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크라이슬러 200C, 만만치 않은 '아홉수'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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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15 11:30
[시승기] 크라이슬러 200C, 만만치 않은 '아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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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다. 200은 디자인부터 주행 감각까지 기존 크라이슬러와 다르다. 가장 미국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크라이슬러마저 자존심을 굽혔다. 200은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에게 흡수된 후 선보이는 첫번째 모델이다. 플랫폼도 공동개발됐고, 엔진도 피아트의 것을 쓴다. 앞으로 크라이슬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에서 일주일간 구형 200을 몰았지만, 좋은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시승전부터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2세대 200은 달랐다. 요즘 시대에 좀체 보기 힘든 '풀체인지다운 풀체인지'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특히 신형 200이 핵심적으로 내세운 9단 자동변속기는 보완해야 부분이 많아 보인다.

 

# 9단 변속기, 효율에 큰 기대를 걸지 말자

도무지 변속기가 9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없다. 수동 변속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고속에서도 9단을 올리기 쉽지 않다. 그 느낌이 달라야 얼마나 다르겠냐만은 주어진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약이 오른다. 온갖 시도를 다 한다. 크루즈컨트롤을 이용해 고속도로 최고속도 시속 100km에 맞춰 달려봐도 9단 기어는 넣어주지 않는다. 8단, 엔진회전수는 1800rpm 정도에 머문다. 엄지 발가락과 발목에 온 신경을 집중, 루이스해밀턴 못지 않은 악셀링을 전개해봤자 속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기어를 툭 내려버린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는 시속 120~140km에서 정속주행을 할때 9단이 들어간다고 했지만 시승하는 사흘동안 한번도 9단을 경험해보진 못했다. 

기존 6단 변속기에 비해 매끄러움은 한층 강조돼 부드러운 승차감에 일조하지만, 그 이상은 보여주진 못하는 것 같다. 크라이슬러는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연료효율이 13% 향상됐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 모델엔 이를 위한 아이들링 스톱이나 패들시프트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 

 

시승한 200C의 국내 표시 연비는 10.5km/l.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현대차 쏘나타 2.4 GDI와 도요타 캠리의 연비는 11.5km/l다. 폭스바겐 파사트 1.8 TSI의 연비는 11.6km/l다. CVT 변속기를 쓰는 닛산 알티마 2.5는 13.3km/l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200C는 '획기적'이라는 9단 변속기를 탑재했으면서도 표시 연비는 가장 낮다. 미국에서도 복합연비도 200은 28mpg(약 11.9km/l)로 29mpg(약 12.3km/l)의 쏘나타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물론, 9단 변속기가 탑재된 200C가 일반적인 6단 변속기가 탑재된 차보다 우수한 효율을 내는 구간이 있겠다. 하지만 진보된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그것을 특별히 인지하지 않고도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FCA는 변속기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니 다음 버전을 기대해보기로 한다. 

# 미국이 아닌 유럽에 가까운 차

초등학교 때 배운거다. 선분으로 둘러싸인 다각형은 그 각이 늘어날수록 점차 원(圓)에 가까워진다. 200C를 통해 처음 대면한 9단 변속기는 마치 원형 풀리와 벨트로 힘을 전달하는 CVT 변속기와 비슷했다. 변속은 상당히 부드럽고,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진다. 적어도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바삐 변속되진 않는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기어가 바뀌고, 속도가 높아진다.

 

도심에서는 모든 것이 순조롭고, 평화롭지만 고속에서는 답답하고 무기력하다. 187마력의 준수한 최고출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최고출력은 일본 중형차에 비해 높은데, 역동성은 떨어진다. 가속페달과 엔진, 회전수 등의 반응이 제각각이며, 속도가 빨라지는 과정도 지루하다. 마치 구형 CVT처럼 고회전 상황이 곤욕스럽다. 가속은 더딘데, 소리만 요란하다. 스포츠카처럼 달릴 것은 아니겠지만, 패밀리카도 속도를 높이는 과정이 잘 다듬어질 필요는 있다.

