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은 국내 자동차 시장을 '현대기아차의 놀이터'라거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과도한 표현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만큼 현대기아차의 시장 지배력이 엄청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기아차의 영향력은 점차 줄고 있다. 수입차가 늘어나고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건 물론이고, 최근 들어선 자동차를 온라인에서 사고 팔 수 있게 되면서 현대기아차가 절대적 우위에 갖고 있던 '판매망의 물리적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19일, 이달말 출시 예정인 아베오 페이스리프트를 옥션을 통해 온라인 판매한다고 밝혔다. 비록 10대 뿐이지만, QM6를 카카오와 함께 e-커머스로 팔기로 한 르노삼성과 함께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겠다.
특히, 온라인 판매의 대표적인 업체인 테슬라가 올해 하반기 국내에 진출할 예정인 데다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도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찬반을 둘러싼 논란도 많고,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여러 제약도 있지만 국내에도 곧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활성화되면 현대기아차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르노삼성이나 한국GM과 달리 현대기아차는 온라인 자동차 판매를 대하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 시장은 철저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고 파는 시스템이었다. 당연히 현대기아차처럼 매장이 많고, 영업사원이 많으면 그만큼 더 많은 차를 팔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매장 수는 700여개로, 르노삼성(약 230여개)보다 3배가량 많다. 영업 사원도 2만여명으로 2300명과 비교해 9배가량 차이가 난다. 오프라인 영업 대결에서 르노삼성은 절대 현대기아차를 이기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면 이런 것들의 중요성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회사 규모나 자금 상황 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생겨난 '물리적 격차'가 대부분 사라진다. 특히, 지금까지 갖지 못했던 거대한 유통망을 확보해 현대기아차와 어느 정도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현대기아차의 풍부한 오프라인 딜러들이 온라인 시대에선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온라인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기존 오프라인 딜러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셈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운영하는 직영점의 경우 영업사원에게 일정한 월급을 주는 대신,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다. 일반적인 대리점과 달리 판매 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사측에서 하고 싶어도 강력한 노조의 힘에 막혀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오랫동안 정가제 정책을 고수해왔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온라인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유통 채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시대 흐름에 맞춰 고집을 꺾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물론, 현재 르노삼성과 한국GM이 완벽한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것은 아니다. 르노삼성은 청약금 10여만원을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수준이고, 한국GM 역시 10대 한정으로 200만원의 계약금을 옥션에서 결제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돼 티몬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차량 거래가 이뤄진다면 연계 할인 및 프로모션 등을 통한 가격 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직도 현대기아차는 매년 판매량이 늘어날 정도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71.6%였던 시장 점유율은 올해 60%까지 떨어졌다. 4년 만에 무려 12%가량 하락한 것으로, 시장이 다변화됨에 따라 장악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본격화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판매는 신차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20~30대를 공략하기에 최적화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된 '안티 현대기아차' 분위기와 함께 예상보다 큰 타격을 줄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