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 칼럼]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동화 끈을 매고 있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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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31 20:59
[김한용 칼럼]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동화 끈을 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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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가 숲을 걷던 중 곰이 나타나자 한 친구는 운동화 끈을 고쳐 매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는 어이없다는 듯 “넌 곰이 얼마나 빠른 존재인지 알기나 하냐”고 운을 떼었다. 그러더니 “시속 40km로 달릴 수 있는데다, 사실 나무까지 오를 수 있어. 네가 곰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냐”며 조목조목 비웃었다. 운동화를 고쳐 맨 친구는 답했다. “괜찮아 너보다 빠르면 되거든”

# 자율주행차를 믿습니까?

자동차 기술은 놀랍도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도 ‘자율주행’은 명확하고 분명하게 우리 코 앞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도 자율주행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험해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은 여전히 뿌리깊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거나, 법적인 문제, 도덕적인 문제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실현이 어렵다는 얘기도 숱하게 나온다. 인간과 자율주행이 섞여서 달리는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자동차들이 자율주행에 가깝게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만 해도 아반떼부터 제네시스 EQ900까지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가다서다를 할 수 있는 기능을 해낸다. 제네시스 G80, EQ900 같은 차는 세련되게 핸들까지 돌려준다. 

이 정도만 해도 사실상 자율주행의 일부 기능이 구현된 셈이다. 몇가지 기능을 추가하고 신뢰 수준만 조금 더 높이면 좀 더 자율주행에 가까워진다. 

컴퓨터가 운전하는 차를 어떻게 믿느냐고 손사레를 치는 운전자라도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율주행의 물결에 동참했다. 적어도 오늘 아침 올림픽대로를 거쳐 출근했다면 그 근처엔 스스로 운전하는 차가 있었다. 바로 내가 탄 기아 니로다.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한번 밟지 않았지만 아마 다른 운전자와 전혀 구별하지 못했을거다. 

우리 회사에 처음으로 이 차가 들어왔을때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이용하는 기자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다들 이 차에 올라타면 가장 먼저 크루즈컨트롤부터 세팅 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장차 거의 모든 차에 기본 장착될게 분명해 보이는 이유다. 

 

# 자율주행 사고율? 인간 운전자만 추월하면 그만

최근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 Pilot)’ 주행 중 일어난 사망 사고를 보고 ‘내 그럴 줄 알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복사고와 기둥을 들이받는 사고까지 발생하자 테슬라도 한발 물러서서 일정시간 핸들을 잡지 않는걸 감지하면 오토파일럿을 해제하는 기능을 집어 넣었다. 이같은 일련의 일들은 ‘자율주행 불가론자’들의 목소리를 키웠다. 아직 인간에 비할바가 못된다는 얘기가 역시 나왔다. 

그러나 보도 됐던 '자율주행차 사고'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인간 차 사고'가 수십만배 더 많이 일어난다. 테슬라는 현재 오토파일럿의 사고율이 인간의 절반 수준이며 앞으로 이보다 10배 낮은 사고율을 내는 차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럼에도 자율주행차 사고는 분명 발생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처럼 다양한 판단을 내리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헤쳐나가는 능력 또한 뒤쳐질지도 모른다.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그런 능력이 인간보다 못하면 또 어떤가. 도로가 자율주행 위주로 변화 된다면 사고율은 극단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적어도 인공지능은 운전중 페이스북을 하거나 늘씬한 여자에 한눈을 팔거나 졸음운전, 음주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버스나 트럭, 택시 운전수라면 곧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겠다. 당신 곁의 인공지능이 운동화 끈을 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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