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3가지 주장에 대한 4가지 반박…미국 투싼 범퍼, '오해와 진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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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02 02:32
현대차의 3가지 주장에 대한 4가지 반박…미국 투싼 범퍼,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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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지난달 30일 자사 블로그의 ‘오해와 진실’코너를 통해 ‘투싼 내수-수출 모델간 범퍼가 다르고 차별이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현대차는 모터그래프와 커뮤니티에 퍼져나가는 소비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내용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 현대차 블로그(About Hyundai)에 올라온 수출형 투싼 관련 글

첫째, ▲ 투싼의 범퍼 가장자리 구조물은 스몰오버랩충돌 안전성 시험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 둘째로 ▲이 부분은 국내 보행자 안전규정상 장착할 수 없음. 셋째는 ▲ 이 부품이 없어도 스몰오버랩충돌 결과는 미국 사양과 완전히 동일하다는 등 크게 세가지의 주장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취재결과 이들 모두 사실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 1. 범퍼빔 가장 자리는 스몰오버랩 충돌 안전성과 상관 없다?

사실을 알기 위해 시험을 진행한 미국 IIHS에 질문을 하기로 했다. IIHS의 부원장격인 러스레이더(Russ Rader)는 “우리가 칠한 파랑,녹색,노랑색,빨간색, 오렌지색은 모두 충돌 보호 구조물”이라면서 “각각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일부는 IIHS 스몰오버랩 충돌테스트에 도움이 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The painted parts in blue, green, yellow, red and orange are crash protection structures. We don’t know what the function of each structure is, but some of them are likely in place to help with the IIHS small overlap test)”고 답했다. 

시험을 한 IIHS는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이 부품들이 '충돌 보호 구조물'이라고 하는데 현대차는 왜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던 것일까. 미국 고속도로 보험안전협회도 거짓말을 할리도 없고, 현대차도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대체 누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수리비 산정 시험 'RCAR TEST'로 유명한 RCAR(Research Council for Automobile Repairs;세계 자동차 수리 연구 위원회)는 코너익스텐션과 플랜지를 사고시 수리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장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현대차 블로그의 글이 맞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투싼의 이 부분은 ‘코너 익스텐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싼의 이 부위는 범퍼빔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부터 용접해 만들기 때문에 ‘익스텐션’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코너 익스텐션’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RCAR에서 코너익스텐션과 플랜지에 대해 명확히 정의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RCAR는 플랜지는 5mm 이하로 범퍼에 덧대는 얇은 철판을 말한다. 범퍼빔이나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쉽게 휘어지는 아주 얇은 철판이다. 반면 코너익스텐션은 범퍼레일이 닿지 않는 코너에 나사나 용접 등으로 장착하는, 말 그대로 ‘코너 + 익스텐션’이다. 플랜지나 코너익스텐션은 현대차의 다른 차들에 사용된다. 

제네시스 같은 고급차를 보면 전면 보행자 충돌 감지 센서를 가장자리까지 넓히고 사고 범위를 줄이기 위해 플랜지를 장착한 걸 볼 수 있다. 

미국형 투싼 범퍼빔(위)과 내수용 투싼 범퍼빔(아래)

IIHS가 공개한 미국형 투싼의 범퍼빔을 사진으로만 보면 해당 부위가 코너익스텐션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얼핏봐선 얇은 철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위는 얇은 철판이 아니다. 롤포밍이라는 기법으로 만들어졌는데, 자동차에서 가장 강력한 철강으로 만들어져 망치로도 휘기 어려운 부분이다. 

# 연구원과의 인터뷰, “미국형 투싼 범퍼 가장자리는 코너 익스텐션이 아니라 범퍼빔”

이 부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관련 연구원과 인터뷰를 했다. 비록 익명이지만 본인의 양심에 따라 인터뷰에 응한 점에 감사드린다. 

아래는 연구원과의 인터뷰

Q. 투싼의 범퍼빔 강도가 약하다고 하던데... 

A. 그렇지 않다. 이 차의 범퍼빔은 롤포밍으로 만드는 단단한 부분이다. 

Q. 롤포밍이 뭔가

판재를 연속성형을 하는거다. 프레스같은 경우는 패널을 꽝 찍어서 한 제품을 만드는데, 롤포밍은 철판을 휴지처럼 롤을 지나면서 성형하는데, 40단계 정도의 롤을 통과시키면서 성형한다. 

