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그래프는 10월 국내 출시된 신차를 평가했다. 같은 매체의 소속 기자지만 차를 보는 관점은 분명 다르다. 각자 나름의 시선으로 차를 평가했다. 

10월에도 다양한 신차 출시가 줄을 이었다. 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차부터 여러 풀체인지 모델도 출시됐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가 주목할 신차를 많이 내놨다.

 

BMW는 플래그십 모델인 신형 7시리즈를 출시했다.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후 곧바로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아우디는 신형 TT를 선보였다. TT는 아우디의 브랜드 특징과 방향성을 설명해주는 차다.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는 국내엔 생소한 세그먼트다. 세단과 크로스오버의 특징이 담겼다. 닛산은 플래그십 세단은 맥시마를 출시했다. 스포티함이 강조된 이색적인 전륜 플래그십 모델이다. 혼다는 디자인이 확 바뀐 신형 파일럿을 출시했다.

이밖에 레인지로버 이보크 페이스리프트, 벤틀리 플라잉스퍼 코리아 에디션, 포르쉐 카이맨 블랙 에디션, 캐딜락 CTS 프리미엄 플러스, 미니 쿠퍼 2016년형, 도요타 캠리 2016년형, 쉐보레 퍼펙트 블랙 에디션, 쌍용차 코란도투리스모 아웃도어 에디션, 기아차 스포티지 1.7 디젤, 현대차 엑센트 튜익스 등이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이중 모터그래프 기자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차는 아우디 TT, 가장 안 좋은 평가를 받은 차는 볼보 S60 CC다. 기자별로는 김한용 기자와 김민범 기자가 최고의 차로 아우디 TT를, 전승용 기자와 김상영 기자는 각각 닛산 맥시마와 BMW 7시리즈를 뽑았다. 최악의 차로는 김한용 기자와 김상영 기자가 볼보 S60 CC를 꼽았으며 전승용 기자는 혼다 파일럿을, 김민범 기자는 BMW 7시리즈를 선택했다. 

# 아우디 TT

김한용 : 세상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차는 없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걸 쏙 짚어서 취향을 저격해주는 듯한 자동차는 있다. 이 차는 2인승이다. 뒷좌석에는 사람이 못 타고, 짐을 많이 실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건 반대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의 친구까지 집에 바래다 줘야 하는 일은 차가 스스로 거부한다. 또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 모여서 내 차에 짐을 가득 싣고 골프장이나 스키장을 가는 일도 없다.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런 깍쟁이에게 딱 어울리는 자동차다. 매우 샤프한 핸들링과 단단한 서스펜션, 세련된 도회적 감각은 기본. 계기반 전체를 내비게이션으로 이용하는 등의 다양한 첨단 기능이 이 차의 최고의 매력 포인트다. 이렇게 내 취향에 딱 맞는 차가 또 있을까.

전승용 : 지금까지 나온 소형 스포츠카의 끝을 보여주는 듯하다. 더욱 매력적으로 변한 실내외 디자인을 비롯해 차체 곳곳에 들어있는 세심한 디테일과 각종 첨단 사양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동력 성능에 조금 더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맘껏 가지고 놀기에 부족함 없는 수준이란 것에 만족해야겠다. 게다가 쿠페와 로드스터, 고성능 TTS를 한꺼번에 쏟아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전 모델보다 500만원가량 더 저렴한 가격은 덤이다. 

 

김민범 : 내비게이션으로 가득찬 화려한 계기반은 큰 볼거리. 시트를 비롯해 스티어링 휠 등 실내 소재도 고급스러워 마음에 든다. 외관이야 두말 하면 입아프다. 이전 모델보다 예뻐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더 멋있어졌다. 또 중요한 것은 가격. 쿠페 모델은 BMW 328i보다 저렴하다. 드림카로 손색없다.

김상영 : TT는 아우디의 아이콘이다. 아우디가 디자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도 TT의 공이 크다. 신형 TT는 현대적인 디자인과 미래지향적인 기능이 특징이다. 아우디를 넘어서 자동차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모델이다. 

