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신형 아반떼…'각성(覺醒)'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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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21 17:36
[시승기] 현대차 신형 아반떼…'각성(覺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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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두렵다. 현대차 안티들이 비난할게 뻔해서다. 아직 신형 아반떼를 타고 감동했던 여운이 남았다. 그만큼 이전 모델에 비해 몰라보게 좋아졌다. 마치 화려한 겉모습에만 신경쓰던 부잣집 막내아들이 어느 순간 '각성'하더니 공부까지 잘하는 느낌이다. 욕을 먹더라도 어쩔 수 없다. 좋은 건 좋은 거니까.

 

주행 성능을 비롯해 차의 기본기가 몰라보게 향상됐다. 차라리 실내외 디자인이나 사양에서 단점을 찾는 것이 빠를지 모른다. 이번 아반떼는 예전과 전혀 다른 차라고 생각될 만큼 마음에 든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대명리조트에서 현대차 신형 아반떼를 시승했다. 시승 모델은 1.6 디젤 엔진과 7단 DCT가 조합된 최고급 프리미엄 트림으로, 추가 옵션을 제외한 가격은 2371만원이다.

 

# 몰라보게 좋아진 기본기…내실 제대로 다졌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부드러운 시동 소리와 함께 정제된 엔진음이 실내로 기분 좋게 들어온다. 소음과 진동을 극도로 걸러내 시종일관 조용하다. 주행 중에도 마찬가지다. 동승자가 가솔린 모델 아니냐며 계기반에 rpm 게이지를 확인했을 정도다. 사실 NVH는 돈 들인 만큼 좋아지기 마련이다. 실내외 곳곳에 원가 절감의 흔적이 보이기도 하지만, 만약 그만큼 NVH가 향상됐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낭창낭창 유약하기 그지없던 차체는 제법 단단해졌다. 현대차 말대로 초고장력 강판을 21%에서 53%로 늘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체 거동이나 무게 중심 이동, 고속 안정성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속도를 높일수록 불안해졌던 이전 아반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발전이다. 게다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세팅도 차급에 맞게 안정적이고, 스티어링휠의 감도도 예전보다 묵직해져 전체적인 주행 감성이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보타를 하지 않아도 똑바로 잘 갔다.

 

네티즌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소위 '피시테일'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듯하다. 빠른 속도에서 급제동을 해봐도 뒤가 흔들리거나 차체가 요동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해도 안정적으로 멈추는 데다가, 롤도 억제돼 코너링 능력도 매우 능숙해졌다.

하체 세팅도 좋아졌다. 서스펜션 구조를 개선하고 강성을 높여 승차감이 꽤 쫀쫀해졌다. 웬만한 요철이나 불규칙한 도로 정도는 별다른 생채기 없이 지나쳐버렸다. 큰 충격에 출렁거릴지라도 탑승객에게 전달되는 2차 충격을 최대한 억제해줬다. 놀이기구를 타듯 불안하던 아반떼는 더 이상 없었다. 후륜 서스펜션은 여전히 토션빔이 적용됐지만, 직립 능력을 강화해 승차감을 개선했다.

다만, 고속 급제동 시 타이어가 밀려 제동이 안 되는 페이드 현상이 발생해 아쉬웠다. 타이어는 주행 성능 향상에 초첨을 맞춰 225/45/R17이 장착됐는데, 접지력이 약해 제동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듯했다.

# 성능과 연비 '둘 다 잡았다'…7단 DCT의 위엄

 

파워트레인은 1.6 디젤 엔진과 7단 DCT(듀얼클러치변속기)가 조합됐다. 신기한 것은 제원상 성능(134마력, 30.6kg·m)이 이전(128마력, 28.5kg·m)보다 약 7%가량 좋아졌다는 것인데, '출력과 토크를 낮추고 실용 영역에서의 주행 성능을 높인다'는 최근 행보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가솔린 모델의 경우 140마력, 17.0kg·m에서 132마력, 16.4kg·m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디젤 모델의 경우 7단 DCT 장착 덕분에 성능을 높이면서도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능을 높인 1.6 디젤 엔진과 7단 DCT의 조합은 만족스러운 구성이다. 현대차의 7단 DCT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 듯, 기어비를 최적화해 7개로 잘게 잘라놓은 다음 엔진을 한계치까지 능숙하게 뽑아먹는다. 속도를 차곡차곡 올리는 능력도 매우 뛰어났는데, 단수를 올렸을 때의 회전수 관리 능력이 발군이어서 시종일관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출발 및 추월 가속력이 꽤 좋아졌다. 변속 속도와 충격 사이에서 합의점을 잘 찾은 듯 변속감도 빠르고 부드럽다.

덕분에 연비까지 향상됐다. 신형 아반떼 디젤의 연비는 18.4km/l로, 기존(16.2km/l) 대비 13.6% 좋아진 것. 이는 이전 수동 모델(18.5km/l)에 육박하는 수치로(시승한 17인치 모델은 17.7km/l), 공들여 만든 7단 DCT로 제법 톡톡한 효과를 본 것이다.

 

가끔 지인들과 현대차 이야기를 할 때면 입버릇처럼 '2013년 11월 신형 제네시스 이후 나온 현대차는 진짜 좋아졌다'는 말을 한다. 현대차가 실수(?)로 잘 만들었다는 신형 제네시스는 물론이고, LF쏘나타와 신형 투싼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 없는 상품성을 갖췄는데, 이는 신형 아반떼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실내외 디자인이나 옵션 등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라기 보다는 차체 강성과 하체 구조, 서스펜션, 핸들링 등 보이지 않는 주행 능력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차는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차를 파는 회사다. 그만큼 여유 자금이 넉넉하다는 것으로, 그 누구보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신차를 내놓고, 적극적으로 신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의 현대차가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똑똑한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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