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연이은 악재 속에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가 반사 이익을 누리며 회생의 실마리를 잡는 모습이었다. 수입차도 꾸준히 증가, 작년 대비 20%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수입차 가격 폭리와 부품비 과다 청구, 담합 등을 문제삼아 각 사 대표들이 유래없이 국정감사에 불려가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초 미국발 아반떼 연비 과장을 시작으로 대규모 리콜, 싼타페 누수, 에어백 미전개, 노조 파업 등을 겪으며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신차 인기도 시들하고 내수 판매량도 줄어 70%대를 굳건히 유지했던 점유율은 60%대로 떨어졌다(상용차 제외). 반면 쌍용차는 코란도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 대비 34% 성장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으나 하반기에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해 내년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소비자에게 논란이 됐던 급발진 문제는 국토부에서 '존재하지 않음'으로 결론을 내렸고, 그랜저 배기가스 실내 유입 은폐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올해부터 강화된 연비 측정 기준이 적용됐으며, 미래 자동차인 전기차도 2종이 출시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결국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   

모터그래프에서 2013년 자동차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주요 뉴스 TOP10을 선정했다.

1. 현대기아차 내수 점유율 감소, 수입차 고공행진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이 60%대로 떨어졌다(상용차 제외). 현대기아차는 “국내 경기침체에 따른 자동차 수요 감소와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인한 조업일수 축소, 지난해 같은 기간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정책 기저효과 등이 겹쳐 판매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올해 1~11월 판매량은 총 44만3652대로, 전년 대비 2.98% 하락했다. 기아차는 총 36만7222대로, 5.6% 떨어졌다. 이에 현대기아차의 총 판매량은 전년(84만6273대) 대비 4.2% 줄어든 81만874대를 기록했다. 점유율도 71.7%에서 68.7로 3%가량 하락했다.

▲ 2012년과 2013년 현대기아차 점유율 변동표(상용차 제외)

반면 수입차 판매량은 급속히 증가했다. 올해 1월~11월 수입차 판매량은 14만4092대로 전년 12만195대 대비 19.9% 늘었다. 작년에 겨우 10%를 넘겼던 국내 시장 점유율도 올해 들어 12%대로 올라갔다. 

현대차 제네시스·에쿠스, 기아차 K9 등이 경쟁하는 고급 세단 시장에선 이미 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한-미, 한-EU FTA에 탄력을 받은 미국·유럽 소형차가 가격을 내리고 공세를 펼치며 가격이 오른 현대기아차와 직접적인 경쟁을 벌였다. 특히, 디젤 세단·해치백 등은 이미 상당 부분 잠식이 진행됐다. 

2. 실내로 물새고, 에어백 안 터져…'현대차 수난시대'

▲ 현대차 싼타페

지난 7월, 전국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현대차 싼타페 트렁크 및 실내로 빗물이 새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현대차는 누수 차량에 대해 보증수리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고 무상수리 진행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무상수리가 너무 부실하다며 지속적인 불만을 제기했다. 한 소비자는 싼타페 누수 문제로 피해를 본 총 27건의 단체 소송의 대표자로 서울중앙지법에 '차량 교환'을 내용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산하 결함신고센터는 "자체 조사 결과 차량 설계나 공정에 문제가 있는 제작 결함으로 보고 있다"면서 리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현대차 투싼ix가 에어백 미전개 문제로 논란이 됐다

현대차 에어백 미전개 문제에 대한 불만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MBC 8시 뉴스를 통해 현대차 투싼ix가 운전자가 사망할 정도의 대형 사고에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제조사의 책임 소재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현대차 측은 "점검 결과 에어백 작동 조건이 맞지 않아서 전개되지 않은 것이지 에어백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아반떼, 11월 스타렉스 등 최근 현대차의 에어백이 잘 터지지 않는다는 제보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3. 현대기아차 연비표기 과장 사건, 주가 강타

미국 소비자단체들이 현대차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의 실제 주행 연비가 공인 연비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현대차의 연비를 측정법이 잘못돼 오차가 생겼다며 시정 조치했다. 

▲ 컨슈머와치독에 게재된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연비 과장 기사

현대차는 미국에서 아반떼를 판매하며 뛰어난 연비를 내세웠기 때문에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연비 과장 사건이 발표되기 하루 전부터 현대차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해당 소비자들에게 주유 쿠폰을 제공한다는 등 발 빠르게 보상안을 내놓으며 빠른 속도로 주가와 기업 이미지를 회복했다. 

