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테슬라에게도 전기차 보조금을 줘야 할까?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 좋아요 0
  • 승인 2016.09.06 09:57
[이완 칼럼] 테슬라에게도 전기차 보조금을 줘야 할까?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 댓글 0
  • 승인 2016.09.06 09: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우리나라에 법인을 세우고 본격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다소 늦은감 있지만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테슬라의 진출은 시장에 활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테슬라가 국회에서 거론되며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 “테슬라에는 보조금 안 줘요?”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추가경정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인상된 전기차 보조금을 내년까지만 적용할 것을 권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는 보조금을 올 7월 기존 1200만 원에서 1400만 원으로 올린 바 있는데요. 이게 기존에 보조금을 받은 소비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 그리고 제도의 일관성, 또 기술 개발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정적으로 본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가 국회 예결위 요구에 맞춰 움직일지는 미지수이지만 보조금 액수를 깎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은 자칫 전기차 활성화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사나 전기차 구매의사를 가진 소비자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테슬라 모델 S

그런데 해당 언론에 의하면 예결위 의원 중 일부가 “테슬라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느냐?”고 물었고, 정부 관계자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자 전기차 보조금이 일부 제조사, 그러니까 현대와 기아에게만 이익이 되는 거 아니냐며 비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로는 기아 쏘울과 레이, 현대 아이오닉, 그리고 르노삼성의 SM3 전기차, 여기에 파워플라자라는 곳에서 만든 화물트럭 한 대와 닛산 리프, BMW i3 등이 있는데요. 최근 쉐보레의 경 전기차 스파크는 판매가 종료됐기 때문에 판매량 면에서 가장 높은 현대차 그룹이 보조금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사실입니다.

공정한 보조금 정책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예결위 국회의원들의 의견은 충분히 지적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 공정성을 위해 테슬라에게까지 보조금을 줘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독일의 경우를 보며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독일 여론, 전기차 보조금에 비판적

지난 4월 말, 독일 정부는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순수 전기차는 4000유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3000유로까지 보조하기로 했죠. 2020년까지 총 12억유로 (약 1조5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비용이 먼저 소진되면 그날로 보조금 정책은 끝을 내는 형식입니다.

▲ BMW i8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내용은 6만 유로 이상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돈으로 1억 원대 수준인 테슬라 모델 S와 모델 X,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BMW X5나 i8 같은 모델들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테슬라 모델 3의 경우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음).

보조금 제도에 찬성의 목소리를 낸 업계와는 달리 독일 내 여러 학자나 전문가, 일부 정치인은 이런 보조금 정책 자체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인프라 구축이나 연구 개발에 돈을 들이고 다양한 제도를 통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게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논리였죠. 무엇보다 독일의 여론이 굉장히 안 좋았는데요. 전기차를 구매할 수준에 있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을 위해 국민 세금이 쓰이는 게 타당한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 국민 세금 허투루 쓰지 말길

독일은 그나마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2020년까지 1만5000개의 충전소를 짓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2020년까지 3100개 설치 계획과는 차이가 좀 나죠. 물론 두 나라의 1년 신차 구매 수준이 2배 조금 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현재의 뜨뜻미지근한 전기차 지원 정책 분위기로는 전기 충전소 가뭄 해갈이 제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또 보조금 역시 독일은 총액을 정해놓고 그 전체 금액의 절반을 자동차 회사들이 부담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온전히 국민 세금으로 부담을 하고 있습니다.

▲ 현대차 아이오닉EV

따라서 세금이 제조사와 부자들을 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국민의 비판도 충분히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보조금 제도는 전기차 스스로가 구매력을 획득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봅니다. 하지만 고가의 전기차까지 그 대상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독일처럼 차량 판매가에 제한선을 두는 방법도 고려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조금이 특정 제조사에게만 이익이 쏠리지 않도록, 다양한 전기차 생산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전기차는 가장 확실한 대안 중 하나입니다. 전기차 기술과 배터리 산업 등, 새로운 경제의 한 축으로서도 매우 중요해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이 동원되는 전기차 지원 방안은 근시안적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됩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간의 방향성 안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 푼이라도 세금이 허투루 쓰여선 안 됩니다. 보조금 정책은 이런 기본 안에서 틀을 잡아갔으면 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