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네바모터쇼에서 본 현대차의 미래, '방황 중'
  • 스위스제네바=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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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04 21:21
[기자수첩] 제네바모터쇼에서 본 현대차의 미래, '방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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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기아 쏘울EV 전기차

김연아의 은메달은 무엇보다 값지고 눈물겨웠다. 하지만 그건 김연아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결과고, 그 땀이고, 그 과정과 결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굳이 1등을 마다하고 2등이나 10등을 위해서만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아사다마오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고스란히 그 궤적만 따라 달리겠다고 마음먹고 매 경기에서 따라만 하는 선수였다면, 그래도 우리가 감동할 수 있었을까. 아니 1등을 굳이 마다하는 선수가 있기나 할까.

▲ 현대차 인트라도 콘셉트카
▲ 현대차 인트라도 콘셉트카의 뼈대

그런데 현대차가 그렇다. 최근 세계 자동차 회사의 자존심 싸움에서 굳이 2위를 목표로 달려간다. '친환경 전략'이 쏟아지는 제네바모터쇼, 각 회사들이 각자 미래를 분석하고 자신들의 목표가 어떤 것인지를 내세우고, 주도권을 뺐고 뺐기는 전쟁터에서 현대차의 전략은 너무 모호하다.

지난해 미국 LA모터쇼에서는 '전기차가 형편없으니 수소차를 대안으로 내놓았다'고 발표하더니 불과 3개월만인 이번 제네바모터쇼에는 손바닥 뒤집듯 전기차 콘셉트 '기아 쏘울 EV'를 내놨다. 현대차는 실제로 '시장이 원하는 것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누군가 주도해 시장이 형성 되면 거기 뛰어드는 2등 전략,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다. 

물론 친환경차 세계에 답은 없다. 누구도 어떤게 성공할지 그 미래는 모른다. 가보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자존심 있는 자동차 회사라면 그저 따라가는게 아니라, 그저 독일 회사 흉내내기가 아니라, 디자인에 조금 화장을 덧칠해서 더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는게 아니라 미래의 자동차는 어떻게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지, 세계는 어떻게 해야 더 안전해지는지, 인간의 행복을 얼마나 더 실현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알려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현대차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 회사가 해야할 그 가장 중요한 부분을 등한시한다. 누군가 판을 정리해 놓으면 뒤늦게 숫가락만 얹겠다는 자세인데, 이런 태도로 박수를 받을수는 없다. 비단 자존심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론 '프리미엄' 딱지를 누구도 인정하지 않으니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경제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 IED 파쏘코르토

매년 제네바 모터쇼에는 도전이 계속된다. 이스라엘 자본이 중국에서 코로스(Qoros)라는 산뜻한 회사를 세우고 메이드인 차이나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고, 중국 지리 자동차도 볼보를 인수해 유로ENCAP에서 별을 5개나 받았다고 자랑한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인건비가 저렴한 것도 아니고, 남다른 역사적 배경을 차값에 덧붙일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결국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건 신흥국가들에 밀려 더 이상 별다른 전략이라 할 수 도 없다.

자동차 회사는 더 이상 단순한 '굴뚝 공장'이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라면 매일같이 더 스마트해지고 체질을 개선하고 확고한 비전을 내놓아야만 생존 할 수 있는 시대다. 

 <2014 제네바모터쇼 화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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