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 투싼 페이스리프트...첨단 SUV가 가진 강점과 약점
  • 김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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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1 16:15
[시승기] 현대 투싼 페이스리프트...첨단 SUV가 가진 강점과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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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싼이라면 한때 국내서 가장 잘팔리던 차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위로는 신형 싼타페, 아래로는 코나로 인해 기를 못펼 형국이다. 그럼에도 투싼은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해 왔으며 현대차 SUV 라인업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북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어 내후년부터는 현지 생산을 통해 부진을 겪는 미국 시장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등 투싼이 짊어질 역할은 매우 크다. 그럼에도 이번 페이스리프트는 다음 투싼(NX4)의 출시까지 불과 2년 남짓을 버티기 위한 모델로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기 보다는 내수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다. 

페이스리프트임에도 가격은 트림에 따라 80-200만원 가량 올랐다. 기본 옵션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기 때문이라는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추측컨대 2015년 투싼의 가격은 당시 유행하던 르노삼성 QM3, 쌍용 티볼리에도 방어하는 경쟁력이 있어야 했을테고, 지금은 바로 아래 코나가 준비된 만큼 그 자리를 비워주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높은 가격대를 설정해야 했을걸로 보인다. 

 

# 부드럽고 안정적인 자동차...첨단 반자율주행까지

차를 출발시키자 마자 깜짝 놀랐다. 운전대가 스스로 훅 꺾였기 때문이다. 차선 이탈을 막고 스스로 운전을 하는 기능인 LKAS다. 어지간한 자동차에 비해 월등히 빠르고 강하게 돌려준다. 30초 정도 잡지 않으면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를 하는데, 계속 잡지 않으면 투싼은 체념 한 듯 또 다시 스스로 운전을 한다. 경고가 5-6번 반복하고 나서야 큰소리로 삐삐삐 소리를 내며 LKA 시스템이 해제됐다. 정말 오랜시간 스스로 운전하는 덕분에 이제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에 들어섰나 감탄하게 된다. 

확실히 노면을 읽고 적절하게 대응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고속도로에서는 과속카메라 앞에서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데다 막히는 길에서도 알아서 운전을 해주는 HDA까지 장착돼 있어 매우 편리하다. 얼마전까지 좀 불안한 면이 있었지만 이젠 어느새 업계에서 가장 훌륭한 수준에 올랐다. 다만 스마트센스 옵션이 장착된 모델만 시승했는데 기본 모델도 이 정도로 매끄러울지는 모르겠다. 

시동을 걸자마자 엔진음이 부드러워졌다는걸 단번에 느낄 수 있는데 달려보면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상당히 억제됐다. 물론 고급차처럼 철저하게 조용한 느낌이 아니고 전체적으로는 웅웅거리는 울림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차를 운행하는 내내 거슬리는 소리가 아니고 편안하다. 현대차 연구원은 듣기 싫은 소리를 줄이고 듣기 좋은 소리는 더했다고 설명한다. 

엔진은 3가지가 준비돼 있는데, 가솔린 1.6터보, 디젤 1.6, 디젤 2.0이다. 시승차는 2.0리터 디젤 프리미엄 모델이다. 요소수를 넣는 SCR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EGR이 없어 출력 손실이 적을것 같고 최근의 디젤 화재 관련 이슈와도 거리가 있다. 다만 요소수는 매 6000km마다 한번씩 넣어야 하는만큼 경제성에서는 손해가 있다. 

186마력으로 수치상으로는 충분한 출력이지만 그리 고성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차체 무게(1775kg)와의 관계, 디젤엔진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느낌을 말하자면 답답함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정도의 출력이다. 

여기 장착된 8단 자동변속기는 직결감도 나쁘지 않은데다 매우 매끄럽고 변속시간도 빠르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할 만 하다. 특히 rpm을 나타내는 타코미터는 변속에 맞춰 매우 빠르게 오르내리는데, 그 때문에 변속시간이 더욱 빠른 것으로 느껴진다. 다만 1.6 디젤 모델의 경우 출력도 136마력에 불과하고 7단 DCT가 장착되는 만큼 조금은 다른 특성일걸로 예상된다. 

