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판매 1천만대 돌파..."고급 차종 영향력 키워갈것"
  • 미국 LA=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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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5 12:40
현대차 미국 판매 1천만대 돌파..."고급 차종 영향력 키워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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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국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브랜드입니다" 갈색 머리 푸른 눈의 예쁘장한 여직원이 말했다. HMA 회사 건물을 안내하던 그녀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자랑하지 못해 안달인 듯 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40여명의 기자들이 현대차미국판매법인(HMA)의 신사옥을 방문해 최근 현대차의 미국에서의 위상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는 미국서 누적판매 1천만대를 돌파했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이 뉴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나온 것이었다. 이같은 성과 때문인지 미국서 만난 현대차 직원들은 자부심도 대단했다. 새 역사를 썼고 앞으로 더 큰 역사를 만들어가겠다는 각오까지 내비쳐 보였다. 

사실 아시아 먼 나라에서 차를 만들어 수출하던 작은 회사가 세계 최대 시장이던 미국에서 해낸 일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다. 십년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큰 성과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현대차는 지난 1985년 4월 미국 LA 인근 가든그로브市에 현지 법인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를 설립하고 50개의 딜러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듬해 1월 울산항에서는 미국 수출을 위한 1천여대의 엑셀이 차량 운반선 올리브 에이스호에 실려 태평양을 향해 출발했다. 한달 간의 항해 후 2월 LA항에 하역되며 비로소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에 첫 상륙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게 된다. 이 차는 진출 초기 ‘엑셀 신화’를 창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앞서 혼다 시빅을 경험한 미국인들은 현대가 훨씬 싼 가격에 비슷한 품질을 가졌을거라 기대 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품질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 이후 오랫동안 현대차는 미국인들의 머릿속에서 '엑셀신화'를 지우는데 오히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결국 정몽구회장은 '품질경영'을 지속적이고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실함과 손재주, 범국가적 통합 발전이 결국 빛을 발했다. 여기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마케팅까지 더해지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및 일본 업체의 완벽한 부활과 불안한 환율 환경, 그리고 주력 신차의 노후화 등으로 고전한 바 있는 현대차는 최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 키워드는 바로 신차로, 현대차는 최근 출시된 신형 투싼과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신형 아반떼를 바탕으로 판매와 수익성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딜러 네트워크확장 등의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전개할 계획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목표로 제네시스 G90(에쿠스 후속), G80(현재 제네시스) 모델의 판매 안정화에도 힘쓸 방침이다.

# 엑셀부터 제네시스까지 … 법인 설립 30년 만에 천만대 판매 대기록 달성

현대차는 1986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총 1002만7899대를 판매해 1985년 현지 법인 설립 후 30년 만, 1986년 엑셀 수출 후 29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이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에서 이뤄낸 성과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지난 1986년 소형차 엑셀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는 그 해 16만8,882대를 판매함으로써 수입차 업체 최초로 미국 진출 첫 해 16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후 불과 4년 만인 1990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고, 1999년 200만대, 2002년 300만대, 2005년 400만대를 달성하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현대차를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앨라바마 공장이 준공된 2005년 이후부터는 연 평균 6%대의 성장을 거듭하며 본격적으로 판매에 탄력이 붙어, 2007년 500만대, 2009년 600만대, 2011년 700만대, 2013년 800만대, 2014년 900만대를 차례로 돌파했다.

또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전년 대비 판매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매년 연간 판매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한 63만8195대를 판매해 또 한 번 최다 판매 기록 경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미국 진출 30년 동안 엑셀을 비롯해 총 16개의 차종을 선보였으며, 현재는 엑센트,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 i30(현지명 엘란트라 GT), 벨로스터, 쏘나타(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제네시스 쿠페, 제네시스, 에쿠스 등 승용 모델 9개와 투싼, 싼타페(맥스크루즈 포함) 등 SUV 모델 2개 등 총 11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9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은 국내 최장수 단일 브랜드로 기록되고 있는 쏘나타로 미국에서는 1989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총 250만5664대가 판매됐다.

특히 2010년 선보인 6세대 쏘나타(YF)는 2012년 무려 23만605대가 판매돼 미국에서 선보인 현대차 차종 중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판매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역대 판매 2위를 달성한 차량은 현대차 단일 차종 최초로 글로벌 판매 천만대를 돌파한 아반떼로 1991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248만9799대가 판매돼 대한민국 대표 준중형 세단의 저력을 미국에서도 보여줬다.

이어서 현대차 미국 시장 진출의 문을 연 ‘엑셀’이 현재 소형차 라인업을 이어가고 있는 ‘엑센트’를 포함해 총 225만3,642대가 판매돼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된 차량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중소형차 위주의 라인업에서 벗어나 대형차 및 RV 차종의 판매 비중이 점차 확대되며 수익성 개선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 모델 중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등 대형차와 투싼, 싼타페 등 RV 차종의 판매 비중은 2000년 전체 판매 대비 5.0%에 불과했지만 올해 10월 누계 기준 28.4%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 정몽구 회장, "품질이 이게 뭐냐" 항의에 충격...거듭나기까지는

