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신형 i30…드리프트머신? 하지만 드라군이라면 어떨까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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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30 09:39
[시승기] 현대차 신형 i30…드리프트머신? 하지만 드라군이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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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드라군 같아요”

너무 터무니 없어 정신이 멍해졌다. 옆자리에 탄 여기자는 i30의 주행감각이 마치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나오는 '드라군' 같다고 했다. 맞다. 그 네발 거미 같이 생긴 유닛. 왕년에 프로게이머 임요환을 쫓아다니던터라 이상한 비유를 해버렸다고 곧바로 사과했다.

하지만 일부 이해가 됐다. 그만큼 차체 중심이 낮고 네바퀴가 차체 가장자리까지 넓게 뻗었으며 든든하게 땅을 짚고 지탱하는 느낌을 준다는 의미였다. 국산차 중에 이렇게까지 안정적이고 다이내믹한 전륜구동 차가 있었던가. 단연 세계적인 수준이고 독일차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느낌이다.

훌륭한 차가 나왔다는게 한편으론 기뻤고, 이런 좋은 자동차가 “핫해치지, 풀어 해치지” 따위의 허술한 노이즈 광고로 인해 피해를 본다는게 안타까웠다. 현대차 스스로도 이 차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 유럽이 만든, 유럽을 위한 차

현대차 i30는 유럽서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자동차다. 워낙 잘 달리고, 실용적이고, 재미있고, 디자인도 예쁘게 잘빠졌다. 반면 한국서는 인기가 없을 수 밖에. 달리는 것을 그리 중시하지 않고, 재미보다는 체면을, 실용성 보다는 세단을 중시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에서의 판매량은 월간 50대 수준으로 현대기아차가 파는 차 중에 가장 안팔리는 차다. 그러다보니 한국시장을 그리 신경쓰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성능과 디자인이 매우 좋은,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차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세계 곳곳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갖고 있으면서도 디자인을 어디서 했는지 물으면 ‘세계 모두가 함께 한 글로벌팀 프로젝트’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만큼은 피터슈라이어 디자인 총괄 사장이 이례적으로 독일에서 디자인했고 독일의 엔지니어링으로 만들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 차는 그런 느낌이 분명하게 든다. 

# 달리는 재미의 재정의

‘달리는 재미’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현대차 국내영업본부는 엉뚱하게 i30의 '달리는 재미'를 ‘드리프트’로 착각 했나보다. 전륜구동 자동차는 후륜구동차에 비해 장점이 많은데, 그점은 모두 뒤로 하고 하필 전륜구동의 가장 큰 단점인 드리프트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그래서 파리모터쇼에서 이 차를 디자인한 독일의 현대차 유럽 디자인센터장 토마스 뷔르클레에게 물었다. 

 

- i30를 핫 해치라 할만한가

"한국서는 핫해치라고 마케팅 한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유럽 기준에서는 보통 작은 해치백을 탄다. i30 같은 차는 유럽 기준에서는 보통이거나 큰 차로 분류된다. 다시말해 핫해치라기엔 너무 크다"

- 광고에 드리프트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전륜구동차가 드리프트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에선 아직 스포츠카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선 인기가 많은데 대부분 전륜구동 해치백이다. 전륜구동 해치백은 드리프트에 가장 적합한 차는 아닐지 몰라도 무척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갖고 있어 운전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차다" 

# 실용성도 최고...옵션은 수출형에 비해 '부족'

뒷좌석에서 머리공간은 부족함이 없다. 아반떼보다 훨씬 넉넉하다. 루프라인이 꺾여 내려오지 않고 평평하게 후미까지 이어지는 스타일이어서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넉넉하게 갖춘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그 때문에 뒷모양 디자인이 이전처럼 발랄한 느낌이 좀 줄었지만 좀 더 커보이므로 꼭 손해라 볼 순 없다. 

 

트렁크 공간이 지나치게 깊은 면이 있지만 꽤 넉넉하고 실내 공간의 꾸밈도 마음에 들었다. 내비게이션의 위치나 손잡이나 스위치 같이 차량내 사소한 각 부분의 기능도 우수하게 만들어졌다. 

핸들의 조작감이나 서스펜션의 세팅은 정말 인상적이고, 많은 부분이 국내 최고의 전륜구동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아반떼에도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빠진 이유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 이해가 안됐던 것은 파리에서 만난 i30와의 차이점이었다. 파리모터쇼에선 전시차 모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에 차선이탈방지시스템(LKAS)을 갖춰서 핸들까지 돌려주는 시스템이 달렸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동시에 이용하는 긴급제동시스템도 유럽 모델에만 장착된다. 한국에서는 왜 이런 기능을 옵션으로도 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현대차는 스포티하고 고급인 소형 해치백을 만들어 놓고 엉뚱한 세팅과 마케팅을 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자초한 면이 있다.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꼭 소비자들 스스로 시승을 해보고 살펴봐야 마땅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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