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전기차 부대의 선봉, e-골프를 타다
  • 독일 베를린=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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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27 19:11
[시승기] 폭스바겐 전기차 부대의 선봉, e-골프를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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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24시간 쉴틈없이 돌아간다. MQB 플랫폼에서 제작되는 골프, 티구안 등의 핵심 생산기지다. 하루 약 3500대의 차가 만들어지며 이중 약 2천대 정도가 신형 골프다.

e-골프도 골프, 티구안과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동일한 생산 라인에서 제작된다. BMW i3와 같은 전기차 전용 모델은 별도의 생산 라인이 필요하고 새로운 부품에 대한 개발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자연스레 판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e-골프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생산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기존 골프가 갖고 있던 신뢰나 이미지까지 등에 업었다.

▲ 폭스바겐 e-골프.

폭스바겐 측은 e-골프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폭스바겐에서 전기차 부문(Electric Drive)를 담당하고 있는 허버트루홀(Herbert Ruholl)은 “e-골프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폴로, 티구안, 파사트 등에도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얹힐 수 있고 e-골프와 마찬가지로 비용절감과 생산시간 단축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이처럼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변하는 과도기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토대를 마련했다. 현시점에서 전기차를 내놓는 것이 단순한 쇼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첫 발걸음이며 더 내딛기 위한 준비도 모두 끝났다고 말하고 있다.

▲ e-골프를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점차 다른 전기차에게도 적용된다. 또 엔진이 장착된 일반 골프에도 공기역학적인 설계나 첨단 기술의 도움이 이어지겠다.

◆ 더 완성도 높은 골프로 거듭나다

독일까지 날아가 시승한 e-골프는 폭스바겐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출시를 하겠다고 업계에 선포하는 신호탄이다. 막중한 역할이기 때문에 골프가 아니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다. 만전을 기한 e-골프는 엔진 대신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된 점 외에도 에너지 효율을 위한 방편이면서 첨단기술이라고 불리는 몇가지 편의사양이 더해졌다.

▲ 폭스바겐 최초로 LED 헤드 및 테일램프가 적용됐다. LED 주간주행등도 새롭게 디자인됐다. 휠은 공기저항을 최소화시키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폭스바겐 최초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는 LED가 사용됐다. LED 주간주행등도 새롭게 디자인됐다. LED는 단가가 비싸지만 에너지 효율이 좋기 때문에 소형차나 전기차에서는 필수적이다. 실내등도 대부분 LED로 교체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탑재됐다. 레이더 센서와 전방 카메라를 통해 스스로 속도와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결국 불필요한 가속이나 급제동을 방지해 에너지 효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편의가 높아지는 것은 기본이다. 

▲ 계기반의 구성이나 8인치 터치 스크린이 변경됐을 뿐 일반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센터페시아의 8인치 터치스크린에서는 차량의 상태나 에너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또 현재 에너지량으로 왕복 주행할 수 있는 곳을 지역을 표시해준다. 또 주변 지역이나 경로상의 교통 상황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여러 정보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폭스바겐을 시승하기 전 e-골프의 스마트키와 ‘카넷 e-리모트’ 어플리케이션이 깔린 아이폰을 함께 나눠줬다.

또 일반적인 골프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공기저항 감소를 위해 폐쇄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16인치 알로이 휠, 낮은 회전저항을 갖춘 콘티넨탈 ‘콘티 e콘택트’ 타이어가 적용됐다. 또 머플러가 없는 점도 다른 부분이다.

◆ 짜릿한 전기모터와 안정적인 핸들링, 연비가 다는 아니다

지금까지 타본 전기차는 모두 빨랐다. 엔진과 다르게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의 특성상 당연하다. e-골프도 소스라치게 빠르다. 분당 12000회까지 회전할 수 있는 전기모터는 신음소리 한번 내뱉지 않고 앞바퀴를 돌린다. 최고속도가 시속 60km 정도인 도심에서는 제아무리 포르쉐라도 e-골프를 따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 도심에서 작정하고 달리면 누구도 쉽게 추월할 수 없다.

