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 카이스트 배충식 교수 “단기적인 車 규제, 정책 부작용 우려” [1]
  • 신승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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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6 17:46
[심층대담] 카이스트 배충식 교수 “단기적인 車 규제, 정책 부작용 우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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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자율주행, 전동화, 커넥티드, 셰어링, 인공지능 등 메가트렌드의 파도가 쉼 없이 밀려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방향성이 중요한 시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올바른 길을 찾아보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배충식 교수를 만나봤다.

배충식 교수는 자동차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이다. 엔진의 새로운 연소 기술과 대체 연료 기술 부문에서 업적을 쌓았으며, 국내 최초로 세계자동차공학회(SAE) 최우수논문상인 콜웰상(1997년)을 비롯해 논문발표상(2001년), 호닝상(2006년)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배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 연소기술연구센터 소장직도 함께 맡고 있으며, 세계자동차공학회 석학회원(Fellow)이기도 하다.

배충식 교수와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에 대한 미래 전망과 기술별 전략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하 배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신승영 기자(이하 신) : 가솔린과 디젤, LPG, 전기, 수소연료전지 등 각 기술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배충식 교수(이하 배) : 당분간 가솔린과 디젤이 수익 모델로서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다만, 디젤은 디젤게이트 이후 심리적 저항감 때문에 주춤할 수 있다. 가솔린이 주를 차지하되,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 하이브리드화가 대두될 것이다.
최근 전기차가 굉장히 탄력을 받은 것처럼 이야기한다. (전기차는) 아마 10~20% 점유율까지는 빠르게 증가할 수 있지만, 희토류 등 자원 문제로 다음 위기가 올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더 심하다. (전기차) 보다 작은 포지션이라 니치마켓만 충족시키거나 아주 느리게 커갈 전망이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모두 이상적이지만, 비싸고 한계가 있어 좀 더 길게 봐야 한다.

신 : 글로벌 트렌드와 국내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배 : 일반적인 추세는 같다. 다만, 지역마다 에너지 다양성이나 시장 특성이 있다. 우리는 SUV 대부분이 디젤 엔진이고, 택시와 장애인 차량 등은 LPG를 사용한다. 이것 외에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신 : 자동차 기술에 대한 전주기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실정은 어느 정도인가.
배 : 전주기적 분석을 하려면 기술과 경제, 친환경, 그리고 에너지 안보 등 여러 사안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와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분석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CO2)를 제외하고 솔직히 국내 축적된 데이터가 없다고 보여진다. 최근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대략적인 로드맵을 도출했지만, 이것 또한 분석을 거쳤다기보다 정치적 아젠다이자 선언의 성격이 강하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정치적 아젠다는 회의적 환경주의다. 환경보호는 맞지만, 회의적인 환경주의는 타협의 가능성 없이 한 가지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좀 더 과학적인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이후 합리적인 분석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현상에 대해 3년치 데이터를 쌓기에 앞서, 규제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정작 3년 후에는 후회할 수도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것은 치명적 문제라 생각한다.

신 : CO2 외 데이터가 없다면, 미세먼지(PM)나 질소산화물(NOx) 데이터도 전무한가? 
배 :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발생하는가에 대한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의 경우 배기구에서 나오는 것, 그것도 실험실 내 인증 단계서 측정된 자료만 있다. 실도로 주행에서 측정된 데이터가 없다. 2차 생성물도 실증된 것 아닌 가정된 이론으로만 추정한다. 이런 자료를 갖고 정책과 규제를 결정한다는 것이 비과학적이다.

신: 전기차를 예로 들어보자. 배터리나 차를 만들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 전기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것 그리고 타이어가 도로에서 마모될 때 발생하는 것까지 모두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면, 환경부에서만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부와 국토부 등 여러 부처를 통합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배 : 그러한 이야기를 여러 번 발표했다. 특히, 미세먼지와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다양한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수차례 강조했다. 다른 항목도 마찬가지겠지만, 미세먼지의 경우 발생하는 메커니즘이 워낙 복잡하고 다양하다. 정부 입장에서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는 물론, 과기정통부까지 엮어 국가연구개발체계를 관장하는 국무총리실에서 통합해야 한다. 아울러 NGO나 운수업체 등 민간이익단체도 참여해 범부처를 넘어 범사회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곳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과학자들이 종합적으로 연구 분석해 검증 단계를 거쳐야 보다 견고하고 효과적인 정책과 규제를 만들 수 있다.

