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걱정 반, 기대 반'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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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8 13:41
[전승용 칼럼]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걱정 반, 기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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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보면 2010년대 초부터 사이드미러가 없는 콘셉트카들이 하나둘씩 모터쇼에 등장했던것 같습니다. 차 밖으로 커다랗게 삐죽 튀어나온 거울 대신, 작고 얇은 카메라를 장착한 것이죠. 당시로써는 무척 신기한 기술이었지만, 언제쯤 양산차에 적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콘셉트카들은 대부분 디자인 스터디를 위해 만든 것으로, 사실상 양산 불가능한 디자인을 하고 있었죠.

푸조 오닉스 콘셉트카
푸조 오닉스 콘셉트카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기술은 이보다 더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어느새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가 장착된 양산차가 나왔으니 말이에요. 이번에 출시된 렉서스 신형 ES에는 양산차 최초로 사이드미러가 사라지고 카메라가 적용됐습니다. 아직은 일부 특정 모델에만 카메라가 들어가고, 대부분은 사이드미러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자동차가 판매된다는것 자체가 큰 의미라 할 수 있겠죠.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쓰는 것은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자동차의 공기 저항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 고화질의 광각 카메라를 사용해 운전자의 사각지대를 줄이면서 더욱 선명한 화면을 보게 할 수 있습니다. 적외선 기능까지 들어가면 어두운 곳에서도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겠네요.  

물론 단점도 있죠. 일단 거울 대신 고가의 카메라가 들어가니 차 가격이 올라가겠네요. 단순히 카메라를 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운전자에게 보여줄 디스플레이 기술에도 비용이 들어가죠. 또, 비가 오거나 흙탕물이 튀는 등 이물질이 카메라 렌즈를 가려버리면 제 기능을 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주행 중 갑자기 고장이라도 나면 매우 위험합니다. 고장 시 수리비도 꽤 나가겠네요.

렉서스 신형 ES

렉서스 신형 ES의 경우 사이드미러 위치 안쪽에 커다란 모니터가 들어있습니다. 다만, 운전자 시야로 봤을 때 외관에 있는 사이드미러를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듯해 아쉽네요. 한마디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모니터로 보나, 그냥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나 비슷한 느낌이라는 겁니다. 

이보다 앞서 공개된 아우디 e-트론에도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가 적용됐는데, 이 차 역시 안쪽에 작은 모니터가 달려있습니다. 디자인은 신형 ES보다 훨씬 깔끔하지만, 기본적인 구현 방식은 같습니다. 

아우디 e-트론

물론, 사이드미러쪽 모니터뿐 아니라 계기판에서도 카메라 영상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니까요. 특히, 아우디처럼 계기판 전체를 디지털화 해 사용하는 브랜드에서는 너무도 당연히 구현할 수 있겠죠. 어찌 보면 작게나마 모니터를 장착한 것 자체가 사이드미러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위한 나름의 배려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사이드미러가 이런식으로 아예 사라지는 것은 조금 불안합니다. 카메라는 언제든 고장이 날 수 있는 전자적 기계이기 때문이죠. 사이드미러는 운전자에게 중요한 '눈'인데, 갑작스럽게 고장이라도 나면 도로 위의 장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인지 현재로서는 사이드미러와 카메라를 함께 쓰는 방식에 더 마음이 놓이는게 현실입니다.

혼다 어코드

혼다가 2012년 어코드를 출시하며 '레인와치'란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이 기술은 사이드미러를 아예 없앤 것이 아니라, 사이드미러에 카메라를 더해 운전자의 사각을 줄이는 것입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카메라에 찍힌 화면을 센터페시아 중앙에 있는 모니터에 보여주는 것이죠.

그런데 이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보는 것도 다소 불편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오른쪽만 가능하고, 왼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좌핸들 기준). 운전자의 시선 상 모니터는 바꾸려는 차로의 방향과 일치해야 합니다. 그런데 모니터가 센터페시아에 있다 보니 오른쪽 변경은 운전자의 시선과 같은 방향이지만, 왼쪽 변경은 반대 방향이 됩니다. 왼쪽으로 차로를 바꾸려는데 오른쪽에 있는 모니터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운전자의 사각은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많은데, 이를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현대차 넥쏘

이를 개선한 것이 올해 나온 현대차 넥쏘와 기아차 K9에 적용된 후측방 모니터 시스템입니다. 어코드처럼 사이드미러에 카메라를 추가한 방식이지만, 어코드와 달리 왼쪽과 오른쪽이 둘 다 됩니다. 특히, 양쪽 카메라에 찍힌 광각 영상을 운전자 정면의 계기판에 보여줍니다. 운전자가 최대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면서 차로를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아차 K9

넥쏘의 경우 왼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왼쪽 사이드미러 모양이 뜨고,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오른쪽 사이드미러 모양이 뜹니다. K9의 경우 왼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계기판 왼쪽 속도계에 영상이 나오고,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오른쪽 회전계에 영상이 나옵니다.

일부에서는 이 기능이 사이드미러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사각지대경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라고 합니다. 이 말도 맞지만, 현재 넥쏘나 K9에 들어간 후측방 모니터 시스템은 사이드미러를 대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사실 사각지대경고 시스템 자체가 사이드미러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기술이 극대화되면 사이드미러를 완전 대체하게 되겠죠. 

볼보 XC40 콘셉트카
볼보 XC40 콘셉트카

작은 불안감에 이래저래 말이 많았지만, 어쨌든 자율주행차 시대로 흐르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방향 상 사이드미러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레이더(또는 라이더)와 카메라 등으로 주변 환경을 분석해 알아서 운전하는 시대에 사이드미러가 필요하겠습니까. 실제로 테슬라 모델 S의 경우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가 알아서 주변 차량을 확인하고 안전할 경우 차로를 바꿔주는 기술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시대가 올 때까지 이 카메라 기술을 어떻게 구현하냐입니다. 개인적으로 렉서스 신형 ES와 아우디 e-트론에 적용된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한 듯합니다. 계기판에 띄우는 방식이든, 룸미러에 보여주는 방식이든, 컴바이너 형태의 HUD에 나타나는 방식이든, 운전자가 최대한 고개를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 양쪽을 모두 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할 듯합니다.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하는 기술은 이제 시작입니다. 제조사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사이드미러에 익숙한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기대해 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고장 위험을 줄이는 것은 물론, 고장 이후의 대책까지 충분히 마련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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