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e-골프, 5천원으로 100km까지 달린다
  • 독일 베를린=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03.27 17:35
폭스바겐 e-골프, 5천원으로 100km까지 달린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독일에서 이런 광고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저게 웬 한글이야"

독일 베를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여진 옥외 광고였다. 시내 곳곳에 세워진 전광판에도 같은 광고가 자주 눈에 띄었다. 한글 광고가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고 대체 누구 보라고 만든 광고인가 싶기도 했다. 귀퉁이 '삼성' 로고가 작지만 강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는 광고는 폭스바겐 ‘e-모빌리티’에 관한 것이었다.

▲ 폭스바겐은 전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2주간 전기차 행사를 진행했다. 베를린에서 '박근혜 대통령 환영' 광고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었던 폭스바겐의 광고.

폭스바겐은 지난 10일부터 2주간 독일 베를린 외곽에 위치한 템플호프 공항에서 ‘전기화되다!(Electrified!)‘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 각국 기자들을 초청해 전기차 행사를 열었다.

▲ 베를린 템플호프 공항에 마련된 'e-모빌리티' 행사장.

행사 장소 템플호프 공항은 제 2차 세계대전 독일 공군 핵심 시설로 쓰였던 곳이다. 현재는 공항으로 사용되진 않는다. 폭스바겐은 거대한 공항의 활주로와 격납고를 통째로 빌렸다. 활주로에는 간이 서킷이 만들어졌다. 전기차도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듯 했다. 격납고는 마치 과학관처럼 꾸며졌다. 폭스바겐의 여러 콘셉트카가 전시됐고 전기차에 대한 현재와 미래를 알려주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체험장으로 만들어졌다.

▲ 폭스바겐의 INEES 콘셉트카. 차세대 1인승 이동수단이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e-골프였다. 'e-골프'는 "전기차도 폭스바겐은 폭스바겐"이라고 말해주는 듯한 모델이다. e-골프의 목표는 전기차 대량 생산과 이를 통한 합리적인 판매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폭스바겐 측은 MQB 플랫폼을 통해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하나의 라인에서 혼류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원가절감과 생산 시간 단축은 곧 판매가격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폭스바겐 e-모빌리티 총괄 책임자 토마스리버(Thomas Lieber)와 얘기를 나눴다.

▲ 행사장 가운데엔 e-골프가 전시됐다. e-골프를 앞에 두고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다.

토마스는 먼저 e-골프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그는 “e-골프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190km까지 갈 수 있는데 이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얘기를 시작했다.

이어 "독일의 대도시 거주자들은 하루 평균 30~40km를 이동하기 때문에 e-골프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 하다"면서 "가격은 3만4900유로(약 5150만원)로 골프 GTD에 비해 단 3000유로(약 440만원) 비쌀 뿐”이라고 말했다.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차라리 골프 GTD를 사는게 낫다고 얘기하겠지만 토마스는 “e-골프는 100km를 가는데 전기료로 3.3유로(약 5000원)만 지불하면 된다”며 전기차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 폭스바겐 e-모빌리티 총괄 책임자 토마스리버(Thomas Lieber)가 e-골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마스는 e-골프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설명하면서도 현재 전기차가 안고 있는 여러 약점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분야는 배터리 기술이다. 현재 적용되는 배터리 기술은 ‘1세대’라고 볼 수 있다. 배터리 기술의 진척 정도가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핵심이다. 폭스바겐은 파나소닉과 협력해 배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한번 충전으로 500km까지 달릴 수 있다면 모든 운전자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 e-골프를 분해했다. 배터리가 가장 눈에 띈다. 전기차는 연료통과 배기관이 필요없으니 그 공간에 배터리를 넣어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폭스바겐은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추친해 나갈 계획이고 골프 GTE도 그 일환이다. 골프 GTE는 주행거리가 950km나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이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친환경차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토마스는 “특정 방식에 집중하지 않고 미래 동향에 대해서도 쉽게 예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기에는 모든 방향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말이다.

▲ e-골프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190km까지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140km.

그는 “단기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이 유리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순수 전기차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선호도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 순수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고 독일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유리하다. 같은 유럽이지만 노르웨이나 일부 북유럽 국가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은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별로 선호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e-골프는 어쩔 수 없이 최근 공개된 여러 전기차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BMW i3는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다. BMW는 전기차 전용 모델이라는 큰 한수를 뒀다. 폭스바겐도 XL1 콘셉트카 같은 전용 모델을 만들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에 대해 토마스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시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마련”이라며 “새로운 모델 개발에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 시트나 각종 실내 부품 등의 전기차와 무관한 부품에서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폭스바겐은 전기차의 필수 부품 외에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골프를 선택했다. 비용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기존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더 올바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MQB 플랫폼에서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을 함께 만들 수 있다.

전기차를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i3처럼 독특한 모델이 흥미를 끌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모두가 타고 다닐 이동수단이라고 본다면 e-골프가 더 적절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토마스는 전력 생산의 친환경도 강조했다. 그는 “폭스바겐은 e-업!, e-골프, 골프 GTE를 위한 ‘블루파워’를 제공하고 있다”며 “블루파워는 풍력, 수력, 태양열을 통해 얻은 대규모 재생에너지원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만들어미져 전기차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e-골프는 오는 5월부터 독일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한국에는 내년부터 e-골프가 판매된다. 아직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

▲ 한국에는 내년 출시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