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시리즈, 언제나 새 시대를 알린 자동차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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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1 18:27
BMW 5시리즈, 언제나 새 시대를 알린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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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BMW는 극심한 경제적 위기에 시달렸다. 모터사이클 ‘R24’와 독특한 소형차 ‘이세타’가 고군분투했지만, 회사의 전체적인 손실을 만회하긴 역부족이었다. 특히 BMW는 중형차 세그먼트에서 참패했다. 

가장 큰 경쟁자인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인수당할 처지에 놓였던 BMW는 가까스로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콴트(Quandt) 가문이 BMW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섰고, BMW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그리고 BMW는 196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뉴 클래스(New Class)’라고 불리기도 했던 ‘1500’을 선보였다. BMW는 1500으로 흑자를 기록했고, 계속 엔진 배기량을 높이며, 현행 5시리즈의 기틀을 마련했다. 

▲ 1세대 5시리즈부터 6세대 5시리즈까지.

1972년 처음 출시된 5시리즈를 통해 BMW는 많은 변화를 추구했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후륜구동, 세로로 배치된 직렬 6기통 엔진, 다양한 디젤 엔진, 숫자로 구성된 네이밍 등 오늘날의 BMW가 갖는 특징 대부분이 5시리즈에서 시작됐다. 

# 1972-1984 : 1세대 5시리즈(E12)

BMW는 1972년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520과 520i를 선보였다. 1세대 5시리즈는 ‘그루포 베르토네(Gruppo Bertone)’가 초기 콘셉트의 디자인을 담당했고,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대형차의 디자인을 도맡았던 ‘폴 브라크(Paul Bracq)’가 양산차의 디자인을 마무리했다. 

▲ 1세대 5시리즈.

5시리즈는 길게 뻗은 직선과 낮은 벨트라인, 듀얼 헤드램프, 호프마이스터 킹크(Hofmeister Kink) 등의 특징이 담겼다. 1세대 5시리즈의 디자인 기조는 오랫동안 5시리즈에 영향을 끼쳤다. 

최초로 공개된 520과 520i에는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고, 1973년 출시된 525에는 직렬 6기통 엔진이 탑재됐다. 변속기는 게트락, ZF, 보그워너 등의 제품이 사용됐다. 자동변속기는 3단이었다.

▲ 1세대 5시리즈.

1979년에는 M5의 조상격인 M535i가 출시됐다. M535i에는 BMW가 모터스포츠를 통해 얻은 기술력이 반영된 3.5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됐다. 21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프론트 및 리어 스포일러가 장착됐고, 레카로 스포츠 시트,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 대형 브레이크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E12 5시리즈는 1972년부터 1981년까지 독일에서 생산됐고, 남아프리카에서는 1984년까지 만들어졌다. 총 약 70만대가 생산됐다. 

# 1981-1988 : 2세대 5시리즈(E28)

NSU와 아우디에서 맹활약하던 디자이너 클라우스 루테(Claus Luthe)는 1976년 폴 브라크의 후임으로 BMW 수석 디자이너가 됐다. 그리고 1세대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2세대 5시리즈의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다소 보수적이었던 폴 브라크와 달리 클라우스 루테는 역동적이고, 강인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 2세대 5시리즈 524td.

BMW의 엔지니어들도 5시리즈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싶어했다. 4기통 엔진보다 더 다양한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되기 시작했다. 또 새로운 서스펜션이 개발됐고, 미국 시장에서는 ABS, 전동시트, 파워선루프, 크루즈 컨트롤 등이 적용됐다. 

▲ 2세대 5시리즈 M5.

무엇보다 2세대 5시리즈부터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되기 시작했고, 고성능 모델인 M5가 등장했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생산된 최초의 M5에는 3.5리터 직렬 6기통 엔진, 5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돼 최고출력 282마력의 힘을 발휘했다. 

▲ 2세대 5시리즈 M5.

E28 5시리즈는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약 72만대가 생산됐다. 

# 1987-1996 : 3세대 5시리즈(E34)

3세대 5시리즈는 1980-1990년대 BMW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거두는데 크게 기여했다. 더 날렵하고, 간결한 디자인이 적용됐고, 5시리즈 최초의 투어링 모델과 사륜구동 모델이 추가됐다.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은 더욱 다양해져 무수히 많은 라인업이 탄생하게 됐다.

▲ 3세대 5시리즈 M5.

1988년 출시된 M5는 기존과 동일한 배기량을 유지했지만, 성능은 311마력으로 높아졌다. 후기형 모델은 3.8리터로 배기량이 늘었고, 최고출력도 335마력으로 향상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9초였다.

▲ 3세대 5시리즈 M5.

520i, 525i, 530i, 535i 등에는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127마력부터 208마력까지 다양했다. BMW가 자랑하는 가변 밸브 타이밍(VANOS) 기술리 적용되기 시작했다.

▲ 3세대 5시리즈 M5.

1991년에는 5시리즈 최초의 사륜구동 모델인 525iX를 선보였다. 앞바퀴에는 36%, 뒷바퀴에는 64%의 힘이 전달됐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이후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고, 현재 ‘xDrive’의 초석이 됐다. 1992년에는 5시리즈 최초의 투어링이 등장했고, M5에도 투어링이 추가됐다.

▲ 3세대 5시리즈 M5.

E34 3세대 5시리즈는 단종되기까지 총 133만대가 생산되며 큰 인기를 누렸다.

