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이래도 어길래?" 입이 쩍 벌어지는 유럽의 범칙금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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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8 14:21
[이완 칼럼] "이래도 어길래?" 입이 쩍 벌어지는 유럽의 범칙금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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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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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이용하고 있는 독일의 A5라는 아우토반에서 최근 일주일에 걸쳐 교통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습니다. 안타깝게 사망자도 나왔고 부상도 있었죠. 프랑크푸르트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도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 긴급출동차량의 길터주기가 제대로 안 돼 부상자 치료에 애를 먹은 경우가 있었다며 운전할 때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독일은 캠페인도 자주하고 교육도 철저하게 하는 편이라 비교적 긴급차량 길터주기가 잘 지켜지기는 합니다. 그러나 가끔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면 출동을 방해하는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벌금(약 2만5000원 수준)이 너무 낮아서 그렇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독일이 원칙과 법규를 잘 지키는 이유가 강력한 처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경제력이나 교통문화 수준을 갖고 있는 다른 유럽국들에 비하면 오히려 벌금이나 처벌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죠. 

# 벌금 인상 목소리 높이는 독일

최근 독일 16개 주의 내무부 장관들이 모여 교통위반 시 벌금이 낮다며, 벌금 인상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뉴스가 쥐트도이체차이퉁 등의 일간지를 통해 나왔습니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 내무부장관 로렌츠 카피어는 20유로(약 25,000원)밖에 하지 않는 긴급차량 출동방해 운전자에 대한 벌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니더작센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내무부장관은 핀란드식의 일수벌금제를 독일도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 일수벌금제는 소득을 하루 기준으로 계산해 여기에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요일을 곱해 그 금액을 내게 하는 걸 말하는데요. 독일에도 제도가 있긴 하지만 법원에서 명령할 때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일수벌금제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핀란드와는 상황이 다르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궁금하실 겁니다. '과연 유럽의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벌금이 어느 수준일까'하고 말이죠.

그래서 2014년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벌금 상위 10개국과 그 금액을 확인해 봤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 지갑 몽땅 털리는 그런 무시무시한 수준부터, 큰 부담 없이(?) 벌금을 낼 수 있는 나라까지 벌금의 폭이 상당했는데요. 지금부터 유럽의 벌금 수준 어느 정도인지 한 번 확인해 보죠.

 

제한속도에서 20km/h 정도 과속하다 경찰에 적발되거나 감시카메라에 찍혔을 때 수준입니다. 노르웨이는 50만 원이 넘는 벌금을, 그것도 최대치가 아닌 벌금 최소액이 이런 수준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독일은 최대 35유로,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대략 4만 4천 원 정도의 벌금만 내면 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최소치 벌금을 보통 내게 되니까 독일은 더 적은 액수를 벌금으로 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속 50km/h 이상으로 과속을 하다 걸렸을 땐 어떨까요?

 

독일의 경우 최소 30만 원부터 벌금이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스위스와 핀란드는 이런 경우 일수벌금제가 적용돼 스위스는 최소 일일 60유로, 핀란드는 14유로부터 시작됩니다. 스위스와 핀란드의 일수벌금제는 소득 수준과 과속한 속도 등에 따라 액수와 요일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핀란드는 최대 120유로까지 일일 벌금의 한계를 두고 있죠. 다만, 요일은 열흘이 될 수도, 또 300일이 넘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편차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번에는 신호 위반일 경우 액수를 확인해 볼까요?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비롯해, 몇몇 국가는 적신호 위반 시 무조건 고정된 벌금을 물어야 하고, 그 외의 대부분 유럽국은 최소 얼마부터 최대 얼마까지 편차를 두고 있습니다. 이 외에 운전하며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다 적발되는 경우 네덜란드는 무조건 29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며 그다음으로 스페인이 최소 25만 원의 벌금을 내게 돼 있습니다. 반면 독일은 7만 5천 원을 물리게 해, 상대적으로 적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독일은 경찰공무원이나 상대 운전자나 보행자 등에게 막말이나 거친 행동을 했을 경우 최대 500만 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등, 다른 차원에서 강력하게 제재를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경우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가리기 쉽지 않아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유럽의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벌금은 그 나라의 소득 수준과 어느 정도 비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벌금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죠. 철저한 교육이 동반된 운전취득 과정이 있고, 교통문화에 대한 지속적 교육과 교통 시스템 개발이 있기 때문에 벌금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도 그만큼 적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도 교통 문제 전반에 걸친 고민과 투자, 그리고 벌칙 등, 시스템을 큰 틀에서 균형 있게 하는 과정이 우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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