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형 제네시스, '거북선 기능' 실험해보니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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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04 01:06
[기자수첩] 신형 제네시스, '거북선 기능' 실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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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아리송하면 직접 해봐야 한다는게 평소의 지론. 역시나 결과는 반전이었다.

지난달 1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네시스 그릴에서 수증기가 솟아 나오는 사진이 게재됐다. 게시자는 '영업사원이 차를 선팅하고 가져온 것 같은데 그릴에서 김이 나왔다'는 글도 적었다.

그저 단순한 헤프닝이었지만 어찌보면 '신차인데 불구하고 초기품질이 불량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만한 내용이었다. 이에 네티즌들이 해당 글을 이곳저곳에 퍼나르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일부 네티즌은 제네시스의 이름에 전기 밥솥의 이름을 붙여 '제네쿠쿠'라고 하거나 '거북선 기능이 옵션으로 내장됐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반면 해당 영업소에선 품질문제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한 직원은 "아무것도 아니고 그저 세차하고 온건데 그 친구가 괜히 그렇게 올려가지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건에 대해서는)홍보실을 통해 얘기하고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홍보실 입장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추운날 차를 운행한 후 세차하면 원래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적기도 했다. 

◆ 직접 세차 해보니…품질불량 아니면 더 큰 문제

추운날 세차를 하면 그릴에서 김이 솟아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험한 제네시스는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3일 모터그래프가 직접 구입한 시승차다. 

3일 날씨는 최고 섭씨 영상 2.8도 최저 섭씨 영하 4.9도였다. 커뮤니티에 '제네쿠쿠' 글이 올라온 지난달 16일 기온도 최고 섭씨 3.6도, 최저 영하 4도로 비슷했다. 

차를 20여분간 공회전 및 주행을 하고 인근 주유소 터널세차기를 통해 세차했다. 이어 그릴 부위를 촬영했지만 김이 솟아나지는 않았다. 이후 10여분을 더 주행하고 10여분을 공회전시켰다. 그 과정을 계속 녹화했지만 단 한 차례도 그릴에서 수증기가 나오지는 않았다. 라디에이터가 뜨거워지면 이내 팬이 돌면서 온도를 낮추기 때문에 수증기가 솟구칠 정도로 데워지지는 않았다. 

▲ 겨울철 세차 후 제네시스의 그릴. 물방울이 맺히고 쉽게 마르지 않는다.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 정비사는 "냉각수 온도가 100도 가까이 올라야만 저 정도로 김이 날 수 있다"면서 "만약 라디에이터가 정상이라면 세차 후 차를 가혹하게 주행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호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차는 13일 울산에서 출고된 차량으로 유리 틴팅까지 마친 점을 감안하면  곧 소비자에게 인도될 차량이다. 현대차 측 주장대로 초기 품질문제가 아니라면 더 큰 문제다. 소비자 인도를 앞둔 차인데도 가혹하게 주행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 현대차는 품질개선 뿐 아니라 영업, 인수, AS로 이어지는 고객의 접점에서 더욱 각성해야 한다. 제네시스는 '럭셔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고급 제품 소비자들의 기호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이 실수를 했는지 품질문제가 생겼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길에서 차를 인수하는 모습부터가 수입차 브랜드에선 낯선 풍경이다. 대부분 수입 브랜드들은 전시장에 별도로 인수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첫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팬이 되는지 안티로 돌아서는지는 바로 이곳 영업소에서부터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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