4. 수입차 성장통? 법인세·가격 폭리·담합 의혹으로 CEO들 줄소환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이 성장통을 겪었다. 법인세, 가격 폭리, 담합 의혹을 받으며 각 수입사 CEO들이 국정감사에 줄줄이 소환되고 국세청의 감사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하락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들은 각각 “환 헤지(환율변동 대비) 실패로 손해를 입었다”, “관세 인하와 특별소비세 인하 등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라는 등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하락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독일 본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의 적자’가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고, 국세청은 BMW코리아의 김효준 사장을 소환해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2011년, 2012년 실적

지난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수입차 업체 CEO들이 수입차 가격 폭리, 담합 등의 의혹으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공정위는 작년부터 수입차 업체의 수리비 과다 청구 등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를 실시했으며, 올해 초에는 수입차 업체 간의 부품 담합 등을 조사했다. 공정위는 국정감사에서 수입차의 판매 가격 폭리, 수리비·공임비 과다 청구, 딜러사 간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5. 배기가스 실내 유입의 공포…헤프닝으로 끝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배기가스 유입 문제가 결국 헤프닝으로 끝났다. 지난 7월, 검찰이 현대차가 그랜저HG의 배기가스 실내 유입 문제를 은폐했다는 소비자 고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정상적으로 차량을 운행할 때 인체에 유해한 수준으로 배기가스가 차량 실내에 유입된 흔적을 찾지 못했다”면서 “관련법에 배기가스 유입 관련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현대차가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도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 현대차 그랜저HG

그랜저HG 배기가스 문제는 지난 2011년 그랜저 동호회를 통해 제기됐다. 우연히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켜놓은 채로 운전을 했는데, 고속주행을 하고 나니 실내에 일산화탄소가 측정됐다는 것이었다. 이후 연탄가스 중독의 원인이 되는 일산화탄소가 자동차 실내로 들어온다는 공포가 소비자들 사이에 퍼졌으며, 여기에 자극적인 기사와 해괴한 민간요법들이 등장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 그랜저HG 배기가스 실내 유입 문제에 머플러를 개조하면 된다는 황당 민간 요법이 등장했다

결론은 허무하게 내려졌다. 현대차 연구원들은 실내가 지나치게 밀폐돼 있으면 저기압이 실외 배기가스를 끌어당긴다는 것을 발견하고, 시속 140km 이상 고속주행 시 외기유입이 되도록 공조장치를 조정해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매우 간단한 해법을 내놨기 때문이다. 국토부도 작년 1월 그랜저HG 배기가스 문제에 대해 리콜에 해당하는 제작결함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6. 국토부 급발진 공개시험...끊이지 않는 논란

국토부가 지난 6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급발진 아이디어를 공모해 공개재현시험을 실시했다.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해 그동안 국토부가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에 대해 '급발진할 수 있는 자, 나와라'라는 식의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것이다.

▲ 국토부 급발진 재연 현장

이틀에 걸친 재현시험을 통해 국토부 자체 실험 2건, 국민 공모 6건 등 총 8건의 시험이 진행됐지만 아무도 급발진을 재현하지 못했다. 국토부 측은 공개시험 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급발진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토부가 이미 ‘급발진은 없다’라는 결론을 내놓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에게 면죄부를 받기 위해 벌인 일종의 ‘쇼’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7. 달라진 연비 제도 '하이브리드·경차 하락, 국산차 굴욕'

올해 1월1일부터 새로운 ’표시연비’ 표기가 의무화됐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새로운 연비 측정법이 기존에 비해 실 주행 연비에 가깝다고 밝혔다.

새 측정법에 따라 대부분의 자동차 연비가 큰 폭으로 하락해 기존에 1등급을 받던 차들이 3등급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일본산 하이브리드카와 국산 경차 등 우수한 연비를 자랑하던 모델들의 연비가 크게 하락했다. 반면 수입 디젤차 연비는 상대적으로 향상 됐다. 

