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FIA 모터스포츠 시즌 종료 “이변은 없었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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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8 18:04
2016 FIA 모터스포츠 시즌 종료 “이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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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연맹(FIA,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이 주관하는 대표적인 모터스포츠 F1, WRC, WTCC, WEC 등의 2016 시즌이 종료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절대강자가 레이스를 지배했다. F1에서는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가 독보적인 성적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WRC에서는 폭스바겐 모터스포츠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 WTCC에서는 시트로엥이 3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WEC에서는 포르쉐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 F1, 메르세데스로 시작해 메르세데스로 끝나다

F1 역사상 가장 많은 21번의 경기로 구성된 올 시즌에서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는 무려 19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FIA는 2014년부터 엔진을 8기통에서 6기통으로 바꾸는 규정을 세웠고, 새로운 엔진이 도입된 후부터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의 독주가 시작됐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는 더욱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다.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의 독주가 F1의 인기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있지만,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의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과 니코 로즈버그(Nico Rosberg)는 ‘팀킬’도 서슴치 않고 매번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였다. 

▲ 2016 F1 월드 챔피언에 오른 니코 로즈버그.

해밀턴과 로즈버그는 마지막 경기까지 월드 챔피언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해밀턴이 F1 아부다비 그랑프리의 우승컵을 들긴 했지만, 로즈버그가 2위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포인트를 챙겼고, 결국 2016 월드 챔피언은 로즈버그가 차지하게 됐다. 로즈버그와 해밀턴의 드라이버 포인트는 불과 5점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그만큼 둘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페라리의 몰락도 이번 시즌 큰 이슈였다. 레드불 레이싱에서 우승을 밥 먹듯이 하던 세바스찬 베텔(Sebastian Vettel)은 이번 시즌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고 못했고, 키미 라이코넨(Kimi Räikkönen)도 전성기의 날카로움이나 노련한 운영을 보여주지 못했다.

 

레드불 레이싱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1997년생인 맥스 페르스타펜(Max Verstappen)은 올해 시즌 중간 토로 로소에서 레드불 레이싱으로 자리 옮겼고, 그 첫 경기에서 곧바로 생애 첫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다. 그후로도 심심치 않게 포디움에 오르며 이슈를 몰고 다녔다. 만년 기대주였던 다니엘 리카르도(Daniel Ricciardo)도 올 시즌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말레이시아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드라이버 포인트 256점으로 종합 순위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 레드불 레이싱의 맥스 페르스타펜.

내년 시즌은 엔진 관련 제한이 일부 해제되면서 F1 레이스카의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르노가 워크스팀으로 새로운 엔진을 들고 F1에 복귀하며, 페라리, 혼다 등도 엔진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또 F1의 흥미를 반감시켰던 여러 규정도 폐지된다. 규정을 새로 만드는데 있어서 F1 마니아들의 요구를 많이 수용했다. 

# WRC, 아듀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총 13라운드로 펼쳐진 2016 WRC에서 폭스바겐 모터스포츠I과 폭스바겐 모터스포츠II는 총 9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폭스바겐 모터스포츠I은 377포인트를 기록하며 제조사 부문 1위에 올랐다. 폭스바겐 모터스포츠는 이미 지난달 열린 스페인 랠리의 우승으로 올해 제조사 부문과 드라이버 우승을 확정지었다. 

 

폭스바겐 모터스포츠I의 세바스찬 오지에(Sebastien Ogier)는 예전과 같은 압도적인 모습은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강력했다. 오지에는 13번의 경기에서 6번 우승을 차지하며 268포인트를 기록했다. 변수가 많고, 새로운 다크호스들이 속출한 상황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경기에서 폭스바겐 모터스포츠I에게 우승컵을 선물했다. 폭스바겐 모터스포츠I와 오지에는 4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현대 모터스포츠과 현대 모터스포츠 N, 3대의 랠리카로 올 시즌을 치른 현대차는 폭스바겐 모터스포츠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등극했다. 올시즌 현대 모터스포츠과 현대 모터스포츠 N은 2번의 우승과 12번의 개인 포디움, 47번의 스테이지 우승을 기록했다. 현대 모터스포츠는 312포인트를 기록해 제조사 부문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현대 모터스포츠의 에이스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은 이탈리아 랠리에서 우승을 기록했고, 올 시즌 마지막 다섯 경기에서 연속 포디움에 올랐다. 오지에와 드라이버 포인트는 100점 이상 차이났지만, 끝까지 오지에를 자극했다. 

현대 모터스포츠 N의 헤이든 패든(Hayden Paddon)은 아주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2010년 처음 WRC에 데뷔하고, 2014년 현대 모터스포츠 N에 합류한 패든은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올 시즌 아르헨티나 랠리에서 현대차에게 우승컵을 안겼고, 꾸준하게 상위권에 올랐다. 

