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칼럼] 현대차 광주형 일자리를 바라보는 두 시선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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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15 11:51
[최재원 칼럼] 현대차 광주형 일자리를 바라보는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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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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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광주형 일자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에 전남, 전북 군산, 경북 구미 등 타 지자체에서도 제 2의 광주형 일자리를 모색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실업률은 122만4000명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고용절벽이라고 불리는 현재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모두에게 환영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현대차 울산공장

#광주형 일자리란?

작년 하반기부터 이슈가 됐던 소위 광주형 일자리는 2021년 광주 빛그린 산업단지 내 약 19만평 부지에 현대자동차와 광주광역시가 합작해 연 생산 10만대 가량의 자동차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는 2001년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공장을 그 롤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폭스바겐은 생산공장을 동유럽이 아닌 독일에 설립하여 실업자 5000명을 신규 채용하는 조건으로 인건비를 기존 생산직 급여에 약 80% 수준으로 낮추고자 하였고, 당시 노사정 간 긴 진통 끝에 시작된 아우토 5000은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례를 바탕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임에도 이에 대한 기대와 응원만이 아니라, 반대와 걱정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광주형 일자리 기자회견(사진=광주시)
광주형 일자리 기자회견(사진=광주시)

#광주형 일자리를 바라보는 두 시선- 찬성

찬성과 응원의 시선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바라보면, 우선 대규모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계획대로 진행이 되는 경우 총 사업비 7000억이 투자되어 직접 고용 약 1000여명, 간접 고용 약 1만2000여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둘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가진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평균적으로 약 12% 정도로, 토요타(6% 내외)와 폭스바겐(10% 내외)에 비하여 비용 경쟁력이 밀려왔습니다. 체결된 협약에 따라 주 44시간 기준으로 초봉을 3500만원으로 운영한다면 현대자동차는 기존 생산직 급여에 절반 이하 수준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무조건 낮은 인건비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광주시와 중앙정부가 주거, 교통, 의료 등의 복리후생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청년들에게는 양질의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안착된다면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됩니다.

광주시-현대차 노조 간담회(사진=광주시)

#광주형 일자리를 바라보는 두 시선- 반대

이러한 기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를 사회적 사기라고 부를 정도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선 ‘35만대 생산까지 임금-단협 유예’ 조항이 협약 내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7만대 정도 생산이 이루어진다고 보았을 때 향후 5년 정도는 임금에 대한 단체협약을 유예하기로 노사정 합의를 통해 결정을 한 것입니다.

노동 3권은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권인데 이를 당사자가 아닌 노사정의 합의를 통해 제한하고 있는 모습이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관계 법령에 따른 합리적으로 일상적인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보완되기는 하였지만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앞으로도 높아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더불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공급과잉이 결국 치킨게임의 공멸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을 닫은 GM 군산공장뿐 아니라 현재 현대차의 공장 가동률이 76% 정도로 생산 능력이 남는 현 상황에서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소형 SUV 생산 시설을 늘리는 것은 가까이는 기존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과 멀리는 국내 자동차 업계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현대차-광주시 투자협약식(사진=광주시)
현대차-광주시 투자협약식(사진=광주시)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 포인트 

노사 간의 양보와 타협을 통하여 국가적인 차원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야함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 양 당사자 이외도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는 복잡해진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정부가 주도하여 오랜 불신을 넘어선 소통의 통합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당위적인 부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광주형 일자리가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준비가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대기업 중심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겠습니다. 간접 고용의 규모가 10배는 더 기대되고 있지만 원-하청 관계에서 야기되는 수많은 문제점은 이번 논의 제외되어 현재의 노동시장 문제점이 답습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의 일자리 창출도 필요하겠습니다.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 맞춰진 광주형 일자리가 단기 수치에만 집중된 프로젝트가 되지 않도록 후속 보완적인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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