민첩한 코너링은 역시 골프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전기모터와 318kg에 달하는 배터리가 차체 밑바닥에 깔리니 코너에서 안정감이 더 높아졌다. 연료효율을 위한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박진감 넘치는 주행을 방해하는 것은 흠이다.

▲ e-골프의 구조.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밑바닥에 깔렸다. 덕분에 무게 중심이 훨씬 나아졌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나 조용하다는 것. 사실 소리없이 강한 것은 맥이 빠진다. 쾌감이 뚝 떨어진다. 그래서 배기음이 줄어든 올 시즌 F1 챔피언십도 비난을 받고 있다. 효율과 속도를 떠나서 차가 전달하는 소리가 운전자에게 얼마나 큰 희열을 주는지 엔지니어들도 잘 알 것이다. 그것을 포기하기엔 고막은 아직 건강하다. 또 엔진 소리가 없어지니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에 더 민감해진다. 전기차가 단순히 파워트레인을 바꾸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새삼 느껴진다.

▲ 너무 조용하기 때문에 어색하다. 작은 소음에도 민감해진다. 그러니 풍절음과 노면소음도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다.

e-골프는 최고속도가 시속 140km로 제한됐다. 속도계도 시속 160km까지 표시됐다. 충분히 최고속도를 더 높일 수 있지만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제한했다고 한다. 시속 60km를 넘어서면 목이 젖혀지는 폭발력은 사라지고, 시속 100km가 넘어서면 가속은 더뎌진다. 그래도 베를린의 도심 고속도로에서 격하게 운전하기로 유명한 독일인들 속도에 맞춰 달리는게 어렵지 않았다.

▲ 12000rpm까지 회전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모터. 주황색 선은 전력 케이블이며 전기모터 위에 부착된 '파워 일렉트로닉스' 모듈이 배터리에 저장된 직류(DC)를 교류(AC)로 변환한다.

에코, 에코 플러스, 노멀 등 총 3가지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각각 최고속도는 90km, 115km, 140km로 제한되며 최대토크와 냉난방장치도 개별적으로 제한된다.

전기차도 결국 한정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비운전을 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다만, 첨단 장비를 통해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쉽게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다. 재생 브레이크 시스템도 이에 속한다.

▲ e-골프의 재생 브레이킹 모드.

일반적인 폭스바겐 차는 D모드에 놓여있던 기어노브를 밑으로 내리면 S모드가 된다. e-골프는 S모드 대신 B모드가 된다. B모드는 엔진 브레이크와 비슷한 개념으로 전기모터에 제동을 건다. 바퀴에 제동을 가하는 풋 브레이크 수준으로 속도가 줄고 브레이크 등도 들어온다. 도심에서는 굳이 풋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또 B모드와 풋 브레이크를 동시에 사용하면 더 효과적인 제동도 가능하다.

 

◆ 전기차는 미래가 아닌 현재

폭스바겐은 전기차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장거리 주행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구매 후 첫 3년간 매년 30일까지 일반 엔진이 장착된 렌터카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e-골프의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GTE도 내놓는다. GTE의 최대 주행거리는 950km에 이른다.

 

또 충전방식도 한단계 발전했다. e-골프는 AC 방식과 DC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AC 방식의 표준 충전 케이블을 사용하면 13시간 내에 충전이 완료된다. 카포트 혹은 월박스의 충전 케이블을 사용하면 8시간 안에 충전이 완료된다. 복합충전시스템(CCS, Combined Charging System)은 DC 방식의 충전을 가능하게 한다. CCS 충전을 통해 30분 내에 80% 이상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 전기도 공짜는 아니지만 기름을 안넣는다는 것은 왠지 훨씬 경제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전기차를 살까말까 고민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전기차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0년 닛산과 미쓰비시가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를 출시했을 때완 사뭇 다르다. 기술 발전 속도나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변했다. 어느새 전기차는 소리없이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그것만을 탓하며 밀려오는 파도를 거스를 필요는 없다. 결국 전기차의 시대는 오고, 치밀하게 청사진을 그려놓은 폭스바겐은 그 시점을 더욱 앞당길 것이다. e-골프는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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