현대차는 미국 진출 초기 ‘엑셀 신화’를 바탕으로 판매 붐을 일으켰으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급격한 판매증가에 따른 정비망 부족과 품질관리 미흡으로 고객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TV 토크쇼에서 엑셀의 낮은 품질이 웃음거리로 다뤄지기도 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으며, 판매 또한 급격히 감소해 1998년에는 역대 최저인 9만여대 판매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듬해인 1999년 정몽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차는 특유의 품질경영을 바탕으로 품질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정몽구 회장은 1999년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한 현장에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악평과 딜러의 항의 등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고 품질 확보만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생산, 영업, 서비스 등 부문별로 나뉘어져 있던 품질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키고 매달 품질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등 품질경영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차는 2004년 제이디파워(J.D.Power)의 미국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를 제치며 일반 브랜드 부문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이를 두고 ‘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 ‘지구는 평평하다(The Earth is flat)’라고 표현하는 등 전세계가 현대차의 극적인 품질 향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때를 시작으로 현대차는 지속적인 품질 향상을 이뤄내며, 신차품질조사 일반 브랜드 부문에서 지난해 1위, 올해 2위를 각각 기록하는 등 확고한 품질경영체제를 완성했다.

이와 함께 2009년 제네시스와 2012년 아반떼가 각각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최고의 상품성과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품질 향상과 함께 자연스레 판매도 증가하기 시작해 1998년 9만1천여대에서 1999년 16만3천여대로 판매량을 회복한 후 불과 13년 만인 2012년 연간 판매 70만대 시대를 처음 열었으며, 이후 매년 판매 기록을 경신 중이다.

 

품질 향상, 판매 증가는 브랜드 파워의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2005년 미국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84위로 처음 100위권에 진했으며, 올해는 당시 대비 45계단이나 상승한 39위로 처음 3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브랜드 가치에서도 113억 달러(약 13조4천억원)를 기록하며 2005년의 35억 달러와 비교해 3배가 넘게 증가했고, 최근 10년간 브랜드 가치 상승률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품질경영의 완성과 함께 현대차의 미국 내 성공을 규정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창의적이고 과감한 역발상 마케팅이다.

현대차는 품질경영에 막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1999년 ‘10년 10만 마일’이라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보증제도를 선보였다.

‘10년 10만 마일’은 도입 당시 경쟁사들이 ‘미친 짓’이라고 비웃을 만큼 무모하단 평가를 받았으나 현대차는 품질 향상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이 제도를 도입했고,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공은 현대차를 비웃던 경쟁사들마저 현대차의 제도를 모방해 보증기간을 늘리는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함께 2009년 현대차는 금융위기로 미국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차량 구매 후 1년 이내에 실직 등으로 운행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 차량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내용의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당시 업계에선 생각지도 못한 이 독창적인 프로그램은 미국 시장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현대차의 미국 판매는 2009년 43만5064대에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시행 이듬해인 2010년 53만8228대로 증가하며 23.7%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 밖에도 현대차는 스포츠,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며 미국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6월에는 미국 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 풋볼 리그(NFL)의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으며, 3월에는 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인 LA 카운티 미술관(LACMA)과 중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자동차에 예술을 입히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 투싼, 아반떼 등 주력 신차 동시 출격 … 내년부터 안정적 판매 성장 전망

현대차의 올해 미국 판매 목표는 76만대로, 현대차는 올 들어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총 63만8195대를 판매해 지난 2010년부터 6년 연속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형 아반떼(MD)가 모델 노후화에도 불구, 10월 누계 기준 전년 대비 15.1% 늘어난 19만3520대가 판매돼 미국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본격 판매에 들어간 신형 투싼은 출시 다음달인 9월 구형과 신형 모델을 합쳐 7925대가 판매돼 지난 2004년 첫 출시 이후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조짐이 좋다. 내년 초 출시를 앞둔 신형 아반떼도 출시 전부터 기대 이상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으며 내년 현대차 판매의 중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 출시를 앞두고 슈퍼볼 광고, 사전 미디어 시승회, SNS를 활용한 젊은 세대 대상의 디지털 마케팅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신차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우선 올해 판매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에는 신형 투싼과 신형 아반떼 등 양대 주력 신차의 성공적인 런칭에 집중해 판매를 늘릴 계획이며, 신차 출시에 따른 인센티브 축소를 통해 수익성도 향상시켜나갈 계획이다.

최근 주력 차종의 노후화와 일본 업체의 공세에 대한 대응으로 인센티브 지출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여전히 업계에서 낮은 인센티브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신차 효과로 인한 인센티브 감소가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현대차는 현지 딜러 네트워크를 꾸준히 강화해 판매 경쟁력을 향상시켜나갈 방침이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 딜러 수는 지난 2010년(803개)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해 835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딜러당 판매대수가 2010년 670대에서 올해 910대로 35.8%가 늘어나는 등 딜러의 질적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

 

# 제네시스 브랜드, 미국 시장 새 시대 연다

미국 시장에서 탄탄한 품질경영과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입지를 다져온 현대차는 이제 ‘현대’와 ‘제네시스’라는 두 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 브랜드는 각각 내년 출시 예정인 G90와 현 2세대 제네시스의 연식 변경 모델 G80를 성공시켜 고급차 시장 내 기반을 착실히 다져나가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또한 현대차 관계자는 "고급차 시장 진출을 위해 10년이 넘는 긴 시간을 준비해왔듯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하며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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