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 프리우스C, 이 차를 '사야 하는 이유 셋, 망설여지는 이유 셋'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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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1 16:43
[시승기] 도요타 프리우스C, 이 차를 '사야 하는 이유 셋, 망설여지는 이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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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리우스 C 같은 차가 나오면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차의 상품성과 별개로 이런 차가 더 많이 팔려 우리나라 도로가 조금 더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젊은 소비자들이 자동차 시장에 많이 진입한다 해도 어찌된 영문인지 국내에는 잘 팔리는 차만 팔린다. '심심한 무채색 세단'이 전부였던 곳은 세단이 SUV로 바뀌었을뿐 전체적인 흐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한 반발로 요즘 빨간색 벨로스터를 롱텀 시승하고 있지만, 혼자서 내뱉는 외침은 작고 외로운 법이다. 다행히 도요타 프리우스 C가 나오고, 뒤이어 르노 클리오가 나오는 등 알록달록한 해치백들이 연달아 나오며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소 편파적일수 있지만,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응원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시승기를 쓰는 자세가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  

이번에 탄 프리우스 C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차였다. 사실 요즘 차는 대부분 '편차를 최소화하며 평균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모두를 두루 만족시켜 판매량을 최대화시키는 전략이다. 반면, 프리우스 C는 '특정한 소비층의 만족도를 매우 높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각 요소들의 편차가 꽤 크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점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전략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프리우스 C를 타보고, 이 차를 사야 할 이유 세 가지와 사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이유를 꼽아봤다. 다만, 앞서 편파적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듯, 사지 말아야 할 이유에는 대안이나 핑곗거리를 생각해봤다. 

# 사야 할 첫 번째 이유. 스타일

이 차를 사야 할 첫 번째 이유는 스타일이다. 작고 귀여운 실루엣, 12가지에 달하는 화려한 외장 컬러는 젊은층, 특히 여성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로 시승 당시 노란색 프리우스 C를 타고 남산과 홍대를 달렸는데, 무심코 지나가다가도 프리우스 C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는 여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작은 차체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로 꽉 채워 넣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중적인 매력이 느껴지는데, 둥글둥글한 차체와 범퍼 라인을 보면 마냥 귀여울 것만 같아 보이는데, 큼직한 라디에이터그릴과 뾰족한 헤드램프, 각진 후면부 등 과감한 디자인 요소들은 프리우스 C를 다시 보게 만든다.

스타일과 함께 공간 활용성도 챙겼다. 트렁크가 생각보다 넓은 데다가, 배터리를 뒷좌석 하단에 넣은 차체 구조 덕분에 꽤 넉넉한 적재공간이 확보됐다. 물론, 절대적인 공간이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뒷좌석을 6:4로 접을 수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 사야 할 두 번째 이유. 연비  

두 번째 이유는 연비다. 아무리 하이브리드가 고속보다는 도심에서 연비가 더 좋다고는 하지만, 별생각 없이 막 달려도 18~20km/l는 우습게 찍어 버린다.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 복합연비 18.6km/l를 우습게 넘겨버린다. 특히, 변속기를 B 모드(브레이크 모드)에 놓으면 시도 때도 없이 배터리를 충전시키며 리터당 25km/l에 달하는 숫자를 눈앞에 보여준다. 

사실, 하이브리드는 연비 운전을 잘 못 하는 사람, 또는 연비 운전이 귀찮은 사람도 우수한 연비를 누릴 수 있게 하려고 만든 차다. 가속페달을 살살 밟으면서 운전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사람이라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머니가 가벼워 높은 기름값이 부담스러운 사회 초년생에게는 스타일뿐 아니라 실속까지 챙길 수 있는 일거양득의 차라 할 수 있겠다. 

# 사야 할 세 번째 이유. 실 구매 가격 

저렴한 실 구입 가격은 이 차를 사야 할 세 번째 이유다. 일부에서는 '2490만원'이 뭐가 저렴하냐고 반박을 할 수도 있지만, 이 차는 하이브리드다 보니 일반적인 가솔린·디젤차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취등록세(7%) 및 공채 할인(최대 40만원)을 비롯해 보조금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입차 중에 가장 가격이 저렴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앞서 말했듯 프리우스 C의 권장소비자가격은 2490만원이다. 여기에 취득세와 공채할인액(서울 기준)을 더하면 약 2600만원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취득세 할인 140만원과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50만원을 빼면 최종구매가격은 다시 2400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일반 자동차였다면 2600만원을 내야 하지만, 하이브리드 지원을 받으면 200만원 더 저렴한 2400만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채 할인 및 도심 혼잡 통행료 감면, 공영 주차장 이용료 최대 80% 할인, 하이브리드 메인 배터리 10년 또는 20만km 무상 보증 등의 혜택이 추가된다. 