▲ 폭스바겐 세바스찬 오지에와 현대차 티에리 누빌.

지난 4년간 WRC를 지배했던 폭스바겐 모터스포츠는 올 시즌을 끝으로 WRC를 떠난다.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폭스바겐그룹이 모터스포츠에 사용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WRC보다 조금 더 상업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TCR(Touring Car Championship)’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 도요타의 야리스 랠리카.

폭스바겐 모터스포츠는 떠나지만, 랠리카 개발을 위해 올 시즌 일부 경기에만 참가했던 시트로엥이 내년 시즌 완전 복귀한다. 또 1990년대 WRC에서 맹활약했던 도요타도 돌아온다. 현대차는 내년 첫번째 WRC 종합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복귀하는 팀들의 저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WTCC, 시트로엥의 독재

WTCC는 가장 독재가 심한 무대다. F1의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보다 더 심하다. 시트로엥 레이싱은 지난 주말 카타르에서 열린 2016 WTCC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시트로엥 레이싱은 3년 연속 제조사 부문과 드라이버 부문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 승자의 여유. 호세 마리아 로레즈.

시트로엥 레이싱은 올 시즌 차량 무게 80kg의 핸디캡 웨이트가 적용됐음에도 압도적인 기량차이를 보여줬다. 혼다가 몇차례 견제를 하기도 했지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라다는 부족함을 많이 드러냈고, 폴스타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정도였다. 

시트로엥 레이싱은 제조사 부문에서 957포인트를 획득했다. 혼다와의 차이는 252점에 달한다. 시트로엥 레이싱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WTCC에서 통산 50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119번 포디움에 올랐다. 

▲ 시트로엥 레이싱의 호세 마리아 로페즈.

시트로엥 레이싱의 간판 스타 호세 마리아 로페즈(José María López)는 올해도 드라이버 챔피언을 차지했다. 드라이버 포인트는 381점을 기록했다. 2위와의 격차는 124점으로 압도적인 위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호세 마리아 로페즈는 올 시즌을 끝으로 WTCC를 떠날 계획이다.

 

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는 호세 마리아 로페즈는 올 시즌 포뮬러 E에서 DS 버진레이싱팀으로도 활약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최근 도요타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또 이미 호세 마리아 로페즈도 지난 겨울부터 도요타와 함께 레이스카를 테스트하기도 했다고 한다. 도요타는 그를 스카웃해 WEC에서 우승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호세 마리아 로페즈가 WTCC를 떠나도 시트로엥 레이싱의 우승은 계속될 것 같다. 3년 연속 드라이버 포인트 2위에 오른 이반 뮐러(Yvan Muller)가 건제하고, 메흐디 베나니(Mehdi Bennani) 등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 WEC, 포르쉐의 타이틀 방어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를 포함해 총 9번의 경기가 펼쳐진 2016 WEC에서 포르쉐는 5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도요타와 아우디가 거칠게 포르쉐를 압박했지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포르쉐가 우승을 차지하고부터 상승세를 이어갔다. 포르쉐는 올 시즌 324점을 획득했고, 아우디는 266점, 도요타는 229점을 기록했다.

 

기대를 모았던 도요타의 칼끝은 그리 날카롭지 않았고, 아우디는 기운이 빠졌다. 포르쉐는 올 시즌 WEC LMP1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2년 연속이다. 아무래도 포르쉐의 우승 행진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가장 강력한 아우디가 올 시즌을 끝으로 WEC를 떠난다. 아우디는 포뮬러 E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여러모로 폭스바겐그룹의 브랜드끼리 경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아우디가 빠지고, 도요타도 위협적이지 않았던 탓에 포르쉐는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를 조금 소홀히하는 듯 하다. 물론 디젤게이트의 여파도 있겠지만, 내년에는 2대의 레이스카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큰 기술적인 발전도 없다. 내년에도 올해와 동일한 모노코크 섀시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도요타는 내년 시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를 포함해 WEC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먼저 ‘우승청부사’ 호세 마리아 로페즈와 함께 LMP1 레이스카를 지난 겨울부터 테스트했고, 그를 하이브리드 레이스카에 앉혀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또 상징성이 높은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를 위해 3대의 레이스카를 투입해 포르쉐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드라이버들이 여전히 WEC를 매력적으로 생각해 출전을 고려하고 있지만, WEC LMP1의 규모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WRC, WTCC 등과 달리 신생팀이 참가하기 어렵고, 막대한 투자 비용에 비해 제조사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그리 크지 않다. LMP1에 출전하던 몇몇 작은 레이싱팀은 LMP2나 GT 클래스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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