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자동차 판매량 기사의 이론과 실제①…맥락 없는 통계는 팩트가 아니다
  • 전승용
  • 좋아요 0
  • 승인 2018.10.15 17:59
[전승용 칼럼] 자동차 판매량 기사의 이론과 실제①…맥락 없는 통계는 팩트가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판매량 통계는 매우 좋은 기삿거리입니다. 잘 정리된 통계를 이용해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좋은 기사를 쓸 수도 있습니다. 숫자로 증명된 통계는 반박할 수 없는 '팩트'처럼 인식돼 기사의 정당성을 부여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맥락 없이 쓰인 통계는 왜곡될 수 있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늘 옳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통계가 기사화될 때는 어느 정도의 의도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통계 기사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국내 자동차 판매량의 몇가지 패턴을 분석해봤습니다. 

# 연말, 연초에 민감한 국산차 브랜드

국산차 판매량은 연초(1~2월)에 저조하고, 연말(11~12월)에 늘어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국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연초에는 저조하다가 연말에는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연초가 전년도 연말 판매의 영향을 받는 것인데, 부족한 목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연말에 억지로 무리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내년 판매량을 미리 끌어다 쓰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1~2월에는 판매가 잘 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기간은 설 연휴도 있고, 2월은 영업일수도 짧아 판매를 늘리기도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렇게 숨죽이던 판매량은 한꺼번에 터지면서 3월에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국산차 판매량은 연초(1~2월)에 저조하고, 연말(11~12월)에 늘어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국산차 판매량 기사를 볼 때 전월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3월을 2월과 비교해 크게 늘었느니, 1월을 전년도 12월과 비교해 크게 줄었느니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짜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매년 비슷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국산차 판매량은 전년과 비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물량이 공급돼야 판매도 생긴다

연말임에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이 줄어든 이유는 파업으로 인한 물량 부족 때문이다

그런데, 2017년 12월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해당 회사의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아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영업 사원이 차를 팔려고 해도 팔 차가 없으니 당연히 판매량이 줄어들 수 밖에요. 같은 기간 한국GM과 쌍용차, 르노삼성의 판매량은 올랐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줄어든 이유입니다. 

7~10월 사이에 판매량이 다소 저조한 이유 중 하나도 이 시기에 노사 임단협 문제로 인한 공장 파업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휴가철과 추석 연휴 등이 겹치면서 전체적인 생산 물량이 뚝 떨어지는 기간입니다. 

수입차는 더욱 물량에 민감합니다. 시장 흐름에 맞춰 알맞은 물량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예측하지 못해 물량이 부족하면 판매를 못하는 것이고, 너무 남으면 엄청난 보관비를 내는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인증이 완료된 몇몇 차종의 물량을 확보해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판매했다 

인증 문제로 고통받던 아우디와 폭스바겐 경우 일부 차종을 한꺼번에, 그것도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적용해 팔았습니다. 덕분에 연초에 저조했던 판매 곡선이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차종들은 물량이 정해진 한정판 모델들이어서 다시 뚝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입차의 경우 특정 모델의 판매량이 갑자기 늘었다고 해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물량 공급과 맞물려 진행되는 할인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수입차는 전년 대비가 아닌 전월 대비 기사가 이런 맥락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 영업일수의 중요성 '차는 영업 사원이 파는 것'

추석이 있는 달은 영업일수 부족 등의 이유로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영업일수에 대한 고려도 자동차 판매량을 이해하는데 필요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국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5% 줄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국산차의 커다란 위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하락은 추석 등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감소 때문입니다. 올해는 추석이 9월에 있었으니 9월에 줄어든 것입니다. 연간 판매량 그래프를 살펴보면 추석이 10월이었던 작년에는 10월에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전년과 비교를 하더라도 이런 변수에 대한 설명이 꼭 들어가야만 하겠죠. 

추석이 있는 달은 영업일수 부족 등의 이유로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영업일수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물량 공급과 인증 문제, 프로모션 등이 더 큰 변수기 때문입니다. 

# '인증과 결함' 수입차의 고민들

폭스바겐 사건 이후 인증 문제는 수입차에게 큰 고민입니다. 인증 자체가 빠르고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뿐 아니라, 인증이 취소되기라도 하면 당장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수입차 판매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입니다. 

인증 문제로 인해 팔 차량이 없던 아우디와 폭스바겐

올해 초 아우디와 폭스바겐 판매량을 보면 인증 취소 때문에 팔 차가 없었습니다. 수입차 업계 3~4위를 굳게 지키던 브랜드 입장에서는 충격이 컸죠. 최근 몇 개 모델의 인증이 통과돼 판매 재개됐지만, 아직도 인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예전 위상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입차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환경 기준 미달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올해 9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이하 WLTP)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팔 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월 5000~6000대를 우습게 넘기던 벤츠 판매량은 지난달 2000대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BMW는 화재 이슈로, 벤츠는 환경 이슈로 판매량이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결함(또는 리콜)은 수입차 판매량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몇몇 중대 결함은 판매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BMW는 화재사건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며 판매가 크게 줄었습니다. 몇몇 다른 핑계가 있겠지만, 화재사건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합니다. 앞으로의 추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예전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꽤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물론, 이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있다면 판매량은 다시 올라가겠지만요.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량의 흐름을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다음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관계, 브랜드를 이끄는 신차, 뒤바뀌는 세단과 SUV, 상용차가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 국산 브랜드의 순위 변동 등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