# BMW 7시리즈

김한용 : 첨단 기능으로 중무장했다. 주변의 아는 사장님도 이번 BMW 7시리즈가 대단히 잘 나왔다며 약 1분정도 고민한 후에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구입하게 됐다고 했다. 대단히 잘나온건 인정하지만 역시 어르신들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르다. S클래스의 벽을 넘는다기 보다 차라리 그 시장으로의 도전을 포기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보다 젊은이들을 확고하게 잡겠다는 각오다. 물론 사람은 언젠간 죽기 마련이니 결국 이쪽 시장을 꽉 잡는게 시장 확대로 귀결되는 길인지도 모른다. 

전승용 : 워낙 호평 일색인 S클래스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을 듯하다. BMW는 어떻게든 욕먹지 않을 차를 만들어야 했고, 신형 7시리즈에는 이런 고민이 그대로 녹아있다. 처음에는 제스처 콘트롤, 레이저 라이트, 원격 주차 시스템 등 화려한 첨단 사양으로만 도배한 듯한 마케팅에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신형 7시리즈는 플랫폼부터 새로 만들고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핸들링, 정숙성 등 전체적인 밸런스를 대폭 업그레이드 시켰다. 다만, 실내 디자인은 그리 고급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플래그십 모델 답게 다른 모델들과의 차별성을 줘야 할 듯하다. 

 

김민범 : BMW코리아가 이 차를 출시하면서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제스처 컨트롤, 원격 주차 시스템, 뒷좌석 탈부착형 테블릿 등이었다. 주행성능이나 핸들링 등 보여줄 것이 많았어야 했는데 이런 편의사양을 강조한 것을 보면 신형 7시리즈의 위축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실제로 스포티한 주행성능보다는 편안함과 정숙성에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 신기한 편의사양 말고 주행질감에서 S클래스와 차별화를 보였어야 했다. S클래스에는 있는 코너링 시 시트가 허리를 받쳐주는 기능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외관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크롬 장식이 너무 과해보인다.

김상영 : S클래스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다. BMW 그리고 7시리즈만의 성격이 잘 담겼다. 훨씬 젊고 역동적이다. 모든 부분이 더 치밀해졌고, 꼼꼼해졌다. 실내 부품은 하나하나 전부 새로워졌고, 소재나 마감도 뛰어나다. 어떤 면에서는 S클래스보다 낫다. 레이저 헤드램프, 독특한 디자인의 스마트키, 제스처 컨트롤 등 S클래스엔 없는 신기술도 꽤 있다. 7시리즈가 S클래스의 글로벌 판매를 뛰어넘은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자기만의 길을 가는 모습은 감격스럽다.

# 닛산 맥시마

김한용 : 4DSC라니, 자동차 업계에 그런 말이 있던가. 전문 기자들도 혼동하는 이 단어는 사실 4도어 스포츠카의 약자로 닛산이 추구하는 맥시마의 방향이다. 문이 4개 달렸을 뿐 실은 스포츠카를 추구한다는 얘기다. 여기 전륜구동, CVT가 달렸을때 이 단어는 마치 차와 충돌해 산산조각 나 버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차를 타보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스포츠카 맞다. 전륜구동으로도 이렇게 빨리, 안정되고 재미있게 달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최근 전륜구동 자동차들의 발전이 눈부시다.

전승용 : 요상한(?) 모습으로 거침없이 잘 달린다. 성능을 올린 VQ35 엔진은 어떤 속도에서도 시종일관 여유롭고, 신의 경지에 오른 CVT는 능숙하게 엔진의 힘을 끌어 쓴다. 여기에 감쪽같은 가짜 변속과 사운드 등 달리는 맛은 동급 최고다. 실내도 꽤 고급스럽다. 전체적인 레이아웃부터 세세한 디테일까지 깔끔하게 정리됐으며, 닛산의 자랑인 저중력 시트는 앉은 느낌이 좋다. 뒷좌석이 다소 좁은 것을 제외하면 가격대비 상품 구성은 나무랄게 없어 보인다. 아마 가장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300력짜리 세단이 아닌가 싶다.

 

김민범 :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추구하는 대형 세단이라는 콘셉트가 마음에 든다. 대형 세단의 중후함과 스포티함 사이에서 확실하게 '스포티함'을 선택한 외관도 꽤 잘 어울린다. 여기에 대형 수입차치곤 그리 높지 않은 가격도 보너스다. 부족한 것은 연비와 인지도. 그리고 르노삼성 1세대 SM5의 기반이 된 모델이라는 점이 이 차가 대형 세단인지 중형 세단인지 헷갈리게 한다.

