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너] BMW M GmbH, 서킷의 일인자가 도로를 누비기까지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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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18 14:08
[튜너] BMW M GmbH, 서킷의 일인자가 도로를 누비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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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모터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던 BMW는 1970년에 들어서 더욱 특별한 경주차가 필요했다. 이미 시판되고 있는 차를 튜닝해 경기에 나서기보다 경기에 참가할 목적으로 신차를 먼저 개발하자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당시 FIA가 주관하던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FIA 그룹4) 최소 400대를 제작해야 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조르제토주지아로의 이탈디자인은 디자인을 맡았고 람보르기니는 생산을 책임지기로 했다. 하지만 오일쇼크와 경제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람보르기니는 경영 악화로 생산에 차질을 겪게 된다. BMW는 생산업체를 ‘바우어(Baur)’로 교체하고 1978년부터 1981년까지 간신히 456대를 완성했다. 이 차는 BMW 최초로 M배지를 달게 된다.

▲ M1. 이탈디자인에서 디자인을 맡은 탓에 여느 BMW와 크게 차별화됐다.

BMW는 M1을 시작으로 다양한 M시리즈를 내놓으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M은 BMW를 넘어서 고성능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으며 마니아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 “위기는 없다”…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걷다

늘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예기치 못한 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 위기를 딛고 일어나는 휴먼드라마 같은 모습에 사람들은 감동한다. 사람의 인생사나 기업의 역사는 대부분 이런 히스토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BMW M은 처음부터 위기의 순간 한번 없이 탄탄대로를 걸었다. 몇몇 위기라고 말할 수 있는 일화도 있지만 그마저도 의연하게 넘어갔다.

▲ 1972년 설립된 BMW Motorsport GmbH.

이미 수차례의 우승으로 모터스포츠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BMW는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래서 모터스포츠를 담당하던 부서를 회사에서 독립시키기로 결정, 1972년 5월 1일 BMW M GmbH의 전신인 Motorsport GmbH(이하 Motorsport)를 세운다.

▲ 유럽 투어링카 챔피언십을 우승으로 이끈 BMW 3.0 CSL. 저때부터 M은 삼색 스트라이프를 쓰게 된다.

당시 인원은 35명에 불과했는데 엔지니어와 드라이버, 감독 등도 여기 포함됐다. BMW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곧바로 유럽 투어링카 챔피언십을 준비한다. Motorsport는 6시리즈 쿠페를 기반으로 제작한 3.0 CSL을 내놓는다. 문짝이나 보닛 등 차체 대부분을 알루미늄으로 새로 제작해 경량화에 성공했다. 3.0 CSL은 1973년 유럽 투어링카 챔피언십 출전과 동시에 우승을 차지했고 1979년까지 연속해서 경쟁차를 따돌렸다. 이후 BMW는 Motorsport를 통해 유럽에서 열리는 다양한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BMW는 포르쉐 911을 넘어서기 위해 M1을 개발했다. 소리소문 없이 911을 경주차로 개조한 포르쉐가 FIA 그룹4를 휩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세한(?) 람보르기니가 잠시 주춤한 탓에 차가 완성된 시점에는 경기 규정이 바뀌었고 M1은 911과 싸울 수 없었다.

▲ M1 원메이크 레이스인 프로카 챔피언십.

BMW는 이 사태를 무척이나 의연하게 넘겨버린다. M1 원메이크 경기인 프로카(procar) 챔피언십을 만들어 버린 것. M1만 소유하고 있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경기였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도 없다보니 늘 상위권은 프로 드라이버가 차지했고 아마추어들은 차를 부숴먹기 일쑤였다. 덕분에 M1은 더욱 희소성을 갖게 된다. 프로카 챔피언십은 딱 2년 동안 진행됐고 F1의 전설적인 드라이버인 니키라우다와 넬슨피케가 각각 챔피언을 지냈다. 넬슨피케는 이후 BMW의 엔진을 사용한 F1 머신을 타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해 BMW와 인연이 각별하다.

BMW는 비록 M1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프로카 챔피언십의 인기는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고 한다.

◆ 모터스포츠의 기술력을 양산차에 접목시키다

M1을 시작으로 BMW는 본격적인 고성능 차를 양산하게 된다. 기존 판매되던 차에 Motorsport의 기술력을 접목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수익성의 문제였으나 BMW는 각종 모터스포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높였고 이미 소비자들을 안달 나게 만들었다.

▲ M535i. M5 그늘에 가려진 차. M퍼포먼스카의 직계 조상같은 존재.

1979년 BMW는 M535i를 내놓는다. 직렬 6기통 3.5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210마력, 최대토크 31.6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프론트 및 리어 스포일러가 적용됐고 실내에는 레카로 시트가 놓였다. 일반 535i와 달리 Motorsport의 기술력이 접목된 엔진과 변속기, 디퍼런셜, 브레이크 등이 적용됐다. M535i는 BMW 고성능 세단의 시초가 됐고 M5 출시로 이어진다.

