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현대차 벨로스터 1.6T…”어떤 길도 즐겁게 달린다”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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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9 13:20
[롱텀시승기] 현대차 벨로스터 1.6T…”어떤 길도 즐겁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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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된 시간은 한달 정도였다. 닷새 정도 출장을 위해 독일에 있었고, 브레이크 패드 교체를 위해 벨로스터를 며칠 정비소에 맡겨놓기도 했다. 그래서 더 가혹하게 달렸다. 총주행거리 2080km에서 차를 건네 받아 6488km까지 달렸다.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기도 했고, 모터쇼 취재를 위해 부산을 갔다오기도 했다.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처럼 하루하루 의무적으로 킬로미터를 쌓으며 벨로스터를 살폈다.

# 2세대 벨로스터의 방향성

2세대 벨로스터는 ‘패션카’와 ‘펀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겼다. 그리고 결국 펀카로 무게가 조금 더 기울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주행성능과 주행감각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섀시 부분에 있어서 눈에 띄게 발전했고, 타이어를 비롯해 잘 달리고, 재밌게 달리기 위한 여러 제반까지 마련됐다.

그리고 ‘튀어야 산다’는 강박을 버렸더니, 더 개성이 또렷하게 나타났다. 현대차의 패밀리룩을 기반으로 벨로스터만의 새로운 디자인이 담겼다. 그래서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개성이 넘치지만 낯설지 않은 모습을 갖게 됐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1세대 벨로스터의 실패 요인을 꼼꼼하게 복기했다.

실제로 2세대 벨로스터는 공을 많이 들인 차다. 현대차에서는 이례적으로 전담팀(TF)을 구성해 벨로스터 연구·개발에 집중하도록 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아반떼보다 많이 팔리지 못하는 태생적인 운명을 가진 차지만, 현대차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모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어떤 길도 즐겁게 달리는 차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신형 벨로스터를 공개하기 전,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차가 차를 정식으로 공개하기 전에 이런 행사를 한 것도 생소했지만, 무엇보다 장소가 서킷이었다는 점이 더 흥미로웠다. 그만큼 벨로스터의 주행성능에 대해서 자신있다는 얘기였다.

그때의 벨로스터는 현대차를 다시 보게 할 만큼 서킷을 잘 달렸다. 인제스피디움을 8바퀴나 돌았지만, 끄덕없었다. 첫바퀴나 마지막 바퀴의 페이스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만, 튜익스로 제공되는 브레이크 패드와 브레이크 호스가 적용된 차였다. 모터그래프의 벨로스터는 옵션으로 타이어만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PS4)’를 선택했다. 순정 상태의 벨로스터가 서킷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엔진회전수를 적극적으로 높여쓰는 서킷에서 훨씬 더 잘 어울렸다. 바퀴를 거듭할수록 ‘가짜 소리’란 생각은 사라졌다. 페달조작이 빈번한 서킷에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는 엔진회전수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최고출력 204마력의 1.6리터 터보 엔진은 벨로스터를 시종일관 격하게 몰아붙였다. 그리고 탄력 좋은 서스펜션과 고성능 타이어는 격한 엔진의 힘을 여유롭게 견딜만큼 궁합이 좋았다. 굳이 별다른 튜닝을 하지 않더라도 인제스피디움을 손쉽게 달렸다. 조율이 잘된 전륜구동 모델이기 때문에 훨씬 더 자신감 있게 코너에 차를 던질 수 있다.

순정 브레이크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예상보다 오래 버티긴 했지만, 20분의 스포츠 세션을 두번 정도 달리니 패드는 거의 다 닳아 없어졌다. 물론, 와인딩 로드나 장거리 주행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는 없었다. 서킷을 자주 갈 생각이라면, 튜익스를 통해 브레이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애프터마켓 제품을 장착하는게 좋겠다.