# 망설여지는 첫 번째 이유. TNGA

망설여지는 첫 번째 이유는 TNGA로 만들어진 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TNGA는 도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의 약자로,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도요타가 선보인 새로운 자동차 제조법'이다. 이는 요즘 유행인 모듈형 플랫폼의 상위 개념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의 개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이다. 아쉽게도 이 방식은 2016년 출시된 신형 프리우스부터 적용됐다. 그래서 그 전에 풀체인지된 프리우스 C는 TNGA를 기반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한꺼번에 확 바뀌는 것이 아닐뿐더러, 이 차 역시 하이브리드의 장인인 도요타가 만든 것이다. TNGA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그에 상응하는 도요타 특유의 꼼꼼한 만듦새가 적용됐다. 그리고, 신형 프리우스 C가 언제 출시될지 모르고, 출시되더라도 국내에 언제 판매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차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면 TNGA는 신경 쓰지 말고 구매해도 좋겠다.   

# 망설여지는 두 번째 이유. 첨단 사양 

요즘 나오는 차에 비해 다소 부족한 첨단 사양도 이 차 구매가 망설여지는 두 번째 이유다. 가장 큰 이유는 수입 모델이다 보니 가격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단일 트림으로 나오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사양 구성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첨단 ADAS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비게이션과 시트 열선 등 기본적인 편의 사양도 갖춰지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스타일리시하게 디자인한 실내 공간이 조금 더 좋은 사양으로 구성됐으면 좋았겠지만, 생각보다 가격 압박이 심했던 듯 많은 사양이 빠져있다. 9개나 되는 에어백 시스템에 대해 말하기가 궁색한 느낌마저 든다. 

이에 대한 편파적 대안은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나머지 편의 사양은 '아이나비 퀀텀' 같은 고급 블랙박스로 대체하는 것이다. 요즘 고급 블랙박스에는 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 앞차 출발 알림(FVSA),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 도심형 전방추돌경보시스템(uFCWS), 후측방 경고 시스템(BSD) 등의 첨단 사양이 들어있다. 가격은 50만원 수준이니, 하이브리드 보조금으로 받은 혜택을 블랙박스로 돌리면 큰 불편 없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며 프리우스 C를 탈 수 있을 것이다.

# 망설여지는 세 번째 이유. 성능

성능은 망설여지는 세 번째 이유다. 스포티한 주행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프리우스 C는 추천하기 힘들다. 시스템출력은 100마력 수준으로, 최대토크도 그리 높지 않다.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제한속도 이상으로 페달을 밟거나 급경사에 오를 때 차가 느끼는 힘듦이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된다. 모터가 추가됐다고는 하나, 1.5리터급 엔진의 한계는 너무도 명확하다. 

물론, 이는 비단 프리우스 C 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도 배터리가 다 소진되면 저배기량 가솔린 엔진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갔느냐다. 프리우스 C는 이런 점에서 나쁘지 않은 차였다. 성능 자체에는 별다른 감동이 없지만 주행의 80~90%가 일상 출퇴근이거나, 장거리를 과격하지 않게 주행하는 소비자에게는 만족할만한 차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산다.

조금 장난스럽게 썼지만, 프리우스 C는 여러모로 아쉬운 차다. 조금 더 빨리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늦게 나와 괜히 더 혹평을 받는 그런 차가 된게 아닌가 싶다. 다행히 한국도요타도 프리우스 C에 큰 욕심은 부리는 모습은 아닌 듯하다. 연예인 헨리를 모델로 쓰고, 스타일리시한 광고를 연달아 선보이는 모습에 꽤 많이 신경을 쓰는 차라고 생각했는데, 한국도요타가 공개한 프리우스 C의 연간 판매 목표는 800대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도요타에 따르면 지난 3월 론칭한 프리우스 C는 한 달여 만에 350대가 넘는 누적 계약이 진행됐다. 이는 목표치인 800대의 40%가 넘는 수치로, 계약자 중 절반이 20·30대였다고 한다. 우려와 달리 젊은 소비층에서 반응이 왔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다. 이럴 때가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이렇게 알록달록 감각적인 차를 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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