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우리가 몰랐던 QM3의 진짜 매력…'포르쉐보다 빨랐던 꿈같은 시간'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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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2 11:43
[시승기] 우리가 몰랐던 QM3의 진짜 매력…'포르쉐보다 빨랐던 꿈같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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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이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최고급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을 제치고 험난하기로 유명한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더 빠르게 질주했다. 잔뜩 흥분된 몸뚱어리는 절로 목소리 톤을 올렸고, 정신없이 무언가를 빠르게 주절거렸다. 이렇게 재밌게 달려본 적이 언제였던가. 고작 90마력짜리 초소형 SUV를 탔을 뿐인데, 마치 기분 좋은 꿈을 꾼 듯 몽롱했다.

 

QM3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명확했다. 작고 귀엽고 연비 좋은 차. 그래서 사회 초년생이나 여성들이나 타는 그런 모델이었다. 그래서인지 르노삼성 역시 다양한 디자인 에디션 모델을 내놓고, 실내에 태블릿 PC를 집어넣는 등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센스있는 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의외인 점은 정작 QM3를 타는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주행 성능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제원에 쓰여있는 동력 성능은 서운하기 그지없지만, 독일 게트락사의 6단 DCT(듀얼클러치변속기)와 결합된 주행 능력은 이런 숫자를 우습게 뛰어넘는다고 열을 올린다.

실제로 QM3에는 고작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5kg·m를 내는 1.5리터급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됐을 뿐이다. 경쟁 모델인 쉐보레 트랙스(135마력, 32.8kg·m)나 쌍용차 티볼리(113마력, 30.6kg·m)와 비교하면 꽤 차이가 난다. 잘 달릴 것이라는 기대 자체를 막아버리는 그런 스펙이다. 

그러나 르노는 소형차 만드는 장인으로, 험난한 프랑스 도로에서 혹독하게 성장해온 브랜드다. 특히, F1을 비롯해 다양한 모터스포츠에 적극 투자하고, 이를 통해 얻은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클리오RS와 메간RS 등의 고성능 모델들은 아직도 '가장 현실적인 슈퍼카'로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QM3에도 르노의 레이싱 철학이 고스란히 들어갔다. 소형 해치백인 클리오를 기반으로 차체를 키웠는데, 정통 SUV 스타일이 아닌 도심형 CUV 스타일로 만드는 등 공기역학적 디자인에 신경 썼다. 또, 디젤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차체 무게를 1305kg으로 줄이는 등 경량화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QM3는 경쟁 모델인 트랙스(1415kg)와 티볼리(1395~1495kg)보다 90~190kg이나 가벼운데, 이는 우수한 순간 가속력 및 날렵한 차체 거동에 큰 도움이 된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은 매우 만족스럽다. 1.5 dCi 엔진의 경우 엔진의 경우 르노와 닛산은 물론 메르세데스-벤츠에도 탑재되며 검증이 끝난 것으로,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나오도록 조절해 실용성을 높였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고성능 버전(110마력, 26.5kg·m)이 욕심나기도 하지만, 성능과 효율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90마력짜리가 최선인 듯하다.

6단 DCT는 신의 한수다. 저배기량 디젤 엔진에 대한 갈증을 훌륭하게 보완해준다. 요즘이야 투싼과 스포티지 등에 DCT가 장착되지만, 국내 브랜드에서 DCT와 디젤을 결합한 차를 출시한 것은 QM3가 처음이다. 게다가 이 제품은 변속기로 유명한 독일 게트락사의 것으로, 이미 많은 모델을 통해 성능을 인정받았다. 아무래도 현대차가 독자 개발했다는 DCT보다는 게트락 DCT가 조금 더 믿음직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수동 변속기 못지않게 엔진의 힘을 고스란히 뽑아낸다. 다음 단수를 미리 준비하는 DCT의 특성상 변속도 매우 재빠르게 진행된다. 망설임 없이 순식간에 단수를 높이는데, 저속에서는 약간의 변속 충격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그다지 큰 불편함은 아니었다.

낮은 RPM에서도 강한 토크를 내면서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간다. 꽤 빠르게 속도를 올리는데, 100km/h 이하에서는 밟는 대로 치고 나간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저배기량 엔진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계 내에서의 움직임은 가볍고 경쾌하다. 

가장 놀라운 점은 스티어링휠과 차체의 일치감이다. 짱짱한 스티어링휠은 보타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데, 이 움직임에 맞춰 차체가 즉각적으로 따라온다. 특히, 서스펜션의 단단함과 코너에서의 차체를 잡아주는 능력도 발군이며, 직진 안정성이 우수해 고속에서도 그리 불안하지 않았다. QM3가 속한 초소형 SUV 모델 중에서는 기대하기 힘들 정도의 높은 완성도다.

장난처럼 시작한 포르쉐 911과의 대결은 QM3에 대한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겉으로 보이는 곱상한 외모와 숫자로 나타난 몇 가지 스펙만으로 QM3는 여성에게 더 어울리는 차라고 섣불리 단정했었다. 그런데 막상 서킷까지 끌고와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니 QM3는 제법 잘 달리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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