동급 최초로 장착했다는 H-TRAC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가속페달 전개에 따라 전후륜으로 토크를 배분해주는 모습을 실시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데,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뒷바퀴로 좀 더 많은 토크를 전달해준다. 팜플렛에는 핸들 조향에 따라 좌우 토크 배분도 달리하는 것처럼 그려졌지만 산길을 아무리 급격하게 달려도 좌우 구동력 차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기존 4륜구동 AWD와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차 홈페이지의 H-TRAC 설명 이미지. 좌우의 화살표 길이와 갯수를 달리해서 마치 좌우 구동력을 다르게 배분하는 것처럼 설명했다. 
현대차 홈페이지의 H-TRAC 설명 이미지. 좌우의 화살표 길이와 갯수를 달리해서 마치 좌우 구동력을 다르게 배분하는 것처럼 설명했다. 

'패밀리를 중시하는 SUV'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차는 꽤 좋은 자동차다. 뒷좌석의 등받이 각도가 꽤 젖혀지는 부분, 머리 공간이 넉넉한 점, 파노라마 선루프가 주는 개방감도 매력적이다. 공간도 앞좌석 뒷좌석 모두 부족함이 없어 과연 더 큰 차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다. 

운전석 인테리어도 얼마전까지 복잡했던 실내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도록 처음부터 재설계해 깔끔하게 정리된걸로 보인다. 불필요하고 촌스럽던 꾸밈요소를 줄이고 기능적으로 만든게 마음에 든다. 

서스펜션 세팅면에서는 여전히 꽤 부드러운 감각이어서 컴포트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느껴진다. 이래저래 편안한 차로 만들어져 있다. 

# 차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무조건 빠른차가 좋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큰 차가 좋은 것도 아니다. 차의 콘셉트와 목적에 맞춰 만들어진게 이른바 ‘잘 만든 차’다.

그렇다면 투싼의 콘셉트는 어떨까? ‘새로운 다이내믹의 시작’ 혹은 ‘밸런스드 다이내믹(Balanced Dynamic)’이라고 쓰여있다. 특히 홈페이지에 오프로드 주행 장면을 단 한장면도 넣지 않은게 이색적이다. 도심형 SUV라는 점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설정이다. 

결국 시승내내 이 차가 과연 다이내믹을 강조 할 차인가를 살펴보게 된다. 그 때문에 고속에서 핸들도 좌우로 흔들어보고 제동과 가속도 반복해보게 된다. 결국 이내 실망하게 된다. 그저 보통 SUV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같은 가격대 경쟁차종들에 비해 훌륭한 운동성능을 갖췄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소비자들은 절대로 ‘이 정도 가격 SUV가 이만하면 훌륭하다’고 박수치지 않는다. 

다이내믹을 얘기하려면 적어도 어딘가에선 운동성능을 높이는 부분에 비용을 투자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차에선 별다른 노력을 찾을 수가 없다. 가변댐퍼를 쓴 것도 아니고, 핸들의 MDPS, 차체 강성, 서스펜션 세팅 등 이전 투싼이나 경쟁차종에 비해 유달리 나아진 점이 없다. 다만 휠이 19인치로 딱딱하게 노면 잔충격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이 정도로 만들고 다이내믹을 언급하는건 여러 다이내믹한 차량들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이 차는 훌륭한 점이 많다. 첨단 안전장치가 동급 어떤 차보다 뛰어나고, 가족 모두를 태우고도 어떤 차보다 여유롭다. 더 안전 할 것 같은 느낌이고 오프로드에도 어느 정도 대응이 돼 있어서 캠핑을 떠나거나 험로를 달려도 불안감이 없을 것 같다. 마케팅과 제품은 서로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자신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강조하면 결국 거짓말이 되고 소비자들을 실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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