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폭스바겐은 꿈에 그리던 알파로메오 손에 넣을 수 있을까?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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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04 15:40
[이완 칼럼] 폭스바겐은 꿈에 그리던 알파로메오 손에 넣을 수 있을까?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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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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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스포츠카 하면 어떤 브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 아무래도 페라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 페라리 설립자 엔초 페라리는 원래 알파로메오 레이싱팀에서 활동하던 레이서였죠. 서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다 안 좋게 끝이 났습니다만 어쨌든 초기 이탈리아 스포츠카 역사에서 알파로메오는 결코 빠질 수 없는, 한가운데 있던 브랜드였습니다.

알파로메오는 프랑스 자동차 사업가와 이탈리아 젊은 귀족이 만든 자동차회사에서 출발합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갈라지고 새롭게 투자를 받아 만든 게 A.L.F.A.였죠. 그리고 당대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인 주세페 메로시를 데려오면서 알파로메오의 역사는 본격화되는데요.

1차 세계 대전으로 자동차 생산이 어려운 틈을 타 니콜라 로메오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알파로메오라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후 국영 기업으로 오랜 세월을 보내게 되죠. 결국 어려움을 겪던 이 제조사는 란치아처럼 피아트에 매각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밀라노 광장의 스텔비오 콰드리폴리오 / 사진=FCA

# 자동차 회사 인수 두 대가

독일 VW으로 넘어간 람보르기니를 제외하면 마세라티와 페라리까지,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는 피아트에 의해 통일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를 마구 넓혀가는 건 자칫 그룹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경영 능력, 차의 품질 문제가 어느 한 곳에서 터지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디젤 게이트가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어쨌든 피아트가 한동안 애를 먹자 알파로메오도 함께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러다 미국 크라이슬러와 피아트가 합병해 FCA(Fiat Chrysler Automobiles)로 그룹명이 바뀌며 알파로메오는 재건의 기회, 부활을 꿈꾸게 되죠. 하지만 이 알파로메오를 오래전부터, 꾸준히, 아주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는 독일 자동차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폭스바겐입니다.

자동차 회사 인수합병의 대가, 합병의 병적 집착이라고까지 불러도 될 폭스바겐은 독일의 아우디와 포르쉐, 영국 벤틀리, 프랑스 부가티, 체코 스코다, 스페인 세아트, 스웨덴 트럭 스카니아,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자동차 디자인 그룹으로 잘 알려진 이탈디자인과 바이크 회사 두카티, 그리고 람보르기니를 품어 안게 됩니다. 또 다른 형태의 유럽 통합 신기원(?)을 이룩했네요.

# 폭스바겐과 이탈리아의 인연(?)

작품이라 말할 수 있는 휠 디자인 / 사진=FCA

이처럼 원하는 회사는 무엇이든 내 것으로 만들 줄 알았던 VW 그룹도 알파로메오만큼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왜 이렇게 알파로메오를 원하는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스포츠 주행 감성은 유럽 시장에서 특히 사람들을 매료시켰죠.

또한 폭스바겐이 지금처럼 성장하는 것에 결정적 역할을 한 페르디난드 피에히 전 회장의 알파로메오 앓이도 유명합니다. 그가 이 회사를 탐냈다는 건 비밀도 아니었는데요. 그러고 보면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이탈리아 디자인을 특히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 포르쉐에서 권력 다툼에 밀려 외부로 밀려났을 때 그가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였습니다.

그와의 인연, 우정은 1세대 골프 디자인과 제타, 시로코, 파사트, 판다 등의 디자인으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앞서 밝힌 것처럼 주지아로가 만든 이탈디자인을 인수까지 하는 것으로 발전합니다. 또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라 불린 발터 드 실바 역시 이탈리아인으로, 피아트는 물론 문제의 알파로메오 디자이너 출신이기도 했습니다.

몇 가지 이유로 이탈리아 바이크 브랜드 두가티를 인수한 것도 의외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이 역시 피에히 전 의장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공교롭지만, 참으로 일관(?)된 이탈리아 사랑이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폭스바겐의 여러 번의 구애에도 꼼짝 한번 안 하던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은 최근 몇 가지 안 좋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판매량을 이끌고 있는 콤팩트 해치백 줄리에타 / 사진=FCA

# FCA 내부 변화와 알파로메오의 부진

우선 피아트 그룹을 위기에서 구한 것으로 평가받은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의 죽음, 그리고 미국에서 배기가스와 관련 조사와 소송을 당하는 등, 디젤 게이트로 인해 올 3분기에만 1조에 가까운 비용을 지급한 일, 그리고 알파로메오와 마세라티의 부진 등입니다.

피아크크라이슬러 그룹 전체를 놓고 보면 3분기에 판매량이 증가했고 매출액도 늘었지만 순이익은 많이 감소했습니다. 그나마 북미 시장에서 지프 등이 선전하는 덕에 더 큰 추락은 막을 수 있었는데요. 현재 그룹 CEO는 마이클 맨리로 지프의 성공을 이끈 공이 크지만 그가 남다른 애착을 보인 전임 회장처럼 적자에 허덕이는 알파로메오를 끌어안고 갈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마세라티와 함께 알파로메오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언제든 불러만 달라는 폭스바겐과 매각을 위한 테이블을 만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최근 독일의 자동차 경제지 아우토모빌보헤가 소개한 피아트 전문가 쥬세페 베르타 밀라노대 교수 발언도 흥미롭습니다. 현재의 상태라면 이탈리아에 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 공장 7개 중 최소 1개는 문을 닫게 될 것이며, 알파로메오를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진=FCA

역사적인 거래는 이뤄질 수 있을까요? 변수라면 인수를 그토록 원했던 피에히 의장이 일선에서 쫓겨나듯 후퇴했다는 점, 그리고 디젤 게이트로 인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천문학적인 배상 비용과 전기차에 대한 엄청난 투자로 여력이 없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과연 FCA 새 회장은 알파로메오를 살리기 위해 다시 거액을 투자할까요? 그게 아니라 매각을 고민한다면 후보 1순위인 폭스바겐이 이런 상황에서도 손을 기쁜 마음으로 내밀 수 있을까요? 두 자동차 공룡들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 어떤 결론이 나든 알파로메오의 운명, 참 기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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