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또 에어백 논란…사망 사고에도 '안 터져'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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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12 17:10
현대차, 또 에어백 논란…사망 사고에도 '안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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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에어백 미전개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운전자가 사망할 정도의 대형 사고지만 에어백이 단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지난 7월 사고가 난 현대차 투싼ix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대차 투싼의 에어백이 무용지물’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돼 화제를 모았다. 지난 7월14일, 현대차 투싼을 주행 중이던 한 운전자가 원인불명(졸음운전 추정)의 충돌 사고로 사망했으나 차량에 장착된 6개의 에어백 중 한 개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에어백이 정상 작동했다면 운전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대차 측은 1차 충돌 후 2차 충돌 시 차량의 속도가 30km/h 미만이어서 에어백 전개 조건에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해당 글 작성자는 고인의 친구라고 자신을 밝혔다. 

▲ 대형 사고에도 현대차 투싼ix의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는 게시물

이어 한 전문가의 소견서를 첨부했다. 작성자는 "의뢰 결과 '충돌 센서의 회로 보호 커버까지 떨어지는 충격에도 측면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것은 에어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서를 받았다"면서 "이에 대해 따졌으나 현대차는 책임이 없다며 유족들과의 만남조차 거부한 상태"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차량 밑부분이 먼저 바위와 부딪히며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차량 측면은 바위에 눌려 부서진 것"이라며 "에어백 작동 조건이 맞지 않아서 전개되지 않은 것이지 에어백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2011년 제네시스…'충격이 약해 안 터져'

현대차가 사망 사고에도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한 운전자가 제네시스를 타고 주행 하던 중 측면충돌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차량에 장착된 8개 에어백 중 단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 

▲ 지난 2011년 사고가 난 현대차 제네시스

당시 현대차는 “점검 결과 에어백에는 이상이 없었으며, 충격이 약하거나 충돌 각도가 센서 감지범위를 벗어나면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2013년 아반떼…'충돌 각도가 맞지 않아 안 터져'

최근에도 현대차의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다는 제보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교통안전공단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접수된 국내 에어백 오작동 신고 211건 중 약 40%에 해당하는 81건은 현대차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9월, 아반떼 주행 중 사고가 나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한 운전자는 "엔진룸이 뭉개지고 실내 마감재까지 다 튀어나올 정도의 대형 사고에도 에어백이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현대차 쪽에서는 ECU 쪽에 신호가 안 왔느니, 충돌 각도가 틀려 안 터졌다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또,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 실실 웃으면서 신호가 안 와서 안 터진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지난 9월 사고가 난 현대차 아반떼

◆ 2013년 스타렉스…'정중앙으로 부딪히면 안 터져'

지난달 16일, 스타렉스 주행 중 사고를 당한 운전자도 "전신주를 정면으로 들이받고 차량이 반파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에어백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차량 정중앙을 부딪쳐 에어백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어서 현대차에는 잘못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사고 날 때 차량이 정면으로 받을지, 옆면으로 받을지, 운전석으로 부딪칠지 각도 계산해서 들이받아야 에어백이 작동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 현대차 에어백 미전개, 미국에서는 천문학적 보상 판결

에어백 미전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상황은 한국과 달랐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진행된 티뷰론 에어백 결함 소송에서 버지니아주 플러스키 법원 배심원들은 현대차가 운전자 덩컨(Duncan)에게 1400만달러(약 160억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08년형 티뷰론을 운전하던 덩컨은 지난 2010년, 주행 중 도로변에 있는 나무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심각한 외상성 뇌 손상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덩컨 측 변호사는 "현대차가 티뷰론의 측면 에어백 센서를 잘못된 위치에 장착해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현대차도 연구 과정에서 센서 위치에 따른 잠재적 위험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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