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서 풍기는 당당함. 뒷모양의 야릇함. 이 둘이 한 차에 결합돼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스포티한것 같기도 우아한것 같기도 한 외관은 누가 봐도 값싼 차로 볼리는 없겠다. 실제로 차량 가격은  4630만원으로 소형차급에서 가장 비싼 차다. 비싸도 너무 비싼 소형차. 메르세데스-벤츠 CLA를 처음 만난 느낌은 그랬다.

◆ 디자인 우아한 '미래형 벤츠'

A클래스가 골프를 흉내낸 듯한 안쓰런 느낌이 드는 벤츠였다면 CLA는 작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벤츠 느낌이다. 최근의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벤츠 라인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듯 하다. 

크기는 작지만 비율로 보면 CLS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날렵하고, 영락없이 쿠페를 연상케하는 우아한 루프 형상을 띄고 있다. 차에 타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의 클래스까지 올라가는 것 같은 허세감마저 든다. 

 

자세히 살펴도 그릴에 세꼭지별로 대변되는 커다란 벤츠 로고, LED 깜박이와 주간주행등, 바이제논 헤드램프까지 멋지게 결합돼 있다. 

다만 해외 모터쇼에서 본 CLA와 그릴 형상이 좀 다르다. 범퍼나 휠의 형상도 해외 모델에 비해 조금씩 못하다. 해외에선 디자인을 향상시키는 'AMG 라인'을 더할 수 있는데, 국내선 이 부분이 제외됐다.

▲ 일본에 판매되는 CLA.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다소 저렴한데 AMG라인 옵션을 더해 훨씬 세련된 외관을 보여준다.

◆ 주행감각은 나쁘지 않아

그리 빠르지는 않다. 1.8리터 디젤엔진을 장착했는데 139마력 정도로 결코 넉넉한 출력이 아니어서다. 다만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덕으로 답답하지 않고 준수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무게는 1500kg으로 소형차 치고는 굉장히 무거운 편이어서 골프 2.0 같은 한등급 아래 수입차와 비교했을때 조금 아쉽다. 해외 판매되는 211마력 가솔린이었다면 좀 더 신나게 달릴 수 있겠지만 국내는 CLA의 가솔린 모델이 수입되지 않는다. 

핸들을 좌우로 거칠게 흔들어봐도 차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브레이크 느낌도 꽤 확실하게 초반부터 끝까지 꾸준한 답력과 제동력을 주는 타입이다. 지나치게 날카로운 아우디나 BMW와 달리 벤츠 특유의 느낌이 그대로다. FF에 전동 스티어링까지, 전통적인 벤츠와 세팅에서 거리가 있지만 주행감각은 "역시 벤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정도다.  

국내 출시된 CLA. 범퍼와 휠, AMG라인이 제외돼 그릴 등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독일에서 AMG라인 옵션은 우리돈으로 약 500만원 정도다.  

◆ 4도어라고는 하는데..."좁다 좁아"

CLA는 ‘벤츠'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과감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너무 과감했던 나머지 뒷좌석 공간은 그냥 생략해 버린 듯 하다. 4.6미터나 되는 길이에 2.7미터나 되는 휠베이스가 어디로 간걸까. 비록 뒷문이 있긴 하지만 성인을 위한 자리는 아니고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가 앉는 공간으로 보면 되겠다. 

반면 앞좌석에는 충분한 공간과 일부 럭셔리한 느낌도 제공한다. 좌석에는 컬러 스티치를 더하고 대시보드도 패턴이 더해져 실내는 꽤 고급스럽다. 다만 대시보드 질감을 보면 딱딱한 플라스틱이 주류를 이뤄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불만이 될 수 있겠다.

운전대부터 감촉이 훌륭하고 다루기 편하다. 시트는 꽤 타이트한 스타일의 스포츠시트다. 그러나 몸을 꼭 조여주는 스타일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여유있는 착좌감이다. 

벤츠라고는 하지만 전륜구동. 일반적인 후륜구동 벤츠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우선 핸들 조작은 굉장히 가볍고 예리함과는 거리가 좀 있다. 물론 벤츠 특유의 꽉찬 감각이 느껴지는 점은 장점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CLA클래스? C클래스?

이 차를 보면 과거의 자동차 구분법과의 세대 단절이 느껴진다. 과거의 자동차는 전장 길이로 차급을 구분하거나 배기량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이 같은 구분이 무의미해진 듯 하다. 뒷문은 달았지만 쿠페 특성이 훨씬 강하니 세단과 쿠페의 구분도 큰 의미는 없다. 

다른 독일 브랜드와 달리 벤츠는 알파벳 조합으로 차를 구분하다보니 소비자들이 이름을 기억하는것도 쉽지 않다. 특히 어느쪽이 상급인지를 구분하려면 혼란을 겪게 된다. 

특히 4도어 쿠페인 CLA는 A클래스를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후륜구동 세단인 C클래스보다 길이가 길고 가격도 그에 못지 않다. 2.0리터 엔진에 360마력을 내는 6970만원짜리 CLA45 AMG까지 가면 혼란은 더 커진다. 

다시말해 이 차는 결코 큰 차가 아니고 실내 공간도 넉넉하지는 않은 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뒷좌석을 승객석으로 쓰지 않는 여유로운 이들을 위한 차라 할 만도 하다.

단순히 문의 개수, 전장 길이로 차를 구분하는 시대는 끝난 듯 하다. 자동차들에게도 기존과 다른 새 가치를 요구하는 혼란스런 시대다. 그에 부응하는 벤츠의 응답. 그게 바로 CLA클래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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