Q. 처음에는 평평했던 것이 접히면서 튼튼해진다는 건가.

A. 맞다. 점점 오무려지면서 주먹쥐듯이 성형된다. 구글이나 이런데 롤포밍 검색해보면  나올거다. 

Q. 제네시스 범퍼 같은건 알루미늄 압출도 한다는데 

A. 그렇다. 간단히 말하면 가래떡 뽑듯이 알루미늄 용재를 쭉 뽑아내서 커팅하고 성형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거다. 

Q. 아무래도 알루미늄은 약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A. 강도에 따라 계열이 나뉘는데, 5000, 6000 계열 정도 되면 충분한 강도가 된다. 철강으로 치면 780MPa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Q. 현대차는 590MPa를 초고장력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초고장력 강판보다 강하다는건가

A. 요즘 초고장력이라는 개념은 기준이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데, 일반적으로 ‘초고장력이다’하면 1200MPa급 정도 되니까 이 정도 계열은 그렇게까지 강한건 아니다. 필요에 따라 더 높은 계열을 써 철강보다 오히려 강도를 더 높게 만들 수 있는데다 동일한 강도라도 고급차는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을 많이 쓴다. 

현대차 블로그(About Hyundai)의 사진. 확장된 범퍼빔을 시속 5km 정도의 저속 충돌에 대응하는 '코너익스텐션'이라 잘못 표기하고 있다. 

Q. 그럼 투싼 같은 일반적인 차의 범퍼빔 인장강도는 어느정도 되나

A. 보통 롤포밍을 쓰는 차들은 다 1180MPa급(현대차 ‘초고장력 강판’의 2배) 정도다. 요즘은 필요하면 1500MPa 정도는 올릴 수 있다. 또 보론강을 뜨거운 상태에서 냉각시키면서 프레스 하는 이른바 ‘핫스템핑’ 공법을 이용하는 범퍼빔도 있다.

Q. 그러면 자동차 전체에서 A필러 B필러 같이 가장 강력한 빔이 되는건가. 

A. 그렇다. 가장 강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범퍼빔은 무조건 강하다고 좋은건 아니다. 변형이 되면서 충격을 얼마나 흡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Q. 그러면 휘어지거나 부러졌다고 충격 흡수를 못한게 아니라는 얘긴가. 사고 사진 보고 찌그러졌다고 이거 알루미늄 호일이라고 하는 경우 있는데 그건 완전히 잘못됐다는건가.

그렇다. 휘어지거나 부러지는 것도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다. 

Q. 투싼 범퍼빔의 국내용은 미국 수출용에 비해 왜 짧은가

범퍼커버와 헤드램프 아래쪽 램프 디자인 레이아웃에 따라서 달라진다. 

또 충돌테스트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내수향(국내용)에 비해서 북미향(미국수출형)은 끝단부에 리인포스(Reinforce)를 더 대거나 길이를 길게하거나 꺾이는 각도를 더 주거나 하는 형식으로 적용한다. 

Q. 사진에서 보니 가장자리가 그저 약한 철을 덧댄걸로, '익스텐션'으로 봤는데 

그건 아니다. 

Q. 가장자리에도 가운데 범퍼빔과 비슷한 강도의 철을 붙였다는 얘긴가

아니다. 어차피 가운데와 가장자리가 하나의 범퍼 레일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R-CAR도 그렇고 스몰오버랩테스트도 KNCAP에서 하는 것보다 많이 높다 보니까. 그걸 만족하기 위해서 끝단에 리인포스를 더하거나 길이를 길게해서 커버하는 부분의 성능을 높이는 방법을 쓴다.

Q. 그러면 국내도 램프 디자인만 조금 바꿔서 길다란 범퍼빔을 쓰면 좋지 않을까. 

A. 그렇게 굳이 과하게 북미 기준에 맞춰서 키울 필요가 없는게, 국내 기준 성능만 만족하면 되는 부분이니까.

Q. 우리나라는 테스트가 없으니까 그렇다는건가. 테스트가 어서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 국가별로 기준이 좀 다르다.

Q. 길다란 범퍼빔을 쓰면 국내 보행자 규정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다. 보행자 충돌테스트를 할때 무릎 부분 기준이 있는데, 항상 그 부분이 일정하게 돼 있으니까. 범퍼레일 기준으로 했을때 위로 보강 리인포스를 붙이느냐 아니면 아래에 스티프너 길이를 짧게하거나 길게해서 일정 높이만 충격을 피하게 한다. 스티프너 레일 높이를 조절하면서 보강하기도 한다. 물론 (안전도를) 조금 덜 만족시켜도 되면 그 부분(범퍼빔)을 짧게하면 뭐 (장치가) 많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조절을 할 수 있다. 

# 2. ’코너 익스텐션’을 붙이면 보행자 안전 규정 위반이라 불법?

현대차는 ‘코너 익스텐션’, 혹은 길다란 ’범퍼빔’을 붙이면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쪽에 철제로 만든 범퍼빔이 없어야만 국내 규정을 통과할 수 있다고 단정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 제네시스만 봐도 범퍼 커버를 벗겨내면 양쪽으로 뻗은 길다란 범퍼빔이 나온다. 현대차는 국내 법규에는 통과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어떻게 제네시스, 그리고 EQ900 같은 고급 자동차에는 모두 길다란 범퍼빔을 장착한 것일까. 