 

변속기와 엔진이 바뀌었어도, 그 감각과 성능은 패밀리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반전은 있다. 유럽 세단의 감각이 그대로 담겨있는 서스펜션과 동력 성능을 넘어서는 제동 시스템은 이 차를 다시 보게 만든다.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단단하다. 이전 세대 200과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다.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모두 만족시킬 수준의 세련된 서스펜션을 갖고 있다.

 

스티어링휠도 더 즉각적이고 예민해졌다. 이제 미국차만의 뚜렷했던 성격은 많이 사라졌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피아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이런 부분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것 같다. 

# 변해야 산다

디자인 역시 기존 크라이슬러의 모델과 크게 다르다. 크라이슬러를 대표하는 세단 300과 비슷한 구석을 찾기 힘들다.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브랜드의 정체성이 담긴 그릴과 헤드램프로 도배하는 시대에, 크라이슬러는 꿋꿋하게 각 차의 개성을 더 존중하고 있다.

신형 200C는 부드러움이 한층 강조됐다. 이전 세대는 투박했다. 선을 강조한 것도, 면을 강조하지 못한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이번엔 콘셉트가 확실하다. 각 부분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조화롭다. 그릴의 디자인에 따라 솟은 보닛의 선은 유독 얇은 필라와 연결되고, 그 스포티한 성격은 C필라까지 일관성있게 이어졌다. 사이드 미러로 날렵하게 디자인됐다. 매끄러운 루프라인도 크라이슬러의 기존 세단에서 볼 수 없었던 유려함을 지니고 있다.

 

쿠페를 떠올리는 몸매 덕에 동급 최고 수준의 공기 저항 계수까지 확보했다. 일본 중형차 트리오보다 한수 위에 있고, 고속에선 그릴의 셔터를 닫아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액티브 그릴 셔터’도 적용됐다. 그럼에도 일본 중형차 트리오보다 효율이 떨어지니 문제다.

 

실내 디자인도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미국 세단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세련됐다. 네온사인이 가득한 거리를 보는 듯하고, 높은 빌딩이 군데군데 솟은 도시를 보는 것 같다. 재규어랜드로버에서 보던 다이얼 방식의 기어 셀렉터 ‘E-SHIFT’가 가장 눈길을 끈다. 방식은 비슷한데 완성도는 한참 떨어진다. 재규어처럼 제 모습을 감췄다가 솟아오르거나 하진 않는다. 감촉도 비교할바가 못된다. 그래도 다이얼 셀렉터를 적용한 탓에 수납공간에 대한 이점을 갖게 됐다. 

# 누구보다 가격 책정에 민감한 FCA코리아

200은 우리나라에 200 리미티드와 200C 등 두가지 버전으로 판매된다. 크라이슬러가 자랑하는 첨단 장비가 탑재된 쪽은 200C다. 무게도 40kg이나 차이가 날 만큼 탑재된 장비 차이가 심하다. 가격은 600만원이나 차이난다. 

 

시승한 200C에는 7인치 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계기 패널과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적용된 8.4인치 터치 스크린, 알파인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듀얼 패널 파노라마 선루프, 오토 하이빔 컨트롤이 적용된 HID 헤드램프 등이 탑재됐다.

또 정지와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와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경고 시스템,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각각의 첨단 기능은 동급에서 보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의 완성도도 꽤 높은 편이다. 갖가지 편의 및 안전 장비가 적용된 200C의 가격은 3780만원이다.

FCA코리아는 누구보다 가격에 민감하다. 이미 피아트 500의 가격을 수백만원이나 내리고 프리몬트는 할인 끝에 단종시킨 경험마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200C는 패키지가 꽤 훌륭한 편인데도 가격을 4000만원 이하까지 낮췄나보다. 문제가 있다면 국산차 90%는 이미 4000만원 이하라는 점이겠다.

* 장점

1. 디자인부터 주행감각까지 유럽피를 수혈받았다.

2. 다양한 수납공간과 그 활용성은 단연 동급 최고.

3. 동급에선 경험하기 힘든 편의 및 안전 장비.

* 단점

1. 9단 변속기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2. 제원상 힘은 가장 출중한데, 체감은 가장 빈약하다.

3. 테일램프 방향 지시등이 붉은색인데 시인성이 크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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