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형 그랜저(IG), 기아 K7보다 작은 엔진 달린 사연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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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30 11:57
[기자수첩] 신형 그랜저(IG), 기아 K7보다 작은 엔진 달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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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아슬란의 판매를 개시한지도 벌써 2년. 당초 계획은 그랜저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고급세단을 지향하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이렇다 할 신차 효과도 없이 노후차종의 길을 걷고 있는데, 심지어 최근 6개월간은 월 200대도 채 팔지 못해 현대기아차 최하위 그룹에 자리잡은 모델이 됐다. 

재고를 500만원까지 할인해 팔고, 개소세 인하를 비롯한 다양한 촉진책에도 불구하고 아슬란의 저조한 판매고는 꿈쩍하지 않았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 "그랜저가 K7보다 '반등급' 낮아진 이유는 '아슬란' 때문"

아슬란 혼자만 가라앉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그 영향은 신형 그랜저(IG) 기획에까지 미쳐 관계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라인의 상하 관계 상 신형 그랜저는 설계 때부터 여러 부분의 기대 수준을 낮춰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아슬란 수준의 인테리어를 할 수 없어 일부 고급스러운 부분을 삭제 해야만 했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심지어 파워 트레인도 아슬란을 의식해 3.3리터 엔진을 포기했다. 당초 3.5리터 MPI(구형 포트분사) 엔진도 고려 됐지만 국내 시장선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중동 전용으로 돌리게 됐다. 

결국 그랜저는 이전에 비해 훨씬 고급스러워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3.0리터와 2.4리터 두가지 가솔린 엔진을 주력으로 삼게 됐다. 물론 디젤 2.2리터 R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는 등 파워트레인 다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다. 

반면 기아차는 아슬란급 차가 없기 때문에 K7의 디자인과 성능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었다. 이로 인해 K7에는 3.3리터 엔진이 장착된다. 인테리어에서도 K7 쪽 디자인이 돈을 훨씬 많이 쓴 느낌이다. 이로 인해 앞으론 K7이 그랜저보다 '반단계 윗급'이라는 말을 듣게 될 터다. 실제로 K7은 아슬란까지 방어해야 하는 경쟁모델이다. 

 

# '유리천장' 없이 최선 다해야

최근 내놓는 신차마다 고전하는 현대차 입장에서 이번 그랜저는 그 어떤 차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팔리지도 않는 타 차종을 고려해 스스로 상한선을 그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랜저'라면 적당히 타협해도 무조건 팔릴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4월, '한정판 그랜저'를 내놓고도 반도 팔지 못해 체면을 구긴 일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근 노사문제로 인해 제품의 최종 마무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신형 그랜저의 출시 시기는 11월로 앞당겨졌지만 이제야 파일로트(P2;2단계 연구소 시험생산)를 개시 했을 정도로 일정이 빠듯하다. 노사간 임금 협상안이 부결되면서 파업과 맞물렸고 갖은 내우외환이 이 차의 출시 단계에 쏟아야 할 노력을 분산 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형 그랜저는 결코 만만한 차가 아니다. 브랜드 신뢰도가 국내 자동차 중에서 가장 깊고 든든한데다 이번 신차에 대한 내부 평가도 매우 좋은 편이다. 간만에 경쟁 모델들을 압도할만한 제품이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이 차를 성공 시킬 수 있다. 지금이라도 엔진 라인업부터 다시 고민 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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