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조수석 안전까지 ‘넉넉하게’, 국내 범퍼빔은 ‘짤막하게’?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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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27 22:33
현대차, 美조수석 안전까지 ‘넉넉하게’, 국내 범퍼빔은 ‘짤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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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판매되는 현대차 투싼에 장착된 중요 안전 보강재가 국내 차량에서는 삭제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제조사들도 미국에 판매되는 모델과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모델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IIHS(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는 소형 SUV 7종을 대상으로 조수석 쪽 스몰오버랩테스트를 실시했다. 여기서 현대차 투싼은 비교차종 중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IIHS는 스몰오버랩을 위한 여러 안전장비 중 범퍼빔에 집중했다.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좌우 대칭형으로 범퍼빔을 확장했으며, 소재와 재질을 양쪽 모두 적절히 보강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범퍼빔만이 충돌안전에 유일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IIHS측은 보고 있다. 

평가가 가장 나빴던 도요타 라브4, 닛산 로그는 조수석쪽 범퍼빔이 짧아서 조수석쪽의 스몰오버랩 테스트에 취약했다고 설명했다. 스바루 포레스터 등은 좌우측의 모양이 같지만 재질과 두께가 달랐다고 했다. 

범퍼빔을 비롯해, 프레임레일, 사이드프레임 등 다양한 부품들이 모두 우수해야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데, 투싼은 이 점을 모두 만족시켰다는 내용이다. 

▲ 스몰오버랩을 통과하기 위해 제조사들이 개선하는 부품들/그림=IIHS

하지만 이 점은 미국에 판매되는 투싼에 해당되는 설명이다. 국내에는 이 중 범퍼빔을 확장한 부분이 양쪽 모두 삭제됐기 때문이다. 

# “주간 주행등을 달려면 어쩔 수 없어요”

27일 모터그래프는 현대차 투싼의 앞범퍼 커버를 탈거해 내부를 살폈다. 미국에 판매되는 투싼과 국내에 판매되는 투싼의 범퍼 내부는 눈으로 보기에도 전혀 달랐다. 내부가 다르다는 점을 처음 목격한 것은 아니다. 기아 K5를 비롯한 다양한 차들의 범퍼 구조가 다르다는 점이 수차례 언급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공인기관에서 해당 부품이 충돌에 미치는 영향까지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얇은 범퍼커버 안쪽에는 범퍼 레일, 혹은 범퍼빔이라 불리는 구조물이 나오는데, 국내 판매 모델은 한쪽도 아니고 양쪽 가장자리 모두 휑하니 비어있다. 과거에는 여기까지 레일이 이어졌는데, 최근 현대기아차들은 모두 이 부분이 삭제됐다. 

미국 수출용 투싼의 범퍼를 탈거한 모습(위)와 내수용 투싼의 범퍼를 탈거한 모습(아래)

현대차 관계자는 디자인을 조금 더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이 부분을 짤막하게 줄여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IIHS 테스트를 위해 이 부분의 주간 주행등이 삭제되거나 위쪽으로 조금은 어색하게 올라가 붙게 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근 차들은 여러 부위가 플라스틱 등 경량소재로 만들어져 있어 범퍼빔과 서브프레임을 피해 충돌하는 경우 아무 거침 없이 캐빈(승객실)까지 바퀴가 밀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미국용 투싼의 앞모습. 안개등이 위쪽으로 몰려 붙어있다. /사진=현대차 미국법인

# 각국마다 다른 안전규제…우리도 안전은 최고 수준 돼야

“나라마다 그에 맞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규가 더 강화된다면 거기 맞춰 구조를 바꿔야겠지요”

현대차 관계자의 의견이다. 실제로 현대차 뿐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 중 상당수가 미국과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차의 사양이 다르다. 세계에서 유독 미국 IIHS만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하고 있어 다른 나라에까지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IIHS는 교통사고 중 탑승자 사망사고의 25%는 국소부위 충돌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실제 사고 사례도 언급한다. 이번에 공개된 사례를 보면 최근 한 마쓰다 자동차가 빗길에서 미끄러져 가로수에 들이받았는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16살 어린 여자아이의 정강이와 허벅지, 턱뼈가 모두 부러지고 병원에 입원했다. IIHS는 이같은 사고가 바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운전석쪽만 보강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제조사들이 만들어온 안전장치들이 그저 각국의 충돌 시험만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다보니 실제 일어나는 사고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안전규제를 보다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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