▲ 제네시스 EQ900의 범퍼레일

현대차는 블로그를 통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 102조 2항에 있는 규정 때문에 코너 익스텐션을 붙이면 보행자  법규를 통과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항목 어디도 코너익스텐션이나 길다란 범퍼빔을 붙이면 안된다는 내용이 없다. 

국토부의 안전기준 담당자는 “법규에 코너익스텐션을 붙이면 불법이라는 규정은 없다”면서 ”정해진 안전 기준이 있고, 제조사가 어떻게든 그것만 맞추면 된다”고 설명했다.  

길다란 범퍼빔을 붙이면 범퍼빔 자체의 가격도 비싸지만 가운데에만 범퍼빔이 있는 경우에 비해 리인포스나 스티프너 같은 보행자 안전 보강 장치를 덧붙여야 하고 때문에 비용이 다소 더 들게 된다고 연구원은 말한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말한것과 달리 긴 범퍼빔을 장착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국내 보행자 안전 규정 때문이 아니라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대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3. 국내 범퍼빔으로도 스몰오버랩테스트에서 동일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스몰오버랩을 G등급으로 통과하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14년 현대차 LF쏘나타도 정작 G등급을 달성했다더니, 실제 IIHS 스몰오버랩테스트에선 한단계 낮은 A를 받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는 신차발표회에서 G를 받을게 확실하다는 멘트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

‘짧은 범퍼빔으로도 스몰오버랩테스트를 만점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확신 할 수 없는 것이다. 국내용 짧은 범퍼빔을 달면 스몰오버랩테스트에서 장애물에 닿지도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범퍼빔이 없는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투싼의 범퍼빔에 그리 힘을 받지 못하는 얇은 코너 익스텐션만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북미형 투싼의 범퍼빔. 가장자리까지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져 있다. 프론트범퍼 크러시박스(Crush box;마운트 기둥 부분)를 역쐐기 형으로 만들어 스몰오버랩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도록 고안됐다. 

그러나 미국수출형 투싼의 범퍼빔은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가운데와 가장자리 모두 차에서 가장 강력한 철강으로 한덩어리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스몰오버랩을 통과하기 위해 장애물이 프레임레일 기둥을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도록 연구했다. 기둥을 11자로 만드는게 아니라 역쐐기 형으로 만들어서 충돌하는 충격이 프레임레일에 조금이라도 전달되도록 했다. 

그 구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실제 투싼의 조수석 충돌테스트에서 범퍼빔은 결코 스쳐지나가지 않고, 장애물과 직접 부딪쳐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 앞에 있던 사각형 구조물이 세모 모양으로 찌그러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충격은 자동차 정면충돌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인 프레임레일에 전달된다. 프레임레일이 충격을 받아 찌그러지고 그 반동으로 범퍼빔이 떨어져 나가버린다. 범퍼빔이 얼마나 강력한지 떨어지고 나서도 형상을 그대로 유지한다. 

IIHS 조수석 측면 스몰오버랩 충돌시험 중 한 장면

자동차에서 아무 이유없이 장착하는 부품은 없다. 불과 시속 5km의 R-CAR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이렇게 강력한 범퍼빔을 장착할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 결론 - 법에 '턱걸이' 하는게 아니라 생명 중시하는 '선도적' 기업 돼야

이제 긴 글의 결론을 말해보자. 우선 IIHS와 관련 연구원에 따르면 투싼의 미국형 범퍼빔은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위한 것이다. 국토부와 해당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는 보행자 법규 때문이 아니라 디자인과 비용 때문에 적용하지 않았다. 또, 현행 국내용 범퍼로는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통과 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현대차의 주장이 모두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5000명씩 교통사고로 죽는다. OECD에서 최악이다. 만약 현대차가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에 진정 관심이 있다면 보행자 안전규정만 통과 할 게 아니라 법이 강제하지 않더라도 스몰오버랩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범퍼빔을 장착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이번 사안을 두고 현대차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게 어떤 내용인지, 블로그가 옳은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블로그의 내용 또한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연구원이 쓴게 아니라 국내영업팀 직원들이 부랴부랴  써서 올렸다고 한다. 이래서야 소통을 하겠다는게 아니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겠다는 걸로 보인다. 

앞서 모터그래프는 현대차에 질의문을 보냈다. 대체 현대차는 보행자 규정 어떤 부분을 만족시킬 수 없는지, 투싼의 범퍼레일이 미국과 소위 ‘코너익스텐션’만 빼면 동일하다는데 정말 그런지, 국내용도 투싼도 스몰오버랩을 동일한 수치로 통과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었는지 혹은 그냥 자신감의 표현일 뿐이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아직도 현대차의 답은 없다. 이에 대한 답을 받게 되면 다음 기사에선 더욱 깊이 있는 내용으로, 혹은 현대차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반영해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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