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금빛 M3는 폭발적으로 인제스피디움을 달렸다. 3.0리터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은 막대한 힘을 뒷바퀴에 쏟아냈다. 순간적으로 토크가 실리면, 뒷바퀴가 살짝살짝 그립을 잃기도 했다. 세단이기 전에 M3도 M이었다. 뒷바퀴가 연기를 내뿜으며 코너를 통과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스티어링의 반응과 조종성은 여전히 세그먼트에서 가장 돋보였다. 

 

M3는 경쟁 모델에 비해 훨씬 가볍다. 메르세데스-AMG C63이 배기량도 높고, 힘도 세지만 M3의 가속력은 C63에게 뒤지지 않는다. 변속의 직결감이나 반응 속도도 M3가 더 적극적이고 명쾌했다. 엔진의 출력, 변속기의 능력, 차체 무게 등 여러 방면에서 균형감은 M3가 더 나았다.

 

서스펜션의 성격을 바꿔주는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신세계였다. BMW는 주행 모드 설정에 따른 변화가 크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등으로 설정할 수 있고, 스포츠+의 경우 모터그래프 M4의 고정적인 서스펜션에 비해 더 단단했다. 모터그래프 M4는 연이은 코너나 급격한 코너에서 하중 이동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탑재된 M3는 훨씬 움직임이 깔끔했다.

# M3의 뛰어난 가능성

일주일 가량 M3를 타면서, 미안하게도 M4에 대한 그리움이 들지 않았다. 서킷에서 0.1초의 촌각을 다투는 열혈 마니아가 아닌 이상, 모든 면에서 M3가 옳다. 가격 차이도 없고, 성능 차이도 미미한 상황에서 실용적인 측면에서 M3의 장점은 더욱 부각됐다.

 

M3는 B필러가 상대적으로 앞쪽에 위치해서 안전벨트를 매는 것도 훨씬 수월했고, 천장에 손잡이도 있었다. M4가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삭제했던 일반적인 것들이 M3엔 고스란히 있었다. 이런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장착된 M4라면 상황은 조금 달랐겠지만, M3은 도심에서도 몹시 편안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3시리즈를 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종일관 노면과 싸워야 하는 모터그래프의 M4와는 많이 달랐다. 

# 시간을 되돌린다면

지난해 여름, M4를 선택할 때만 해도 고민은 크지 않았다. 1억원 남짓한 예산으로 고성능차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게 M4였고 마땅한 차선책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메르세데스-AMG C63은 M3·M4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충분할 정도로 환골탈태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특유의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은 M3·M4와 비교가 안될 수준으로 뛰어나다. 캐딜락 ATS-V도 현명한 길이다. 성능에 대한 만족도가 무엇보다 높고, 가격이 크게 저렴하다. 서킷에서 달리기 위해 차를 산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이제 슬슬 M4를 떠나보낼 시점이 됐다. 롱텀시승기를 처음 기획하면서 하고자 했던 일을 전부 완료하진 못했다. 아쉬움이 많지만, M4를 떠나보내고 조금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차종, 체계적인 기획,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갖춘 롱텀시승기를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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