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트로엥 C4 칵투스…수많은 희생의 '결정'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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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07 18:30
[시승기] 시트로엥 C4 칵투스…수많은 희생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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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의 스케치가 완성차로 태어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기획과 승인이 반복되고, 설득과 통보가 오간다. 수많은 절차를 통과하면서 여러 부서의 의견이 담긴다. 획기적인 콘셉트로 시작해도 대부분 결과물은 무난하고 보편적이게 된다. 수천억원을 걸고 도박할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시트로엥의 용기있는 결단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C4 칵투스는 수많은 희생의 ‘결정(結晶)’이다. 그런데 고민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포기할 부분은 화끈하게 포기했다. C4 칵투스만의 별난 부분이나, 응당 그래야할 부분이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일말의 미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등과 같이 막강한 ‘팬심’을 가진 브랜드처럼 확고하게 자신의 뜻을 밀어부쳤다. 시트로엥은 무슨 배짱이었을까.

예술은 때론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난해함과 불친절함을 따로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100여년 가까이 자동차를 만든 시트로엥은 자동차를 하나의 ‘오브제’로 봤다. 그리고 그 안에 소파, 핸드백, 여행용 가방 등의 또 다른 오브제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탄생한게 ‘C4 칵투스’다.

# 시선을 사로잡는다

외관 디자인부터 실내 공간까지 C4 칵투스는 독특한 부분이 많다. 당장이라도 C4 칵투스가 옆을 지난다면 흠칫 놀랄 수 밖에 없다. 늘씬한 크로스오버의 실루엣과 물가의 자갈처럼 매끈한 표면 시선을 뺏는다. 색상도 범상치 않다. 원색 위주면서 톤이 상당히 밝다. 흰색도 보통 흰색과는 다르다. 다소 현란한 색상이 부담스러울수도 있지만, C4 칵투스는 상당히 잘 소화한다. 한가지 색으로 통일된 세단과는 다른 요소가 많아서다.

맨들맨들한 피부에 돌기가 돋았다. C4 칵투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과감한 파리 패션위크의 런웨이에서도 보기 힘들 법한 장식이 붙었다. 보통 장식이 아니다. 충격을 흡수하고, 차체 스크래치를 막아준다는 막대한 임무를 띄고 탄생한 부품이다. 

‘에어범프(Airbump)’로 불리는 이 부품은 앞문과 뒷문에 마치 반창고처럼 달라붙었고, 이와 비슷한 디자인 요소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주변에도 붙었다. 에어범프는 플라스틱이 아닌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으로 제작됐다. 그래서 만지면 말랑말랑하다. 그리고 마치 캡슐처럼 속은 공기로 차있다. 그래서 C4 칵투스는 문콕에서 자유롭다.

큰 충격에는 무용지물이겠지만, 발길질에도 차체를 보호할 수 있고 마트에서 쓰는 카트, 유모차 등과 부딪혀도 끄떡없다. 또 파손되거나, 색상이 실증나면 교체도 가능하다. 비용은 18만원 정도. 공임은 무료다. 참고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장식은 단순 디자인 요소라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여긴 발로 차면 안된다.

# 이색적인 공간

실내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도 더러 있다. 뒷창문은 주먹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살짝만 열리고, 별도의 송풍구도 없어서 뒷좌석 승객은 답답함과 더위를 견뎌낼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덩치도 크고, 뒷문짝도 있지만 마치 쿠페의 뒷좌석 공간 같다. 

앞좌석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색적인 구성이다. 요즘 자동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이아웃은 아니다. 각 부분별로 완전히 독립된 것 같다. 스티어링휠은 소재나 감촉이 남다르다. 실내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부분이다. 디지털 계기반은 시인성은 뛰어나지만 많은 정보를 전달하진 않는다. 엔진회전수를 나타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흠이다.

버튼식 기어도 독특하다. 다만 손만 뻗으면 잘 닿지 않는다. 그 밑으로 기어노브 처럼 생긴 레버는 주차 브레이크다. 너무 세게 올리면, 다시 내릴때 큰 힘이 필요하다. 웬만한 여성들은 한손으로 하기 버거울 것 같다.

대시보드의 글로브 박스나 도어 손잡이는 마치 가방을 보는 것 같다. 디자인도 남다르고, 편의성도 뛰어나다. 시트는 소파를 닮았는데 소파처럼 편안하진 않다. 브라운 계통의 색상은 따뜻함과 평온함을 전달해주지만, 재질과 색상이 오염에 극도로 취약할 것 같다. 

# 기본기가 탄탄한 시트로엥의 풋워크

디자인은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달릴 땐 혁신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다만 기본기에 있어서는 역시 시트로엥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트로엥은 매우 빠른 차를 만들진 않지만, 매우 잘 달리는 차를 만든다. C4 칵투스는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등을 적절히 사용해 차체 강성을 높이고, 무게 중심을 낮췄다. 도심형 크로스오버지만 오프로드를 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골격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험난한 도로환경에서 진화를 거듭한 서스펜션이 차체를 떠받치고 있으며, 모터스포츠를 통해 습득한 기술이 담긴 스티어링이 방향을 바꾼다. 시트로엥의 소형차를 타게 되면 뛰어난 기본기 때문에 성능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더 강력한 엔진을 넣었다면 어땠을까.

C4 칵투스의 1.6리터 디젤 엔진은 성능보단 효율이 우선이다. 그렇다고 C4 칵투스의 움직임이 답답한 것은 아니다. 도심을 달릴 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최고출력은 낮지만, 최대토크가 워낙 출중하기 때문에 느리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면 쉽게 한계가 드러난다. 

답답한 것은 엔진이 아니라 변속기다. MCP로 불리던 ETG6 변속기는 여전히 까다롭다. 가속페달을 무작정 계속 밟고 속도를 높이면, ‘울컥’거리며 C4 칵투스가 뒷목을 잡아당긴다. 기어가 변속될 때마다 어깨춤을 추게 된다. 

ETG6 변속기는 구조가 수동변속기와 거의 동일하다. 그래서 ‘억지 자동 변속’에서의 불쾌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수동변속기와 같은 조작이 필요하다. 귀찮아서 그렇지 변속과 함께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만 떼어주면 된다. 그러면 손에 착 감기는 직결감과 매끄러운 힘의 연결을 느낄 수 있다. 

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한국 소비자들 때문에 푸조 및 시트로엥의 국내 판매 모델에서 ETG6 변속기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C4 칵투스는 애초에 우리나라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넓은 시각으로 차를 보자

1970년대 ‘건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정부는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규제했다. 모든 것이 무난하고 보편적이어야 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구성원들 뇌리에 깊숙하게 각인됐다. 세대가 바뀌어도 나를 표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눈치 보이는 일이 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치 판단의 잣대로 C4 칵투스를 바라보면 이처럼 괴이한 자동차도 없을 것 같다. 

시트로엥이 해석한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은 분명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다르다. 애초에 C4 칵투스는 유럽에서만 판매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다소 우리와 안맞는 부분이 많다. 유럽의 것이 마냥 좋고, 옳은 것은 아니다. 굳이 그것에 맞출 필요는 없다. 다만,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C4 칵투스를 바라본다면 지금껏 여느 자동차에서 경험하지 못한 재미와 가치를 느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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