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K3쿱 터보…기대가 너무 컸나
  • 최하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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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8 14:10
[시승기] 기아차 K3쿱 터보…기대가 너무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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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일까. 어느 정도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K3쿱 터보는 204마력의 터보 엔진이 장착 돼 빠르게 달릴 수는 있었지만, ‘운전 재미’와는 거리가 있었다. 기아차는 K3쿱에 ‘리얼 쿠페’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는데 아마도 경쟁모델 '아반떼 쿠페'가 쿠페로 보기 애매하다는 점 때문에 '리얼'이라는 말을 붙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차 또한 운전 재미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리얼'이라는 표현은 그리 와닿지 않는다.

기대가 큰 차였던만큼 정말 열심히 타고 돌아다녔다. 시내, 고속도로, 산길, 서킷 등 일주일 동안 약 920km를 달렸다. 

▲ K3쿱의 외관

◆ 쿠페치고는 너무 얌전한 외관 디자인…뒤태는 '굿'

K3쿱은 세단 모델에 비해 확실히 스포티하다. 그러나 쿠페임을 감안하면 얌전한 편이고, 세단과 다른 부분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기아차는 그저 라인업만 확장하기 위해 쿠페 모델을 출시한 듯,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지는 않은 듯하고 디자인의 신선함면에서도 포르테쿱에 비해 오히려 떨어지는 듯 했다. 문이 2개 달렸을 뿐, 세단과 큰 차이도 없이 무난하다.

▲ K3쿱의 전면 디자인

전면부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날렵하게 뽑아내고, 안개등에 LED를 더하는 등 보다 화려하게 꾸몄다. 쿠페 모델의 성격을 고려해 프론트 립과 에어 인테이크의 크기도 키웠다. 세부적인 요소들은 각각 화려한 느낌을 주지만 전체 조화는 다소 떨어지는 듯 하다. 

▲ K3쿱의 외관

특히, 측면부는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디자인 특화는 포기한 듯 B필러와 C필러, 지붕이 너무 안정적인 라인이다. 다소 심심한 모습은 아쉽지만, 대신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는 있겠다. 

▲ K3쿱의 테일램프

반면 후면부는 마음에 든다. 수평을 기초로 세부 요소가 깔끔하게 정리돼 차폭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수입 스포츠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LED 테일램프, 블랙 하이그로시와 카본 패턴으로 마감된 리어 디퓨저, 듀얼 머플러 등은 터보 엔진을 장착한 쿠페 모델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듯 하다.

◆ 만족스런 엔진에 아쉬운 변속기…운전의 재미는 '글쎄'

K3쿱은 1.6 GDI와 1.6 터보 GDI 등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는데, 시승차는 상급 모델에 해당하는 1.6 T-GDI(자동변속기) 모델이다. 최고출력은 6300rpm에서 204마력, 최대토크는 4300rpm에서 27.0kg·m를 내는데, 이 정도면 동급 배기량의 터보 모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수준이다. 제원상으로는 부족함이 없으며 직접 시승을 했을 때도 엔진 성능 자체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K3쿱의 엔진룸

그런데 K3쿱에 장착된 1.6리터 터보 GDI 엔진의 가속감은 좀 느긋한 느낌이다. 터보의 강력한 한 방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현대기아차에서 이렇게 센스 있는 엔진을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다. 저속에서 꾸준히 올라가는 속도계는 고속까지 꾸준하게 이어진다.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라는 점은 일단 합격점이다.

그러나 터보 엔진과 조합된 6단 자동변속기는 차의 모든 성능을 끌어내며 운전을 즐기기에는 부족하다. 수동 모드에서도 고RPM에 들어서는 것을 막도록 세팅 돼 있어 운전자가 원하는만큼 충분한 다운시프트를 할 수 없고, 지나치게 빨리 스스로 업시프트를 해버리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본 모델의 6단 수동변속기를 선택하는 것이 ‘운전 재미’를 느끼기엔 더 적합해 보인다.

▲ K3쿱의 기어노브

실제로 K3쿱 터보를 시승하며 장난삼아 미니 쿠퍼S와 드래그 레이스를 해봤는데, K3쿱은 번번이 쿠퍼S에 앞을 내줬다. 출력은 20마력, 토크는 2.5kg·m가 더 높은데도 상대가 안됐다. 원인은 굼뜬 변속기 때문이었는데, 초반 가속은 거의 동일하게 이뤄지지만 변속이 이뤄질 때마다 K3쿱이 계속 뒤로 쳐졌다. 약 8m정도 앞에서 출발해보기도 했는데, 결국 4단으로 변속 될 즈음에 미니에게 추월당했다. 엔진 성능은 만족스러운 데 반해 자동변속기는 아쉽다.

