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토부-산업부 싸움에 '현대차' 등 터지나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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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24 11:59
[기자수첩] 국토부-산업부 싸움에 '현대차' 등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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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연비 측정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동차 제조사들로 불똥이 튀기고 있다. 

24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는 '국토부가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의 연비를 사후 검증한 결과 10%의 연비 과장이 있어 1차 부적합판정을 받았다'며, '미국과 같은 식으로 손해 배상을 하면 1천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내야 하고, 1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도 내야 할 것'이라고 국토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큰 파장을 일으킬게 분명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극히 일부 차종에 대해서만 연비를 측정했는데 이 중 두대 차종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면 나머지의 차종까지 조사했을때 배상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게 사실이라면 그동안 산업부가 해온 연비 측정 자체를 모두 무효화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현대차 싼타페

국내 자동차 표시연비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이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제조사가 자기인증을 하고 이를 한국석유관리원 등 국내공인기관 네곳을 통해 검증한다.

반면 국토부는 연비 측정 관리 감독 권한이 없는 것은 물론 기능조차 없다. 국토부는 자동차 충돌시험을 주력으로 하는 '자동차 안전연구원'을 통해 이번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자동차 안전연구원은 ISO17025(KOLAS) 국제표준 인증을 받지 않아 연비 측정이 공인 되지 않는 기관이다. 산업부에서도 이 기관을 96년부터 공인 연비 측정기관으로 지정했으나 기관이 KOLAS 인증을 받지 못해 2002년부터 지정 취소 시켰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국가표준기본법(KOLAS) 인증을 받은 업체만 연비를 관리 시험할 수 있도록 명시 돼 있기 때문이다.

본래 국제적으로 연비 측정은 '3000km 이상 주행한 3대의 차를 이용해 측정한 평균'을 구하도록 돼 있지만 국토부 시험은 '1대의 차로 주행 거리 상관없이 실시'하는 방식으로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국토부가 내놓는 '연비 부적합판정'이란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잘못이 있다. 

▲ 자동차 연비 측정실

산업부도 이번 보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연비 사후관리를 하는 곳이 아닌데,  역량도 안되는 무자격자들이 연비 제도에 발을 들여놓고 싶어 무리수를 둔다"면서 "본인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마치 산업부가 그동안 잘못해왔고 본인들이 정의의 사도나 된 것 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연비에 대한 불신을 이용해서 연비 제도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본다"면서 "기획재정부와 총리실에서도 국토부가 지난해 했던 측정이 잘못됐다고 (산업부와) 조정하라고 한 상태인데 이렇게 터뜨린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도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도 "국토부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고 보도됐던데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면서 "산업부에선 문제 없다고 하는데, 만약 국토부에서 연비 측정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과징금을 내야 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18일 '자동차 연비 기준을 산업부보다 엄격한 국토부 기준으로 통일키로 가닥을 잡았다'는 내용을 흘려 보도되는 바람에 산업부가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실제는 아직도 국무총리실의 조정절차가 진행중인 상황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