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신형 스파크…완벽한 경차의 조건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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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3 15:31
[시승기] 쉐보레 신형 스파크…완벽한 경차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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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심보다.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이 예뻐야 하고, 편의 사양도 갖출 만큼 갖춰야 한다. 뛰어난 안전성은 기본이며, 부족함 없는 달리기 능력도 필요하다. 사람들은 경차가 점점 비싸진다며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한다. 아무리 경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경제성'이라지만, 어쨌든 싼건 비지떡일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은 비지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경차 가격이 오르는 이유다.

 

비싼 경차 논란에도 한국GM은 오히려 더 고급스러워진 쉐보레 신형 스파크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장난감 같던 이전 모델은 잊으라는 듯 실내외 디자인을 대폭 개선했으며, 경차 수준을 뛰어넘는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을 대거 투입했다. 월 5000대의 높은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기아차 모닝에 밀려 만년 이인자에 머물러야 했던 수모(?)를 갚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 가격- 주력 모델 9~23만원 낮춰…사실은?

한국GM은 출시회에서 신형 스파크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나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판매 비중이 높은 주력 모델(LT, LT+)은 이전 대비 각각 23만원과 9만원 저렴해졌으며, 전방충돌경고·차선이탈경고·사각지대경고 시스템 등이 들어간 최고급모델의 가격 인상 폭을 13만원으로 억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형 스파크의 가격은 1015~1499만원으로, 트림에 따라 오른 모델도 있고 내린 모델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작은 꼼수(?)가 숨어있다. 한국GM은 이미 올해 1월 2015년형 스파크를 출시하며 가격을 869~1417만원에서 952~1508만원으로 84~130만원가량 '먼저' 올렸다. 덕분에 한국GM은 신차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낮췄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게된 것. 

신형 스파크가 확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100만원 이상 올랐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파격적인 변화다. 그러나 가장 저렴한 엔트리 모델의 가격이 1000만원을 넘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해 146만원이나 오른 것으로, 경쟁 모델인 모닝과 비교해도 100만원이나 비싸다. 저렴한 경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특히, 신형 스파크의 시작 가격은 수동변속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자동변속기를 원한다면 163만원을 내고 C-테크라는 이름의 무단변속기(CVT) 옵션을 추가해야 한다. 이때 가격은 1178만원으로 오른다. 한 단계 윗급인 현대차 엑센트 1.4 수동 모델(1135만원)보다 비싼 것으로, 같은 CVT를 장착한 엑센트 자동 모델(1297만원)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 외관- 경차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이전 스파크는 잊어라'

 

소형차를 뛰어넘는 높은 가격은 아쉽지만, 그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신형 스파크는 완벽하게 바뀌었다. 이름만 같을 뿐, 하나부터 열까지 이전 모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스마트키까지 예쁘게 만들었을 정도니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가격 때문에 조심스러울 만도 한데, 한국GM은 작심한 듯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이전 스파크는 톡톡 튀는 개성 강한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40대 이상의 높은 연령대가 사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형 스파크는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을 적극 사용해 다른 경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안정감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젊은층과 노년층을 모두 겨냥할 수 있는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한국GM이 스파크 소비층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얼핏 보면 아베오가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들은 오히려 앞선다. 전면부에는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그릴이 장착됐으며, 달라진 디자인의 헤드램프에는 유려한 라인을 자랑하는 LED 주간주행등이 들어갔다. 하단부에는 크롬 베젤로 감싼 대형 안개등과 공기 역학을 위한 라인이 추가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후면부는 동그란 모양의 램프가 '< >' 모양으로 바뀌었으며, LED 라인을 추가해 세련된 느낌을 주도록 했다. 트렁크 부분도 크롬으로 마무리했다. 

◆ 실내- 근본부터 뜯어고쳤다…애플 카플레이 점수는?

 

실내 변화에는 더 높은 점수를 줘야겠다. 바이크 클러스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호불호 강한 계기반을 포기한 대신, 다른 차처럼 평범한 계기반에 세부적인 디테일을 살려 스파크 특유의 개성을 유지했다. 좌측에는 회전계, 가운데는 속도계, 우측에는 작은 주행정보창이 배치됐다.

 

센터페시아의 인스트루먼트패널도 육각형의 커다란 패널에 터치스크린과 각종 조작 버튼들을 깔끔하게 잘 배치했다. 스티어링휠에 달린 조작 버튼들도 손이 닿는 3시, 9시 스포크에 배치해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했다. 비싼 고급 소재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패턴을 적용하고 스티치를 넣는 등 저렴해 보이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전 모델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큰 변화다.

 

또, 국내 완성차 업체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를 장착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실내에 모니터에 구현하는 미러링 시스템인데, 터치 및 시리 음성 명령을 통해 통화와 문자, 음악, 팟캐스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는 처음 접하는 신기한 기술이지만, 당장 실용성을 생각했을 때는 조금 애매한 듯하다.