◆ 묵직한 차체의 안정적인 주행 능력…피시테일 개선  

K3쿱은 세단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흔치 않은 쿠페다. 포르테쿱의 경우 세단 대비 24kg가 가벼웠지만, K3쿱은 반대로 100~180kg가량 무겁다. 때문에 K3쿱은 날렵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기 보다는 조금 둔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움직임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엔진이 장착돼 타이어만 바꿔준다면 더욱 재밌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 K3쿱

특히, 포르테쿱에서 결함이라고 제기되곤 했던 '피시테일(차체 뒤가 흔들려 불안해지는 현상)'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포르테쿱의 경우 빠른 속도로 핸들을 돌리면 뒤가 갑자기 빠지며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곤 했는데, 차체가 훨씬 무거워진 탓인지 K3쿱에서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았다. 하체는 나긋나긋 말랑한 느낌인데 자세는 곧잘 유지했다. 확실히 고속 주행 안정성이 개선된 것이 느껴졌다.

핸들 조향감도 향상돼 세단 모델에서 느껴졌던 이질감은 조금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은 느껴진다. 브레이크는 밟는 정도에 따라 제동력이 배분되는데, 초반에 제동력이 몰려있는 기존 현대기아차에 비해 멈추는 정도가 예측 가능해 만족스럽다. 

▲ K3쿱의 스티어링휠과 계기반

연비는 주행 스타일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트립 컴퓨터상 시내 8km/l, 고속도로(100~130km/h)는 15.0km/l 수준으로 기록됐다. 1.6 GDI 모델에 비해 확실히 연비는 떨어진다. 게다가 조금 무리해 속도를 내면 연료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트립 컴퓨터에서 2km/l까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연료탱크 용량이 작은 편이어서 주유소를 자주 들러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 대중성을 생각한 무난한 실내…쿠페 스타일은 '실종' 

K3쿱의 실내는 세단 모델에 비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일반 운전자가 느낄만한 변화는 손에 꼽힐 정도다. 물론, 세단에서 파생된 쿠페의 실내가 크게 바뀌기는 어렵지만, K3쿱은 전작보다 더 조심스러워졌다. 포르테쿱의 경우 대시보드, 도어트림에 ‘레드 패키지’란 옵션이 선택 가능했던 점을 감안하면, 세단과 쿠페를 보다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차별점을 줘야 할 필요가 있겠다. 

▲ K3쿱의 실내

K3쿱 실내의 변화는 블랙으로 마감된 헤드라이닝(루프 안쪽), 삭제된 A필러 쪽창, 도어 트림 디자인, 안전벨트 연장 가이드, 알루미늄 페달 정도. 그리 많지도 않고, 변화를 느끼기도 쉽지 않다. 차라리 스티어링 휠 디자인, 시트 디자인, 실내 소재 등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부분의 사양을 바꿔주는 것이 차별화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쿠페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 K3쿱의 패들시프트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스포츠 버킷시트도 시트의 본 기능보다는 부가 기능(통풍 시트)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다. 또, 버킷시트라 하기에는 몸을 잡아주는 느낌이 부족했고, 서킷을 주행할 때도 시트와 몸이 따로 놀았다.

그러나 실내를 조금 더 살펴보니, K3쿱은 쿠페의 특별함 보다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티한 맛을 강조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였는데, 상품성에서는 세단 수준으로 뛰어났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지만 기아차에서 K3쿱의 연간 목표 판매량을 7000대로 잡은 만큼, 소수를 위한다기보다 다수를 위해 출시된 차로 여겨진다.

 

K3쿱 터보는 K3 세단과 차별화된 성격을 갖추려 노력했지만, 세단의 편안함도 포기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중간한 차가 됐다. 쿠페라면 그저 문만 2개 달린게 아니라 차별화 된 개성, 운전 재미까지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싱겁다고 모두 ‘웰빙음식’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면에서 K3쿱은 기대에 턱없이 못미쳤다. 

Good : K3 세단과 구분되는 디자인, 부드럽게 가속되는 엔진, 제동력 배분이 조절된 브레이크
Bad : 엔진 받쳐주지 못하는 자동변속기, 부담스러운 실연비, 다소 말랑한 하체, 개성 부족

시승차 정보 및 가격 : 2013 기아 K3쿱 1.6 터보 GDI 노블레스. 2140만원
내비게이션 UVO, 선루프, 6단 자동변속기, 스포츠 버켓&통풍시트 옵션 추가. 25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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