# 1995-2004 : 4세대 5시리즈(E39)

클라우스 루테가 자신의 아들을 칼로 찌르는 비극적인 사건을 일으키며 BMW의 디자인 책임자는 잠시 공석이 됐다. 하지만 누군가는 계속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야 했다. 1995년부터 생산된 4세대 5시리즈는 일본인 조지 나가시마(Joji Nagashima)의 주도로 디자인됐다. 조지 나가시마는 BMW의 핵심 디자이너 중 하나로 Z3, 3시리즈를 디자인했다. 

▲ 4세대 5시리즈.

그는 5시리즈를 파격적으로 바꿔놨다. 돌출된 헤드램프를 없앴고, 강렬했던 직선을 부드럽게 다듬었다. 역대 5시리즈 중에서 가장 볼륨감이 넘치고, 무엇보다 우아한 스타일을 갖게 됐다. 또 BMW의 대표적인 상징이 된 ‘엔젤 아이’가 처음 도입됐다.

▲ 4세대 5시리즈.

엔트리 모델로 존재하던 가솔린 직렬 4기통 모델은 사라졌고, ‘직렬 6기통이 곧 5시리즈’란 공식이 세워졌다. 다양한 고성능 모델을 위해 V8 엔진도 다양해졌고, 디젤 엔진 라인업도 확대됐다. M5에 장착되던 5.0리터 V8 엔진은 40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 4세대 5시리즈.

내비게이션, 액티브 시트, 제논 헤드램프, 우적감지 와이퍼, 사이드 에어백, 차체 자세제어 시스템 등이 장착되기 시작했으며, M 스포츠 패키지도 도입됐다. 또 차체의 대부분은 경합금으로 제작돼 무게는 크게 줄고, 차체 강성은 극대화됐다.

E39 4세대 5시리즈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독일, 멕시코, 러시아 등에서 약 147만대가 생산됐다.

# 2003-2009 : 5세대 5시리즈(E60)

BMW는 2003년부터 혁신을 크게 강조하기 시작했다. iDrive, 어댑티브 헤드램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스티어링, 액티브 롤 제어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전,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편의 및 안전장비가 적용됐다. 당시엔 아주 혁신적인 시스템이 대거 장착됐고, 디자인도 이에 못지 않게 미래지향적이었다.

▲ 5세대 5시리즈.

5세대 5시리즈는 본격적인 크리스 뱅글(Chris Bangle)의 시대를 알린 모델이다. 얼굴은 날카로워졌고, 차체는 더욱 거대해졌다. 키드니 그릴과 엔젤 아이를 제외하면, 어떤 5시리즈와도 닮지 않았다. 보수적인 소비자들은 반기를 들었지만, 5세대 5시리즈는 큰 인기를 끌었다. 독일, 인도, 태국, 중국 등 전세계에서 생산됐고, 약 136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 5세대 5시리즈.

6개의 가솔린 엔진과 4개의 디젤 엔진이 장착됐고, M5에는 5시리즈 최초로 5.0리터 V10 엔진이 탑재됐다. M5은 최고출력 514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 2010-2016 : 6세대 5시리즈(F10)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Adrian van Hooydonk)가 이끄는 BMW의 새로운 디자인팀은 6세대 5시리즈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았다. 신경질적인 디자인은 온화하게 다듬었고, 우아하면서도 근육질이 강조된 세단을 만들었다. 6세대 5시리즈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담당한 야섹 프로흘리히(Jacek Fröhlich)는 “E60이 오직 혁신만을 강조했다면, F10은 클래식한 우아함과 기존 5시리즈와의 연결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 6세대 5시리즈.

F10 5시리즈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탑재됐다. 4기통 터보 엔진이 새롭게 등장했고, 디젤 엔진도 더 다양해졌다. 또 ZF의 8단 자동변속기가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트리플 터보 시스템을 통한 디젤 엔진 최초의 M 모델도 등장했다. 비록 시장에서는 외면 받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도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고, 파생 모델인 그란 투리스모도 탄생했다.

▲ 6세대 5시리즈.

6세대 5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BMW의 허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히 5시리즈의 성공으로 BMW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넘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6세대 5시리즈는 오랜 기간 베스트셀링카의 자리를 지켰다.

▲ 6세대 5시리즈.

# 미래: 7세대 5시리즈(G30)

BMW는 지난달 7세대 신형 5시리즈를 공개했다. 신형 5시리즈는 BMW가 신형 7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최신 디자인 철학이 반영됐다. 더 젊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실내 디자인은 기존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특히 거의 모든 부품을 새롭게 제작했다.

▲ 7세대 5시리즈.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무게는 최대 100kg 가량 줄었고, 새로 개발된 섀시와 낮은 무게중심 및 무게배분, 첨단 시스템 등으로 더욱 역동적인 성격이 짙어졌다.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성능이 향상됐다. 528i를 대체하는 530i는 최고출력 248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535i는 540i로 대체되며, 이 역시 성능은 크게 높아졌다. M550i xDrive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530e i퍼포먼스 모델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 7세대 5시리즈.

BMW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적용됐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시스템은 스테레오 카메라와 레이더 및 초음파 센서로 차량 주변을 상시 감시한다. 차선 컨트롤 어시스턴트는 차선 유지 및 변경, 장애물 인식 및 충돌 회피 기능을 제공한다. 또, 지능형 속도제어 어시스트는 시속 210km까지 차량의 가속과 제동, 핸들링 등을 제어한다.

▲ 7세대 5시리즈.

여기에 7시리즈에 적용된 제스처 컨트롤과 터치 커맨드, 커진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원격 무인주차 기능, 리모트 3D 뷰, 파킹 어시스턴트 등 다양한 편의사양도 추가됐다.

BMW그룹 하랄드 크루거(Harald Krüger) 회장은 "신형 5시리즈가 기술적으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것"이라며 "비즈니스 세단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5시리즈는 내년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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