▲ 1984년 공개된 BMW M5. 286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M5는 1984년 암스테르담 모터쇼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엔 세단의 형태로 고성능을 발휘하는 차가 많지 않았고 M5는 단번에 주목받았다. 535i의 섀시에 한 단계 발전한 M1의 3.5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넣었다. 최고출력은 286마력에 달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5초, 최고속도는 시속 246km이었다. 1988년까지 총 2919대가 생산됐다.

▲ 1986년 출시된 M3.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제작됐다. 최고출력은 235마력에 달했다.

35명으로 시작한 Motorsport는 어느덧 400여명으로 늘었고 1986년에 이르러 M 역사상 가장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는 M3가 출시됐다. BMW는 M3로 투어링카 챔피언십에 나가기 위해서 5천대의 양산차를 만들어야 했고, 결국 양산 모델과 경주용 모델을 따로 개발하게 된다. 어쨌든 목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 BMW Motorsport는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

▲ M3 실내. 3스포크 스티어링휠과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진 센터페시아가 인상적이다.

직렬 4기통 엔진이 장착된 M3는 1987년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5차례나 BMW를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양산형 모델도 총 1만7970대가 판매되며 기대치를 훨씬 웃돌았다. 지역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후기형 모델은 2.5리터 4기통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35마력의 성능을 발휘했다.

1992년 출시한 두 번째 M3는 출시와 동시에 품절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판매 규모도 크게 늘어 총 7만1242대가 팔려나갔다. M3는 BMW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카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 약 24만대가 판매됐다.

◆ 세계 최고만이 모이는 곳, F1 그랑프리 진출

1980년에 들어서 Motorsport는 F1 엔진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르노가 먼저 터보 엔진의 불을 지폈고 각종 경기를 통해 터보 엔진에 대한 기술력을 쌓았던 Motorsport는 브라밤 레이싱팀에 터보 엔진을 공급한다. 당시 Motorsport는 1.5리터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해 무려 1400마력까지 성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 넬슨-피케의 BMW 브라밤 F1 머신. 이때까지만 해도 F1에서 BMW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1982년부터 브라밤 레이싱팀에 터보 엔진을 공급했고 1983년 넬슨피케는 이 엔진으로 우승을 차지한다. 그리고 ATS, 애로우즈, 베네통, 윌리암스 등에 엔진을 공급했고 2006년부터 BMW 자우버 팀을 만들어 2009년까지 F1 무대에서 활약했다.

BMW는 독일 DTM에만 주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부터 F1 엔진 규정이 1.6리터 터보 엔진으로 새롭게 바뀌면서 복귀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터보차저에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BMW가 복귀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 BMW DTM 머신. DTM는 BMW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 고성능 신차 개발에 집중, 더욱 다양한 M이 쏟아진다

Motorsport GmbH는 1993년 회사 이름을 M GmbH로 바꾼다. BMW 인디비주얼과 BMW 드라이버 트레이닝 등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가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돼 재정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1995년에 영국에 세워진 BMW Motorsport Ltd가 BMW의 모든 모터스포츠를 총괄하면서 BMW M은 BMW M 신차 개발과 BMW 인디비주얼, 그리고 BMW 드라이버 트레이닝에만 집중하게 된다. 덕분에 M은 더욱 다양한 고성능 신차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 오리지널 M카.

최근 BMW M시리즈는 크게 세종류로 나뉜다. 초대 M5로부터 시작된 오리지널 M카는 현재 1시리즈 M 쿠페, M3, M4, M5, M6, X5 M, X6 M 등으로 이어졌다. M1의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1시리즈는 숫자 앞에 M을 붙이지 못했다. 또 최근 들어 BMW의 새로운 작명법 때문에 그마저도 M2로 이름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 오리지날 M. 1시리즈 M쿠페, M3, M4, M6 그란쿠페, M6 쿠페, M5(좌측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

M 퍼포먼스카는 오리지널 M카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 오리지널 M카가 가솔린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고집하는데 M 퍼포먼스카는 비교적 자유롭다. 디젤 엔진 최초로 M배지가 붙기도 했고 사륜구동 시스템도 적용된다. M135i, M235i, M550d xDrive, M550d xDrive 투어링, X5 M50d xDrive, X6 M50d xDrive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M 퍼포먼스카. M135i, M235i, X6 M50d, M550d xDrive(좌측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마지막으로 M 스포트 패키지. 다양한 액세서리로 일반 모델을 M카처럼 꾸밀 수 있다. 휠이나 타이어는 기본이며 바디킷, 스티어링휠, 시트 등을 선택해 차에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엔진 성능을 향상시키는 파워킷도 제공되고 있으며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 M 스포트 패키지가 장착된 4시리즈와 X5.

BMW M이 설립된지 올해로 41년째. 큰 어려움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것은 꽤 고무적이다. 또 언제나 남들보다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이끄는 모습은 무섭기까지 하다. BMW는 아직도 M을 통해 보여줄 것이 많다고 한다. M은 지난해부터 성능과 효율성을 겸비한 차세대 M카 프로젝트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M의 혁신은 계속될 것이며 지금에서 놀라긴 이르다는 것이 BMW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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