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클래스를 함께 만들던 벤츠와 포르쉐, 박물관 교류 이벤트 실시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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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01 15:47
E클래스를 함께 만들던 벤츠와 포르쉐, 박물관 교류 이벤트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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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세계 최고라고 자부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 적을 두고 있다. 이들 본사의 거리는 불과 10km 남짓이다. 하늘 아래 두개의 태양은 없다지만, 이 둘은 슈투트가르트를 독일 최고의 제조업 도시로 성장시켰다. 

 

서로 이빨을 드러내며 싸울만도 한데,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는 이상하리만큼 사이가 좋다. 그리고 이번엔 서로의 발전을 위해 ‘박물관 교류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의 티켓을 포르쉐 박물관에 제시하면, 입장권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 총책임자 크리스찬 부케는 “많은 관광객들이 위대한 자동차 박물관을 보기 위해 슈투트가르트를 찾는다”며 “공동 프로젝트를 영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포르쉐 박물관 총책임자 아힘 스테이스칼은 “각기 다른 두 브랜드의 역사가 모든 관람객들을 만족시킬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권 할인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앞에는 포르쉐의 클래식카가, 포르쉐 박물관 앞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클래식카가 전시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가 손을 잡았던 적은 예전에도 많았다. 알고보면, 포르쉐의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다임러와 벤츠가 합병한 후 처음 내놓은 스포츠카 ‘SSK’를 제작했으며, 자동차 최고속도를 내기 위해 제작된 ‘레코드바겐 T80’의 디자인도 맡았다. 레코드바겐 T80에는 무려 44.5리터 V12 엔진이 장착됐고, 최고출력은 3000마력이었다.

▲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디자인한 메르세데스-벤츠 레코드바겐 T80

거대하고 화려한 스포츠카를 원했던 메르세데스-벤츠와 달리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작고 가벼운 스포츠카를 구상했다. 결국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나와 포르쉐를 만들게 됐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포르쉐는 E클래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 포르쉐가 만든 E클래스 ‘500E’

메르세데스-벤츠는 초대 E클래스라고 불리는 ‘W124’를 스포츠 세단으로 꾸밀 계획을 세웠다. 때마침 포르쉐는 재정난에 빠져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포르쉐에게 고성능 세단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고,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포르쉐는 이를 받아들였다.

 

포르쉐는 별도의 조립 라인을 꾸릴 비용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W124를 기반으로 하는 고성능 세단을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한대가 완성되기 걸리는 시간은 18일이었다. 포르쉐 공장에서 포르쉐 작업자가, 메르세데스-벤츠의 부품으로 만든 ‘500E’는 큰 인기를 끌었다. 제작과 개발에 포르쉐가 관여한 부분은 거의 없지만 단지 포르쉐가 만들었단 이유로 ‘포르쉐 프리미엄’이 붙었다. 

 

500E에는 5.0리터 V8 M119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326마력, 최대토크는 48.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5초, 최고속도는 시속 260km다.

 

500E는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약 1만500대가 생산됐다. 1993년까지 포르쉐가 만드는 동안엔 500E란 이름이 붙었고, 이후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름도 E500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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