김상영 : 맥시마는 닛산의 기술력이 집약된 플래그십 모델이다. 닛산은 대중 브랜드 답지 않게 스포티한 성향이 강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도 망설이는 여러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맥시마 역시 어떤 면에서는 인피니티보다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운 부분도 많다. 디자인도 진취적이고, 엔진의 성능도 뛰어나다. 하지만 역시 CVT는 한계가 있다. 맥시마를 ‘4도어 스포츠카(4DSC)’라고 부르는 닛산의 주장을 그대로 믿다간 실망하기 일쑤다. 

# 볼보 S60 크로스 컨트리

김한용 :빈곤한 볼보의 라인업을 드러내는 것 같아 보는 낯이 다 뜨겁다. 멀쩡한 S60의 차체를 슬쩍 들어 올렸는데, 마치 까치발을 들고 달리는 것처럼 불안정해 보인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말고 온전한 신차를 조금만 기다려보면 어떨까. 

전승용 :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은 것과 비슷한 효과인가. 지상고를 65mm 높였을 뿐인데, 전체적인 인상이 확 달라졌다. 전용 디자인이 적용된 것도 있지만, 시야가 높아진 탓인지 세세한 디자인 요소들이 더욱 돋보인다. 아직은 새로움과 어색함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세단에 SUV의 감성을 더하면서 차의 성격도 험로 주행을 감안해 꽤 달라졌다. 두툼한 스티어링휠은 더욱 묵직하게 움직이고, 차체의 거동도 더 견고해졌다. 다만, 오래된 느낌의 실내 디자인과 그것보다 더 오래돼 보이는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는 차의 품격을 확 떨어트린다.  

 

김민범 :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의 정점을 찍은 모델. 세단이면서 SUV 느낌까지 갖춘 이 모델은 어떻게 보면 국내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들을 한데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다. 하지만 너무 앞서나간 것일까. 어중간한 차급 포지션이 마음에 걸린다. 이 차를 사기 위해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볼보 특유의 주행 질감이나 안전사양은 나무랄데 없지만, 특유의 인테리어는 이제 좀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김상영 : 힘들다. 볼보의 시도와 노력은 높이 사지만, 생소한 세그먼트는 국내 시장에서 어렵다. 이제서야 해치백이 조금 일반화 됐고, 왜건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몇천만원 하는 수입차를 호기심에 살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단순히 V60 크로스 컨트리의 판매 저조가 왜건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면, 볼보 스스로 국내 시장과 크로스 컨트리에 대한 분석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 혼다 파일럿

전승용 : 3세대로 풀체인지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시선을 확 잡아끄는 매력은 보이지 않는다. 굉장히 실용적일 것 같지만, 선뜻 지갑을 열기 힘든 투박함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레저 스페셜리스트'를 타겟으로 잡은 만큼 더욱 단단해진 차체와 다양한 안정적인 주행 능력, 더 넓어진 공간, 첨단 안전 사양 등 상품 구성에 신경써 경쟁력을 높였다. 다만, 경쟁 모델로 꼽은 포드 익스플로러 역시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상품성이 개선돼 판매량을 높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민범 : 혼다 파일럿이 드디어 포드 익스플로러와 대결할 준비가 됐다. 익스플로러 2.3 모델과 비교해 성능, 연비, 무게 등 많은 부분이 더 우수하다. 다만 크기가 조금 작고, 곱상한 얼굴은 아쉬운 부분. 인지도 측면에서도 조금 더 차가 알려질 필요가 있다. 모르긴 몰라도 파일럿이라는 대형 SUV가 국내에 판매되는지 몰랐던 소비자들이 많았을 것.

김상영 : 덩치만 컸던 파일럿이 확 달라졌다. 투박했던 디자인이 세련돼졌고, 엔진 성능도 개선됐다. 또 덩치도 조금 더 커졌다. 뼈대부터 새롭게 설계돼 주행 성능도 월등히 개선됐다. 5천만원의 가격도 매력적이다. 마땅한 경쟁 모델없이 수입 대형 가솔린 SUV 세그먼트를 지배하고 있는 포드 익스플로러의 좋은 경쟁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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