신 : 과학적인 연구과 분석을 거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 지금 정책과 규제는 잘못된다는 의미인가.
배 : 사실 지금까지 환경부는 규제를 잘 활용해왔다. 지금 국내에서 차량이 늘어나는 수치에 비해 주요 도심의 입자성 물질은 많이 줄었다. 유럽 등 해외와 비교해도 성공적이다. 정작 문제가 된 것은 중국발 미세먼지다. 중국에서 석탄 등 연소량이 늘며 계절별로 넘어온다. 90~100마이크로그램만 되어도 답답함을 느낀다.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냐만, 최근 국내 자동차 관련 규제는 너무 단기적으로 대응한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신 : 정부 친환경차 계획을 살펴보면, 전기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보조금을 연장하거나 노후 경유차 폐지를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배 :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유럽을 보면, 강력한 디젤차 규제 때문에 관련 유해물질 배출이 더 늘었다.
새 차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신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신차 가격이 올라가고 새로운 생산과 소비는 억제됐다. 결국 최신 디젤차를 사지 않고, 오래된 중고차 수요만 오히려 늘어났다. 물류 종사자를 중심으로 노후 디젤차 이용량이 증가해 유해물질 배출은 더 많아졌다. 당초 정책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생각과 현실은 다르게 나갈 수 있다.

신 : 전기차 지원의 경우 대당 보조금을 줄이고, 전체 대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국내 시장에서 연간 몇만대 수준이 적정할까?
배 : 지금 미디어에는 가솔린이나 디젤보다 전기차가 훨씬 더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1%도 안 되는 시점이다. 당장 어느 정도 규모가 적절하다고 말하는 것이 이른 감이 있다. 원론적으로 현재의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기술자의 책임이자 기업의 의무다. 언제까지 보조금을 받아 팔 것인가.
다만, 어느 하나만 앞서서는 제대로 자리 잡기가 어렵다.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일단 배터리가 비싸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보급이 되면, 전기차 고객들은 인프라 부족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전기는 어떻게 생산하고 공급할까 따져야 한다. 이는 결국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받쳐줘야 한다. 전기차 보급 하나만 봐도 범부처 사업이다. 화학 기술과 충전 인프라, 발전 산업, 그리고 환경 등 모두 생각해야 한다.

신 : 최근 수년간 학계나 산업계에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대중화가 정말 이뤄질까.
배 : 일단 하이브리드 기술은 배터리와 모터 등에 대한 가격 부담이 크다. 정부 보조나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 손해를 보며 앞선 기술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최신 기술을 이야기하며, 자동차 산업이 금방금방 바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지난 30년에서 50년간 자동차 역사를 돌이켜보면, 항상 기술 전망과 예측치는 실제 상황을 크게 앞서 나갔다. 최근 전망치 중 가장 보수적인 것마저도 5~10년을 앞서갔다. 당장 2~3년 늦게 나오는 것은 결코 느리지 않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보는 눈높이가 많이 올라갔다. 여기에 거품도 끼여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상징적인 기술이고,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 때문에 판매된다. 현실적으로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10~15% 연비 개선은 임팩트가 크다.

신 :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함께 성장하고, 전기차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해 전망은 어둡다.
배 : 전기차는 보조금을 확실하게 받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불확실성이 많다. 기업 입장에서 한두해 보고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일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너무 많은 기술이 한 곳에 들어간다. 기술이 복잡할수록 경제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원가개선도 힘들다.
다만, 전기차가 5~10%를 차지하면 보조금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제서야 경제성을 확보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치고 나올 것이다. 사실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도 고민인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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