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별에서 온 그대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03.25 09:33
[시승기]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별에서 온 그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차에서는 특이한 점을 찾는 것보다 평범한 것을 찾는게 더 어렵다. 지금까지 이렇게 독특한 차는 없었다. 무엇하나 일반적이지 않다. 먼저 이색적인 외관 디자인에 흠칫하고 실내 디자인에 화들짝한다. 시트로엥이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Créative Technologie)’ 그 자체다.

 

다행스럽게 특이한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 독특한 것들은 분명 쓰임새가 좋다. 미니밴의 기본적인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입 미니밴도 계속 늘고 있는데, 그랜드 C4 피카소는 유일하게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시트로엥의 연료효율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으니 경제적인 장점도 높겠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시트로엥의 판매량이나 브랜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국내서 잘 통하지 않을 차만 꼭 집어서 출시했다는 느낌도 든다. 이에 반해 그랜드 C4 피카소는 타겟이 확실하고 일반적인 미니밴과 차별성이 많기 때문에 단번에 시트로엥의 베스트셀링 모델로 올라설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국내 공식 출시에 앞서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를 시승했다. 2.0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7.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 “나의 길을 가련다”

확실히 평범하진 않지만 매력적이다. 계속 보고 있으면 귀엽기까지 하다. 시트로엥이 지난해 공개한 테크노스페이스(Technospace) 콘셉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선형 실루엣을 갖췄지만 나름 날렵함도 느껴진다. 이전 세대 모델도 평범한 편은 아니었는데 신형 그랜드 C4 피카소는 더욱 미래지향적인 성격이 짙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연결하는 것이 최근 유행인데 시트로엥은 그것을 따르지 않았다. 가느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LED 주간주행등과 맞닿았고 헤드램프는 독립적으로 위치했다. 그래서 다소 낯설게도 느껴진다. 닛산 쥬크나 지프 체로키 등도 이런 식이다. 

 

A필러는 두갈래로 나뉘어졌다. 이전 세대부터 내려온 그랜드 C4 피카소의 고유한 특징이다. 이를 통해 뛰어난 시야와 개방감을 확보할 수 있다. 루프바는 A필러부터 루프로 이어져 D필러까지 연결됐다. 특히 D필러 부분이 강조돼 미니밴의 특징을 더욱 분명히 내비치고 있다. 

‘ㄷ‘자형 LED 테일램프는 화려한 콘셉트보다 더 현란하다. LED 램프가 겹겹이 쌓인 시각적인 효과를 준다. 묘하게 계속 시선이 가는데, 그랜드 C4 피카소를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어지럼증이 생길 수도 있겠다. 

 

◆ 뛰어난 개방감과 시선을 끄는 여러 요소들

실내에는 더욱 특이한 요소가 많다. 처음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하다. 탁 트인 시야는 다소 부담스럽게도 느껴진다. 갈라진 A필러의 면적도 평범하진 않고 옆유리 면적도 무척 넓다. 또 햇빛가리개 부분을 위아래로 조절할 수 있어서 시야를 더욱 넓힐 수도 있다. 대형 글라스 루프도 뒷좌석 탑승객의 답답함을 덜어준다.

 

실내 디자인은 1세대 모델의 레이아웃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단 공유하는 부품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세부적인 디자인은 전부 바뀌었다. 특히 대시보드 중앙에 마련된 대형 12인치 파노라마 HD 디스플레이의 섬세함이나 정보 전달력은 S클래스 부럽지 않다. 또 디스플레이 모드를 세가지로 변경할 수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 변경을 위해서는 시스템을 재부팅 해야되고 시간도 꽤 소요된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은 대부분 터치 센서로 구성됐다. 또 그 중앙에 위치한 7인치 터치 패드를 통해 각종 기능을 컨트롤하게 된다. 터치감이 썩 좋은 편이 아니고 메뉴의 세부적인 디자인도 12인치 디스플레이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전혀 다른 시대의 디스플레이가 한 차에 적용된 것 같다.

 

스티어링휠은 차와 어울리지 않게 스포티하다. 그립감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아랫부분이 평평하게 깎여있어 스티어링휠을 많이 돌릴 때나 격한 발동작도 수월하다. 패들시프트도 달렸다. 다소 많은 버튼이 정신없이 보일 수도 있지만 배열이 잘돼있어 익숙해지면 수월하게 조작할 수 있다.