우선, 경차에는 사치스런 옵션인 듯하고, 초기 버전이다 보니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이미 블루투스를 통해 충분히 쓸 수 있는게 대부분이다. 시리를 이용한 음성 인식은 정확성이 높지만, 너무 느려 답답하다. 내비게이션앱을 사용할 수 없어 애플맵만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큰 불편이다. 차라리 애플 카플레이 대신 내비게이션을 달아주길 바라는 소비자들도 많을 듯하다.

 

실내 공간은 스파크 스타일의 경차에 바랄 수 있는 최대한을 확보했다. 차체 높이가 45mm가량 줄었지만, 시트 포지션을 낮춰 머리 공간에 부족함은 없다. 뒷좌석 역시 시트 등받이가 많이 기울어지진 않았지만, 머리 공간은 여유가 있다. 다만, 무릎 공간은 여전히 부족했다. 휠베이스가 10mm 길어졌고, 공간을 뽑아내는 능력은 더욱 발전했지만, 경차의 작은 체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 주행- 단단한 차체와 향상된 NVH…경차 한계는 분명해

경차에 대단한 주행 성능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다. 소비자들도 큰 기대는 하지 않을 듯하다. 다만, 언덕길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은 있겠다.

 

신형 스파크의 엔진은 1.0 리터급 4기통에서 1.0리터급 3기통으로 바뀌었다. 제원상 성능은 최고출력 75마력, 최대토크 9.7kg·m로 이전과 같다. 실린더 수가 하나 줄어든 바람에 엔진 성능을 쥐어짜듯 최대한 뽑아내야 해서 예전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같은 GM 계열사 브랜드인 오펠이 스파크의 형제차인 칼(Karl)을 통해 선보인 1.0 터보 엔진이 달리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경쟁 모델인 모닝에도 1.0 터보 엔진이 장착된 상황이어서 신형 스파크에 달아도 될만한데, 한국GM 측은 장착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우려와 달리 신형 스파크는 남양주를 왕복하며 약 100km를 시승하는 동안 시종일관 경쾌한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저배기량 경차가 낼 수 있는 힘에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예전보다 더 능숙하게 뽑아내는 듯했다. 차체 무게가 45kg 가벼워진 탓도 있지만, 고장력 강판을 72%까지 사용한 차체는 예전보다 강성이 좋아져 더욱 탄탄하게 움직였다. 순간순간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는 능력도 뛰어났으며, 핸들링과 차의 일체감도 경차 수준을 뛰어넘었다. 특히 NVH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엔진 소음 및 노면 소음, 풍절음 등이 크게 줄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물론, 초반 가속력이 여전히 더디고,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3~4000rpm을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오르막길에서는 엔진이 터질 듯 힘든 티를 낸다. 그러나 힘들게 올라간 속도를 탄력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고속 안정성도 뛰어났다. 웬만한 요철이나 불규칙한 노면 정도는 미동도 없이 통과했다.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언덕 주파 등판능력도 22%에서 27%로 향상됐다고 한다.

 

신형 스파크에는 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등 경차를 뛰어넘는 다양한 사전 예방 안전 시스템이 장착됐다. 그러나 시스템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듯 2시간가량 시승하는 동안 작동 조건의 일관성을 찾기 힘들었다. 어떤 상황에서 작동하는지 알아야 시스템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는데, 그걸 명확하게 알 수 없으니 첨단 안전 사양을 달고서도 되려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 연비- 체중 줄이고 엔진 바꿨는데도 하락…에코 모델은 향상

 

신형 스파크의 연비는 수동 15.4km/l, 자동 14.8km/l로 각각 8.3%, 3.3%가량 떨어졌다. 엔진 변화를 통해 차체 무게를 45kg이나 줄였음에도 연비가 줄어든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기존보다 효율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할 뿐 명확한 설명은 하지 못했다. 작년 국토부가 연비 부적격판정 이후 자체적으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엄격하게 측정해 신고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스파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GM은 연비를 최대한 끌어올린 스파크 에코 모델을 함께 출시했다. 이 차의 연비는 15.7km/l로, 최신 스탑&스타트 기술을 비롯해 차체 공기 저항 계수를 낮춘 프론트 에어댐, 에어로 스포일러, 저구름저항 타이어 등을 통해 연비를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한국GM은 이번에 신형 스파크를 출시하며 칼을 제대로 갈고 나왔다. 디자인과 성능, 사양 등 상품성을 대폭 강화하면서도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시승을 해보면 어떤 차가 최고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모닝을 넘어 경차 시장 1위를 탈환할 수 있을 것라는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근 20~30대 소비자들의 경차 구매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고급스럽게 변한 신형 스파크는 40대 이상의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쟁적인 가격 인상은 우려할 만하다. 그만큼 소형차나 준중형차 등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제살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다. 경차는 무조건 싸야 한다는건 아니지만, 정말 돈이 없어서 저렴한 경차를 사야만 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가 아쉽다. 말 그대로 최소한의 기본 사양만 갖춘 낮은 가격의 '깡통' 모델도 출시해 경차 본연의 임무인 '서민의 발' 역할에 보다 충실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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