▲ 국내에 판매되는 연비 좋은 차 TOP10

국산차 연비는 수입차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공개한 약 900여개 차종의 신연비를 조사한 결과, 국산차는 단 한 종도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자동변속기 기준). 국산차 중 연비가 가장 좋다는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아 K5 하이브리드도 겨우 40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었다. 아반떼와 엑센트 등의 경우 디젤 수동변속기 모델이 상위권에 오르긴 했지만, 자동변속기를 기준으로 하면 모두 40위 밖으로 밀려났다.

8. 현대기아차 대규모 리콜…R&D 임원 대거 교체

현대기아차가 R&D(연구개발) 임원들을 대거 교체했다. 올해 들어 최악의 리콜 사태를 겪으며 품질 논란에 휩쌓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연구개발본부장 권문식 사장, 설계담당 김용칠 부사장, 전자기술센터장 김상기 전무 등을 전격 경질했다. 권문식 사장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1991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현대차 기술기획팀 이사를 거쳐 현대차그룹 R&D 분야의 실무를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차 아반떼가 미국에서 에어백 관련 결함으로 리콜됐다

현대차는 올해 4월, 미국에서 브레이크·에어백 결함으로 11개 차종 190만대가 리콜됐다. 당시 현대차는 국내 해당 차량도 브레이크 결함으로 16만대를 리콜했으나, 9월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67만대를 추가 리콜했다. 지난 7월에는 미국에서 그랜저의 에어백 문제로 5000여대가 리콜 조치를 당했으며, 9월에는 제네시스 브레이크 결함으로 4만3500대를 리콜했다(국내 동일 결함 9000대 리콜). 기아차 카니발은 하체가 녹슨다며 리콜을 실시했으며, 쏘렌토R은 썬루프 결함으로 리콜 조사를 받고 있다. 현대차 벨로스터도 올해 초 썬루프 결함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리콜됐다. 현재 국토부는 현대차 YF쏘나타 8만641대에서 브레이크 오일이 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리콜 관련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9. 전기차 출시 잇따라…전기차 시대 오려나

올해 들어 쉐보레 스파크 EV와 르노삼성 SM3 Z.E. 등 전기차 출시가 잇따랐다. 아직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적은 수의 차량이 보급됐고, 충전 인프라도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친환경·저탄소 성장을 위한 국내 전기차 시장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제주도는 2013년 전기차 선도도시로 선정돼 전기차 민간 보급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다. 제주도는 지난 6월, 전기차 민간 접수를 실시해 160명에게 전기차를 판매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제주도 내 모든 차량(약 37만1000대)을 전기차로 바꾼다는 ‘제주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르노삼성 SM3 Z.E.

그러나 내년에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전기차 판매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지역에 따라 정부 보조금(15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최대 800만원), 충전기(800만원 상당) 등 총 2500만원이 넘는 지원급이 제공된다. 그러나 내년에 책정된 예산이 부족해 한정된 수의 전기차 구입자에게만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BMW의 전기차 i3도 내년 5월에 국내에 출시된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BMW i3에도 국산 전기차와 동일한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i3의 기본 가격은 3만4950유로(약 5150만원)이지만 2583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지원되면 2천만원대 구입도 가능해진다. BMW코리아는 지난 17일 제주도에 전기차 충전기 30대를 기증했다.

10. F1 코리아 그랑프리 끝…계속된 적자에 포기

이제 우리나라에서 F1 경기를 직접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5일, 국제자동차연맹(이하 FIA)은 내년 F1 그랑프리 일정을 발표했다. 지난 9월 FIA 발표한 2014 F1 일정에 잠정적으로 추가됐었던 한국과 미국 뉴저지, 멕시코는 제외됐다. 내년 F1은 3월16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해 11월23일 아부다비까지 총 19번의 경기를 치르게 된다. 

▲ 내년 F1 그랑프리 일정에 한국이 제외됐다

외신에 따르면 코리아 그랑프리가 수익이나 인기 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전라남도의 끊임없는 개최권료 인하 요구로 인해 대회 개최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코리아 그랑프리는 그동안 4번의 경기를 치르면서 약 1910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에 한국 F1 조직위 측은 4370만달러(약 463억원)의 개최권료를 올해는 2700만달러(약 286억원)으로 깎았고, 내년에는 2000만달러(약 212억원)으로 내릴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F1 조직위 측은 2016년까지 계약이 지속되기 때문에 재협상을 통해 2015 F1 그랑프리에 복귀한다는 계획이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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