시트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벨로스터는 기대보다 빠르고, 잘 달린다. 값이 서너배는 비싼 후륜구동 쿠페를 따라 잡을 정도로 빠르다. 그래서 강한 횡가속이 걸리기도 하는데, 시트가 몸을 확실하게 지지하지 못한다. 디자인이나 소재, 전동식 시스템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고속주행 안정감은 세그먼트에서 최고 수준이다. 역동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만큼, 주행성능에 대한 기본기는 튼튼하다. 독일의 소형 해치백이나 쿠페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균형 잡힌 몸매와 낮은 무게중심, 공기저항을 고려한 일부 디자인, 타이어 등 전반적인 구성 요소들의 영향이다. 이 상황에서 스티어링의 피드백도 좋은 편이다.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대부분의 작은 스포츠카가 그렇지만,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면 꽤 시끄럽다. 노면 소음이도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편이고, 고성능 타이어의 소리도 꽤 거슬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목청을 높여 대화하게 되고, 오디오 볼륨을 높이게 된다. 그래서 오디오 시스템이 중요해 보인다. 다행스럽게, 8개의 스피커로 구선된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해상도가 좋은 편이다.

고속도로에서의 연비도 꽤 좋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격렬한 주행도 가능하고, 효율적인 주행도 할 수 있다. 복합연비는 12.4km/l지만, 고속도로에서는 그보다 훨씬 우수한 연비도 기록할 수 있다. 강병휘 드라이버와 함께 고속도로를 약 70km 달렸을 때의 연비는 22.3km/l였다. 참고로 벨로스터의 정부공인 고속도로 연비는 14.2km/l다.

부산모터쇼 취재와 워크숍을 끝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뒷좌석에 승객도 태웠고, 한쪽 뒷좌석 시트는 접어서 캐리어를 곱게 쌓았다. 문짝이 달린 뒷좌석은 탈만하다. 창문도 열리고, 공간적으로 불편함도 없다. 문짝이 없는 뒷좌석은 창문도 작고, 들어오고 나가기도 불편하다. 장거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도심을 달리는 ‘펀카’로 벨로스터만한 것도 없다. 의외로 외부에서 들리는 진짜 배기 사운드도 꽤 매력적이다. 아반떼 스포츠와는 다르다. 굳이 빨리 달리지 않아도 즐거운 요소가 많다. 특히 실내 디자인의 ‘레드 포인트’는 벨로스터를 더욱 특별한 자동차로 보이게 만든다. 안전벨트부터, 스티어링휠, 기어 노브, 시트, 센터페시아 등은 빨간색으로 강조가 됐다.

ECO 모드에서도 경쾌함이 느껴질 정도로 힘이 충분하고, 승차감도 좋은 편이다. 서킷을 잘 달리지만 무작정 단단한 구성은 아니다. 또 전방 시야도 넓다. 분명 일반적인 해치백이 갖는 장점도 벨로스터는 가지고 있다. 남녀노소 쉽게 운전할 수 있다.

종종 듀얼클러치 변속기에서 느낄 수 있는 ‘저속 울컥거림’이 벨로스터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벨로스터의 DCT 변속기는 워낙 부드럽다. 서킷에서는 단점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아직까진 많은 소비자들에게 낯설 수 있다. 그래서 폭스바겐의 여러 차종이나 독일의 고성능 모델을 처음 접한 소비자들은 변속기 시점이나, 변속 시 발생하는 저항 등에 더 놀라는 경우가 많다.

# 주류와 비주류

한국은 주류와 비주류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해치백, 왜건, 쿠페 등이 대표적인 비주류다. 대중적이여야 할 해치백과 왜건은 점점 더 마니악해지고 있다. 1세대 벨로스터는 장르를 나누고 싶어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낯선 차였다. 해치백과 쿠페의 만남인데, 독특한 출생신분에 비해 내세울 것도 없었다. 그냥 유별난 차에 불과했다.

2세대 벨로스터는 완성도를 떠나 방향성은 확실하게 잡았다. 그리고 N 브랜드가 출범하고, 벨로스터 N이 뒤를 팍팍 밀어주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비주류긴 하지만, 이젠 벨로스터에게 베팅할 여러 이유가 생겼다. 그리고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차를 이동수단이 아닌, 유희의 도구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록 독일 브랜드에 비해서 ‘잘 달리는 차’ 만들기는 한참 늦었지만, 나름의 보폭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벨로스터 터보는 그 첫 발자국이나 나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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