 

기어노브는 무척 이색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달린 칼럼시프트와는 조금 다르다. 더 위쪽에 달려있고 가냘프다. 위치가 애매해선지 주차를 할 때면 늘상 와이퍼를 건드리게 된다. 어쨌든 덕분에 센터페시아나 센터콘솔의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 고급 세단 부럽지 않은 편안함과 미니밴의 실용성

미니밴은 보통 2열 승객의 편의가 극대화되는데 그랜드 C4 피카소는 1열 시트가 가장 편하다. 특히 보조석에는 전동식 발받침까지 마련됐다.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고, 등받이 각도를 젖힌 상태에서 발받침까지 펼치면 최고급 세단의 뒷좌석 못지 않다. 또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고 독특한 디자인의 헤드레스트는 어떤 각도에서든 머리를 잘 받친다. 단 발받침을 빼고 모두 수동으로 조작해야 되는 점은 아쉽다.

 

조작이 다소 어렵지만 2열 시트도 앞뒤로 위치 조절이 가능하고 등받이도 뒤로 젖힐 수 있다. 또 1열 시트 등받이 뒷편에는 접이식 선반이 달렸고 개별 공조장치도 마련됐다. 3열 시트는 성인이 타기엔 다소 좁다. 대부분 짐칸으로 사용하겠지만 어린아이라면 충분히 오랜 시간 앉아있을만한 공간이다.

 

3열 시트는 간단한 조작으로 접거나 펼 수 있다. 1열 시트를 제외하고 모든 시트를 접으면 광활한 공간이 생긴다. 미니밴이 사랑받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시트 사이사이 빈틈을 모두 메울 수 있어서 작은 짐이 바닥으로 떨어질 걱정도 없다. 짐을 많이 싣을 수는 있지만 그 짐을 정갈하게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레일이나 그물망 등의 장비가 마련되면 더 좋겠다.

◆ 의외의 반전, 핸들링에 반하다

2세대 그랜드 C4 피카소의 개발 핵심은 경량화였다. 새로운 플랫폼과 고장력 강판, 알루미늄, 합성소재 등의 사용을 늘렸다. 그래서 이전 세대에 비해 무게는 100kg 가량 줄었다. 기아차 카렌스보다 조금 더 크지만 무게는 약 60kg 가량 가볍다.

 

디젤 엔진은 가벼운 차체를 경쾌하게 이끈다. 독일 브랜드에 비해 소음이나 진동이 동반되지만 크게 문제삼을 수준은 아니다. 대신 스타트/스톱 시스템은 어느 브랜드보다 이질감이 적다. 동작이 매끄럽고 반응도 즉각적이다.

도심에서는 의외로 날래다. 펀치력도 뛰어나서 쉽게 치고 나간다. PSA그룹 특유의 MCP 변속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울렁거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고속도로 규정속도까지도 쉽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그래도 고속에서는 한계가 빨리 찾아오고 안전성도 그리 뛰어나지 않다. 

 

어울리지 않게 범상치 않은 핸들링을 지닌 점은 놀랍다. 특히 스티어링휠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큰 차체임에도 일체감이 뛰어나다. 시트로엥은 경량화 외에도 저중심 설계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서스펜션이 꽤나 단단해서 미니밴 치고는 핸들링과 코너링의 만족도가 높다. 극히 좁은 회전반경도 예상치 못한 점이다.

 

시트로엥이 국내서는 연료효율성을 앞세우지만 사실 핸들링에 일가견 있는 브랜드다. 미니밴이라고 자신들의 장기를 숨길 이유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쟁 차종 중 견줄 대상이 없다. 과연 유럽인들이 반할만하다.

 

바야흐로 개성과 자유의 시대지만 아직도 우리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을 선호한다. 그러면서도 상투적인 것엔 무척 민감하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무척 창의적이고 전위적이다. 분명 생소한 부분이 많지만 대부분 편의를 위한 독창적인 발상이며 그로 인한 장점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일단 유럽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매달 1만대씩 판매되고 있다. 미니밴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이다. 국내서는 여전히 수요가 적지만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점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C4 피카소의 출시 시기는 무척 적당해 보인다. 여전히 미니밴에 낯선 국내 소비자들이 이 차의 개성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지만, 시트로엥을 넘어서 수입차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은 분명하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