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로보다 안 팔리는 비운의 국산차들…'카마로 라인' 못넘어 어쩌나
  • 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6.11.02 17:24
카마로보다 안 팔리는 비운의 국산차들…'카마로 라인' 못넘어 어쩌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산차 판매 순위에서 만년 꼴찌를 독차지하던 쉐보레 카마로가 지난달 308대나 팔렸다. 9월 134대에 이어 두 달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5000만원이 넘는 스포츠카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판매량이다.

 
▲ 2016년 10월 국산차 판매량 순위 하위권(41~56위). 쉐보레 카마로SS보다 적게 팔린 모델이 꽤 많다

기아차 쏘울과 K9을 비롯, 쉐보레 캡티바와 아베오, 현대차 아슬란과 i40 등은 10여 종은 이보다도 판매량이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특히, 쏘울과 캡티바, 아베오는 최근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된지 얼마 안됐고, 아슬란도 디자인이 꽤 변화된 연식 변경을 거쳤는데도 전혀 나아진게 없다.

# 기아차 쏘울…미국에서는 잘 팔리는데 국내는 왜?

의외인 지점은 쏘울(293대)이다. 지난 8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이며 '박스카(또는 패션카)'에서 'SUV 스타일'로의 이미지 변신을 꾀했고, 경쟁 상대까지 미니에서 티볼리로 바꾸었다. 국내 박스카 시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최근 인기인 티볼리와 '같은 급'임을 강조해 판매량을 늘리려는 전략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쏘울이 이렇게나 안 팔리는 것은 기아차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쏘울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티볼리급 초소형 SUV 수준의 넓은 실내·적재 공간을 확보했으며, 다양한 최신 사양이 적용되는 등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매년 10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해당 세그먼트에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데 불구하고 국내서는 팔리지 않는 터라 마땅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쉐보레 캡티바…스포츠카보다 안 팔리는 브랜드 대표 SUV

브랜드를 대표하는 SUV가 한지붕에서 사는 스포츠카, 그것도 가격이 2배가량 비싼 카마로SS보다 적게 팔렸다. 특히, 캡티바는 지난 3월 페이스리프트를 했음에도 전년(1186대) 대비 80%가량 줄어든 260대에 머물렀다. 이는 카마로보다 48대 적은 숫자다.

 

캡티바가 속한 국산 중형 SUV 세그먼트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 등이 각각 월 7000~8000대를 판매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데다가, 최근 나온 르노삼성 QM6까지 4000대를 넘겼다. 이미 싼타페와 쏘렌토, QM6와 캡티바 사이에는 현격한 상품성 격차가 벌어진 듯하다. 게다가 업계에 따르면 GM은 유럽형 모델인 캡티바를 단종시키고 미국형 모델인 에퀴녹스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캡티바는 단종을 앞둔 모델인만큼, 반등은 더욱 어려워졌다.

# 현대차 아슬란…'그랜저'나 '다이너스티'였다면

아슬란도 카마로보다 68대 적은 240대 판매됐다. 지난 9월 연식변경을 통해 현대차 최초로 전륜 8단 자동변속기 및 람다II 개선 엔진을 탑재해 연비를 향상 시켰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지난 7월 단 80대던 판매량을 300%나 끌어 올린게 그나마 위안이다. 

 

아슬란은 상품성이 저평가 된 비운의 모델이기도 하다.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인 탓에 실망도 컸다는 얘기가 많다. 지금껏 '그랜저 고급형'으로 나왔으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는 "독일 후륜구동 세단에 피로한 소비자들을 공략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주장이었다. 

# 쉐보레 아베오…답 없는 국산 소형차 시장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어쩌면 페이스리프트를 하는 입장에서도 별 기대를 안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아베오는 안 팔리는 모델이었고, 잘 팔릴 가능성도 없는 모델이었다. 지난달 판매량은 페이스리프트의 효과(?)로 전월(138대)보다 47% 늘었지만, 그래 봤자 203대에 불과했다. 카마로보다 105대나 덜 팔렸다. 

 

사실, 아베오뿐 아니라 엑센트와 프라이드 등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국내 소형차 시장의 규모는 월 2000대 수준으로 매우 작은데, 요즘에는 엑센트 판매량까지 급격히 줄어들면서 15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닝·스파크가 포진된 경차와 아반떼가 지배하는 준중형차 사이에 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형편이다. 엑센트와 프라이드의 경우 CUV로의 변신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는 모습이다. 아베오 역시 이에 상응하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기아차 K9…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K9도 카마로보다 109대 적은 199대를 파는데 그쳤다. 이러다 월 100대도 못 파는 쌍용차 체어맨W와 쌍벽을 이루겠다. 국산 대형차 시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무대가 되어 간다. K9은 고전하고 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의 G80은 지난달 무려 4876대나 팔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EQ900도 출시 초기의 신차 효과가 사라지면서 월 1000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G80과 함께 단단한 라인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K9을 보면 출시 초기의 마켓 포지셔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기아차의 플래그십으로 야심 차게 출시 했지만, 당시 제네시스와 에쿠스 사이에 낀 애매한 포지셔닝, 현대기아차의 최상위 엔진인 5.0리터급 V8 엔진의 부재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판매 간섭 없이 제네시스-K9-에쿠스로 이어지는 대형차 라인업을 완성시키고 싶었겠지만, 결과적으로 K9에는 악재가 됐다. 국산 대형차 수요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시장 세분화를 했고, 후발 주자인 K9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