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랜저 30년의 역사…“언제나 위기는 있었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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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1 19:07
현대차 그랜저 30년의 역사…“언제나 위기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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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이 탄생하고, 영웅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맞는 법이다. 현대차 그랜저는 영웅처럼 등장해, 혼란스러웠던 대형차 시장을 평정하고 현대차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랜저는 오랜 시간 고급차의 대명사로 명성을 쌓으며 현대차를 이끌었다. 하지만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언제나 위기는 있었고, 그랜저는 그 위기를 극복하며 진화했다. 

 

# 1세대 그랜저 코드명 L…”각그랜저의 신화”

유럽 포드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 판매하던 그라나다는 대우 로얄 살롱을 넘어서지 못했다. 현대차에게는 새로운 대형 세단이 필요했다. 특히 86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은 현대차에게 아주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섣불리 독자 개발에 나설 상황은 아니었다. 결국 현대차는 다시 한번 미쓰비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때마침 미쓰비시는 고급 세단 데보네어의 후속 모델을 준비하던 중이었고, 현대차는 아주 쉽게 숟가락을 얹었다.

 

현대차가 디자인을 맡고, 미쓰비시가 나머지 모든 것을 담당한 1세대 그랜저는 1986년 7월 모습을 드러냈다. 전륜구동 방식을 통해 경쟁 모델에 비해 월등히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또 전자식 다중연료분사 엔진, 4륜 디스크 브레이크, ABS, 차체자세제어 시스템, 속도감응형 와이퍼, 크루즈 컨트롤, 틸트 스티어링, 풀오토 에어컨 등 화려한 첨단 장비까지 도입됐다.

 

현대차의 계획대로 1세대 그랜저는 88 서울올림픽에서 공식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됐다. 그리고 대우 로얄 살롱이 점령하고 있던 고급차 시장에서 선두로 올라섰고, 한국 시장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수입차도 쉽게 넘어서지 못하는 아성을 쌓았다.

1세대 그랜저는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생산됐고, 총 9만2751대가 판매됐다.

# 2세대 그랜저 코드명 LX…”마지막 쇼퍼드리븐 그랜저”

한국 시장에서 1세대 그랜저의 적수는 없었다. 현대차는 여세를 몰아 1992년 2세대 뉴 그랜저를 내놓았다. 뉴 그랜저 역시 미쓰비시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또 현대차는 디자인만을 담당했고, 미쓰비시가 파워트레인, 차체 등을 만들었다. 고생은 미쓰비시가 도맡아했지만, 미쓰비시 데보네어는 일본에서 아주 보기 힘든 희귀차로 전락했고, 뉴 그랜저는 1세대 그랜저를 뛰어넘는 인기를 끌었다.

 

뉴 그랜저는 국산차 최초로 운전석 및 조수석 에어백, 전자제어 서스펜션, 냉장 쿨 박스,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 뒷좌석 AV 시스템 등 호화로운 편의 및 안전 장비가 탑재됐다. 최고출력 225마력의 3.5리터 V6 엔진까지 장착되며 대형 세단의 위용을 과시했고, 모범택시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세대 뉴 그랜저는 약 6년 동안 13만5424대가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현대차는 대뜸 뉴 그랜저보다 더 크고 고급스러운 다이너스티를 내놓았고, ‘최고’, ‘최상’으로 여겨지던 그랜저의 위상은 조금씩 퇴색되기 시작했다.

# 3세대 그랜저 코드명 XG…”성공과 위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는 후륜구동 대형세단 에쿠스를 준비했다. 그랜저에게서 대형차, 고급차의 이미지는 더욱 멀어져갔다. 갈 곳 잃은 그랜저는 많은 사람들이 무시했던 마르샤의 피까지 물려받게 됐다. 그랜저가 내몰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3세대 그랜저 XG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그랜저로 기록되고 있다.

 

그랜저 XG는 마르샤 후속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미쓰비시의 그늘을 벗어나 독재개발된 첫번째 그랜저다. 젊은 감각으로 태어났고,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조됐다. 특히 프레임리스 도어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여전히 그랜저는 고급차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에 그랜저 XG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6년 7개월간 그랜저 XG는 31만1472대가 판매됐다.

 

그랜저 XG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현대차는 2002년 승승장구하던 그랜저 XG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는데, ‘L’자 모양의 테일램프가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미국의 딜러들은 수입을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국내서만 판매되다가, 2003년 초기 디자인과 비슷한 테일램프가 적용된 2004년형 뉴 그랜저 XG가 출시됐다.

# 4세대 그랜저 코드명 TG…”정체성을 확립”

새로운 포지션에서 그랜저는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내놓았다. 2005년 공개된 그랜저 TG는 더 젊고, 역동적인 성격이 뚜렷해졌다. 또 쏘나타와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성격도 비슷해졌다. 고급차에 대한 인상은 많이 사라졌고,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해졌다. 수입차의 거센 공격 속에서도 그랜저 TG는 2010년까지 40만5545대가 판매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랜저 TG에는 2.4리터 4기통, 2.7리터 V6, 3.3리터 V6, 3.8리터 V6 등 다양한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고, 유럽 시장에는 2.2리터 VGT 디젤 엔진이 장착된 모델도 판매됐다.

# 5세대 그랜저 코드명 HG…”그랜저로 답했다”

그랜저 HG는 약 3년 6개월의 연구 개발 기간과 약 4500억원이 투입돼 완성됐다. 역대 그랜저 중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또 그랜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능과 다양한 첨단 장비로 무장한 모델이다.

 

국산차 최초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됐고,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 섀시 통합 제어 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경보 시스템, 급제동 경보 시스템, 9개 에어백 등의 첨단 편의 및 안전 장비가 탑재됐다.

 

그랜저 HG에는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기본 적용되기 시작했다. 2.4리터 세타Ⅱ GDI 엔진, 3.0리터 V6 람다ⅡGDI 엔진, 3.3리터 V6 람다Ⅱ GDI 엔진 등이 탑재됐고, 2.2리터 R VGT 디젤 엔진도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또 그랜저 HG에는 그랜저 최초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 6세대 그랜저 코드명 IG…”새시대를 연다”

22일, 현대차는 신형 6세대 그랜저 IG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최고의 완성도’라는 목표로 신형 그랜저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의 최신 디자인이 반영됐고, 고급스러움도 한층 강조됐다. 또 최첨단 지능형 안전 사양이 대폭 강조된 점이 특징이다.

 

엔진의 변화가 크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새롭게 개발한 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며 성능과 효율이 개선됐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 추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으로 구성된 현대차의 지능형 안전기술 브랜드 ‘현대 스마트 센스’가 최초로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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