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차의 기준' 스몰오버랩 테스트'가 대체 뭐야?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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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08 08:45
'안전한 차의 기준' 스몰오버랩 테스트'가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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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가장 큰 존재 이유가 사람을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것이라면, '안전'은 자동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안전한 차를 만들려고 하겠지만, 기업에게 바랄 수 있는 자발적 노력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충돌 테스트 기준을 강화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시키려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까지 나온 충돌 테스트 중 가장 가혹한 기준의 시험인 미국 IIHS(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스몰오버랩(국소부위) 충돌 테스트를 살펴봤다.

▲  볼보 XC90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 스몰오버랩 테스트가 대체 뭐야?

스몰오버랩 테스트는 IIHS가 2012년부터 도입한 것으로, 시속 64km의 속도로 차량 운전석 앞부분의 25%를 장애물과 충돌시키는 시험이다. IIHS는 그동안 정면 충돌, 측면 충돌, 루프 강성, 헤드레스트와 시트 등 4가지 시험만 실시했으나, 교통사고 사망자의 25%가량이 국소부위 충돌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2012년부터 새롭게 추가했다.

▲ 미국 IIHS가 2012년부터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를 실시했다

안전도는 테스트 항목에 따라 G(Good, 우수), A(Acceptable, 양호), M(Marginal, 미흡), P(Poor, 열등) 등 4단계로 평가된다. 스몰오버랩에서 A등급 이상, 나머지 4개 항목에서 모두 G등급을 획득한 차량은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로 선정되며, 여기에 충돌 방지 시스템 테스트에서 기본(Basic) 이상을 받으면 최고 등급인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에 뽑히게 된다.

▲ 현대차 벨로스터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평가는 운전석 쪽 차체 구조물의 훼손 정도와 더미(인체모형)의 손상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차체 구조물 테스트는 발밑 공간과 브레이크 페달, 인스트루먼트 패널, 스티어링휠, A필러 등의 변형 수준에 따라, 더미 테스트는 머리와 목, 흉부, 다리, 발 등의 훼손 정도에 따라 평가된다.  

스몰오버랩은 충격을 운전석에 집중시키기 때문에 보닛 안에 위치한 구조물이 이 테스트에 대비하지 않은 경우,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승객의 피해가 커졌다. IIHS가 올해까지 테스트한 총 112개 차종 중 G를 받은 모델은 33%(37종)에 불과했다. 나머지 모델은 A(26종), M(26종), P(23종)를 받는 데 그쳤다. 

◆ 차급별, 차종별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는? 

▲ IIHS의 소형차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소형차의 경우 대부분 스몰오버랩 테스트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하더라도 작은 차체에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고강도 소재는 쓰면 쓸수록 차 가격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저렴한 소형차에는 맘껏 사용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소형차 중 최고 등급인 G를 받은 모델은 단 한 종도 없었다. 그나마 쉐보레 스파크와 혼다 피트가 '양호'에 해당하는 A를 받았다. 스파크의 경우 세부 항목에서 '상해 정도' 4가지는 모두 G를 받았으나, '차체 구조' 변형이 심했으며(M) '구속장치&더미 거동'에서도 감점을 받아(A) 종합 A에 머물렀다. 

▲ IIHS의 준중형차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그러나 준중형차급으로 올라가면서 G등급을 받은 모델도 크게 늘었다. 기아차 쏘울과 스바루 임프레자·XV·WRX 3종을 비롯해 미니 컨트리맨, 폭스바겐 골프, 혼다 시빅 등 9종이 최고 등급을 받았다. 또, 현대차 아반떼와 쉐보레 볼트, 도요타 프리우스, 포드 포커스, 스바루 BRZ, 미쓰비시 랜서도 양호에 해당하는 A를 받는 등 소형차에 비해 충돌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 IIHS의 중형차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중형차의 경우 테스트한 27개 모델 중 11개 모델이 최고 등급인 G를 받았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안전성을 개선한 쉐보레 말리부가 G를 받았으며, 스바루 레거시와 아웃백 역시 모두 G를 받았다. 또, 도요타 캠리와 아우디 A3, BMW 2시리즈, 볼보 S60, 혼다 어코드, 폭스바겐 제타, 크라이슬러 200 등도 모두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미국 IIHS는 2012년부터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를 실시했다

대형차도 현대차 제네시스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와 볼보 S80, 인피니티 Q70, 어큐라 RLX 등 대부분이 G를 받았지만, BMW 5시리즈는 미흡에 해당하는 M를 받았고, 링컨 MKS는 가장 나쁜 등급인 P를 받는 데 그쳤다.

▲ IIHS의 대형차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SUV에서는 대부분의 모델이 미흡(M)과 열등(P)을 받은 가운데 볼보 XC60과 XC90, 스바루 포레스트 등이 G를 받았다.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안전의 대명사' 볼보는 S60과 S80, XC90, XC90 등 테스트한 4개 차종이 모두 최고 등급인 우수(G)를 받았으며, '사륜구동의 강자' 스바루 역시 임프레자와 XV, WRX, 레거시, 아웃백, 포레스터 등 BRZ를 제외한 6개 차종이 모두 G를 획득했다. 

◆ 충돌 테스트 기준 강화되니 안전성도 높아져

다행스러운 점은 안전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충돌 안전성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각 업체들은 IIHS의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받으면 '가장 안전한 차'에 선정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안전성을 자랑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꼭 완전변경 신차가 아니더라도, 페이스리프트나 연식 변경 시 섀시 등을 보강하는 등 안전성을 높이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쉐보레 말리부의 경우 작년 6월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섀시를 개선해 스몰오버랩 등급을 2단계나 끌어올려 최고 등급인 G를 받았다.

도요타 캠리 역시 2012년형 모델은 가장 낮은 P였으나 2014년형 모델이 A를, 2015년형 모델은 G를 받는 등 연식 변경과 페이스리프트로도 스몰오버랩 등급을 3단계나 향상시켰다. 

◆ 국내도 스몰오버랩 테스트 도입 준비 중…같은 차, 다른 결과?

국내에서도 국토부가 미국 IIHS의 스몰오버랩 테스트 도입을 준비 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현대차 아반떼·싼타페, 한국GM 올란도·말리부, 기아차 K7, 르노삼성 SM5 등 6개 차종에 대한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 국토부와 미국 IIHS의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그러나 국토부의 스몰오버랩 평가는 IIHS와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했지만, 결과가 지나치게 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시험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가 하루 만에 삭제했는데,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정식 시행에 앞서 연구용으로 시험한 결과를 홈페이지에 잘못 올려놓은 것"이라며 "이번 결과가 차량 안전성에 대한 공식 평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선,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K7의 경우 측면에어백이 터지지 않고 A필러가 찌그러지는 등 심각한 손상을 입었음에도 A등급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싼타페의 경우 아직 IIHS에서 시험하지 않아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아차 쏘렌토R의 평가는 P로 2단계나 차이가 있다.

▲ 현대차 싼타페(국토부)와 기아차 쏘렌토R(미국 IIHS)의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 결과

아반떼 역시 미국에서는 차체 구조 M, 구속장치, 인체모형에서 A 등 종합 A를 받았지만, 국토부 평가에서는 차체 구조에서만 A를 받았을 뿐, 나머지 전 항목에서는 G를 받았다. 한국GM 쉐보레 말리부도 미국보다 2등급이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시험은 어디까지나 연구 차원으로, 미국과는 시험 차량과 시험 조건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면서 "더구나 구속장치·인체모형 거동 평가는 비디오를 판독해 주관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어서 미국과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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