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진지한 고민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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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6 10:49
[이완 칼럼]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진지한 고민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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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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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인연 맺은 사람끼리 만나면 자동차 이야기가 우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기 마련인데요. 오늘은 친한 기자 한 분과 나눈 이야기를 두 사람만의 대화로만 남기기엔 아쉽다는 생각에 간단히 대화 형식으로 정리, 여러분과 공유해보려 합니다.

모터그래프 김모(?) 기자가 겪은 이야기를 통해 과연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어떻게 다듬어나가야 할지, 진지하게 현대차가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완 : (중략) 독일 BMW 매장에서 겪은 얘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예전에 차량 점검이나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찾던 대리점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고급 브랜드이다 보니 매장 분위기도 많이 신경을 쓰고 그랬더군요.

김한용 : 어떤 분위기던가요?

이 완 : 넓고 깔끔하다는 게 첫인상이었죠. 또 한 쪽에 어린이 놀이 시설도 있고, 작은 카페도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커피나 간단히 케이크 등을 먹을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일하는 딜러들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였어요. 양복을 잘 갖춰 입고 친근하게 눈인사를 건네죠. 자유롭게 매장을 돌며 차량을 구경하게 놔둡니다. 혹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물으라고 해요. 얼마나 친절한지 깜짝 놀랐어요.

그뿐만 아니라 깔끔한 통유리로 된 상담실에서 손님들에게 상담을 하는데, 한마디로 교육이 굉장히 잘돼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흔히 독일을 서비스의 사막이라고 놀리는데 적어도 거긴 아니었어요. 제대로 대우받는 느낌? 뭐 그런 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더군요. 갑자기 그때를 생각하니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내놓고 딜러들이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한국 상황 잘 아실 텐데, 이야기 좀 해주실래요?

 

김한용 : 제네시스 얘기를 하기에 앞서 제가 슈투트가르트에서 겪은 일을 먼저 말씀드려야겠네요.

이 완 : ?

김한용 : 업무로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방문했다가 벤츠와 관련된 한 건물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독일인 몇몇이 편안하게 소파 등에 앉거나 기댄 채 밖을 주시하고 있더군요. 일부는 음식을 먹기도 했습니다. 궁금해서 그쪽으로 들어가는데 그 왜 있죠, 유럽 귀족들이 사는 고성에서 일하는 집사 같은 분? 그런 분이 오더니 약속이 되어 있냐고 묻더군요.

그냥 궁금해 들어와 봤다 했더니 이곳은 AMG와 마이바흐 고객 전용 라운지라고 설명하는 거였습니다. AMG와 마이바흐를 구입한 고객이 인도될 차를 기다리는 곳이기도 했죠. 자신들의 고급 차를 사는 고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완 : 독일에 살고 있는 저도 몰랐던 내용이군요.

#AMG PRIVATE LOUNGE
슈투트가르트 근처 아팔터바흐에는 메르세데스 AMG 공장과 본사가 있다. 그리고 이곳에 2011년 AMG 고객만을 위한 AMG 프라이빗 라운지를 만들어 철저하게 회원 및 차량 신규 구매 고객에게만 공개하고 있다. 상담 및 음식 서비스 등이 있고, 홈페이지 역시 회원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김한용 : 그런데 아시다시피 회사용 차로 제네시스를 구매했잖아요. 그 때 궁금하기도 해서 차를 받으러 출고장까지 갔죠. 미리 전화로 약속했음에도 차량 출고 직원은 일방적으로 10분 정도 늦을 거라고 해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인도 과정은 특별한 건 없었어요. 고급 차를 사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뭐랄까, 너무 밋밋한 경험이었다고나 할까요? 슈투트가르트에서 경험한 것과 제네시스 인도장에서의 경험을 직접 비교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고급 차를  내놓고 고급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키우려 한다면 그에 맞는 가치를 고객에게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디자인을 위해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루크 동커볼케를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연말 오펠과 람보르기니 등에서 홍보 마케팅 일을 맡았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스카우트해 제네시스 전략담당 자리에 앉혔죠. 제네시스 브랜드가 확실하게 기존의 현대차와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특히 광고뿐 아니라 우수 딜러망 발굴 등에서도 성과를 냈다고 하니 고급 브랜드답게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틀을 짜야 할 겁니다.

 

정확한 것은 좀 더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제네시스와 일반 모델을 한 대리점에서 섞어 판매하는 것에 변화를 줄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새 사옥이 들어서면 그곳에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나 오늘 언급된 AMG 프라이빗 라운지 같은 특별한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됐든, 차 하나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고객 응대부터 차량 인도 과정, 그리고 이후 서비스까지, 이전에 없던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배움과 노력, 그리고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그런 노력 없이는 제네시스 가치를 높이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렉서스가 판매량이 적은 유럽에서도 딜러샵 고객만족도가 최고 수준인 이유가 뭔지, 독일 고급 브랜드들의 세심한 고객 전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꼭 배워 제네시스에 녹여내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얻은 서비스 품질을 제네시스만이 아닌, 모든 현대차 대리점에서, 그리고 인도장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의 역할이 무척 중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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