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면 '사망'·흡입도 '유독'…'메탄올' 차량 워셔액, 이대로 괜찮나?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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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16 01:22
마시면 '사망'·흡입도 '유독'…'메탄올' 차량 워셔액,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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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키면 유해', '피부 접촉시 유독', '흡입시 유독',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킴'…우리가 흔히 넣는 워셔액 뒷면에 적힌 경고다. 소주잔 정도만 마셔도 곧 실명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독극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생쥐(랫드) 실험 결과 고농도 환경에서 장시간 냄새만 맡아도 시각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안으로 워셔액 냄새가 들어 오는 것조차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14일, 모터그래프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차량용 워셔액 30개 제품 중 24개가 유독 물질인 메탄올(공업용 알콜)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브랜드들은 대부분 원가가 불과 수십원 더 비싸다는 이유로 메탄올을 썼다. 소낙스, 보쉬, 3M 등 독일이나 미국 브랜드 제품은 인체 영향과 환경 오염 등의 이유로 에탄올만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현대모비스, 이마트 플러스메이트, 롯데마트 초이스엘, 불스원, 카렉스 등 유명 제조사들을 포함한 국내 대부분 제조사들은 메탄올을 이용하고 있다. 

# 위험한 메탄올 워셔액, 사용해도 문제없나

▲ 메탄올 워셔액. 화재위험 및 해골마크, 인체위험 표시가 모두 들어 있다

메탄올은 약간만 마셔도 실명 또는 사망에 이르는 위험 독성 물질이다. 인체에 흡수되면 흔히 '포르말린(포름알데하이드)'으로 변한다. 연구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는 0.1ppm 이하에서 눈·코·목 등에 자극이 오고 0.25~.05ppm은 호흡기 장애 및 천식 발작, 2~5ppm은 심한 고통, 10~20ppm은 호흡 곤란, 50ppm 이상은 급성 중독 및 사망으로 이어진다. 

▲ 에탄올 워셔액. 화재위험 표시만 있을뿐, 해골마크나 인체위험 표시는 없다

이에 대해 메탄올 워셔액 제조사 측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측 한 관계자는 "워셔액은 차량 외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마시거나 흡입할 위험이 없는 세정제"라며 "어린이 보호를 위해 이중안전캡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 유럽에선 인체와 환경에 해가 적은 에탄올 워셔액이 의무화 돼 있지만 국내 법규는 독극물인 메탄올 워셔액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 되지 않는다. 상당수 제품이 메탄올을 넣고도 국가기술표준원(KATS) 제품안전정보센터의 기준을 통과했고, KC 인증 마크도 받았다. 워셔액이 인체에 닿을 가능성이 없다는게 승인을 해준 이유다. 

# 메탄올 워셔액, "실내로 들어오면 눈 따갑고 아파"

대부분 큰 문제는 없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워셔액 성분 일부가 차량 실내로 들어온다며 위험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 운전자는 "올 초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동안 눈이 내려 많은 양의 워셔액을 사용했는데, 함께 탄 아이들이 눈이 따갑고 머리가 어지럽다고 고통을 호소했다"면서 "워셔액을 뿌릴 때마다 알코올 냄새가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 메탄올은 에탄올과 달리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 조금만 마셔도 실명 및 사망에 이른다

다른 운전자는 "차가 오래 돼선지 워셔액 냄새가 실내로 들어오는 정도가 더욱 심해진 것 같다"면서 "워셔액을 사용할 때마다 눈과 머리가 아파 창문을 열고 달리곤 한다"고 말했다. 

워셔액을 제조하는 차량용품 업체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워셔액에는 제품에 따라 메탄올이 30%가량 들어가는데, 만약 워셔액 성분이 실내로 많이 들어 온다면 그런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메탄올 워셔액, 에탄올로 바꿔야…독일은 메탄올 워셔액 '사용금지'

차량용 워셔액에 알코올을 첨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겨울철 노즐이 얼거나 동파되는 것을 막는데다 세정작용 및 살균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 에탄올이 들어간 워셔액을 사용하는게 좋다고 설명한다. 메탄올은 독극물이지만, 술의 주요 성분인 에탄올은 인체 흡수시 독성이 적은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해 큰 문제가 없다. 실제로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메탄올을 전면 금지시키고 에탄올 워셔액만 사용하게 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요즘 에탄올 워셔액을 판매하는 업체가 간혹 있지만, 여전히 메탄올 워셔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제조사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에탄올 워셔액을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하고, 정부와 사회적인 인식 또한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메탄올 워셔액. 이 제품에는 간단한 주의 사항만 있을 뿐 화기위험, 해골마크, 인체위험 등의 위해 경고 표시는 없다

업체 한 관계자는 "에탄올 워셔액이 인체 위험성이 적을뿐 아니라 차량 부품(금속, 플라스틱, 고무 등)의 부식을 방지하고 환경 오염도 적다"면서 "메탄올에 비해 녹는점이 낮아 겨울철에 쉽게 얼지 않고, 끓는점은 높아 사용시 안전성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메탄올 워셔액과 에탄올 워셔액을 함께 판매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제품을 에탄올로 바꾸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도 안전하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보센터 관계자는 "최근 옥시 문제 이후로 메탄올 워셔액 성분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아직 메탄올 워셔액 사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접수된 것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해외 기준에 맞춰 에탄올 워셔액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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