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연비 측정의 궁금한 모든 것…"뻥연비 진짜 있어요?"
  • 김한용∙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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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29 15:45
[Q&A] 연비 측정의 궁금한 모든 것…"뻥연비 진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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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연비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22일 충북 오창 한국석유관리원 충북지사에서 에너지관리공단 수송에너지팀 노경완 과장과 연비 측정 공인시험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 성능연연구팀 김기호 팀장을 만나 연비 측정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Q. 요즘 운전자들 공단이 발표하는 연비를 못믿는 것 같다

표시연비는 꼭 그 연비가 나온다는 의미가 아니라 차종 별 상대평가 개념으로 보는 것이 좋다. 운전자의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일부 운전자의 경우 표시연비보다 덜 나오고 일부는 오히려 더 잘 나온다. 

Q. 그래도 대부분은 실제 주행연비가 표시연비보다 안나오던데

현대차 쏘나타를 타고 있는데, 표시연비가 약 12km/l 지만 (충북 오창에서)서울까지 얌전하게 운전하면 15~16km/l까지 나온다. 그러나 3~5km가량의 짧은 거리를 운전해보면 7~8km/l 정도 밖에 안 나온다. 예열 등이 충분하지 않거나 도로 흐름 등 다양한 조건이 있는데 이 변수가 크다. 

▲ 연비 측정 시험실

Q. 작년,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연비과장을 지적받아 대규모 보상금을 냈다는데 이건 뭔가. 

현대기아차의 '연비과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직접 EPA(미국환경보호청)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현대기아차가 법을 어기거나 서류를 엉터리로 내는 등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급락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과실을 미국 자동차가 아닌 현대기아차가 먹었고, 이에 대한 보복적 측면이 큰 것으로 본다. 

물론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에 조사한 것이고, EPA에서도 이런 부분을 시험하고자 코스트다운(주행저항 측정)을 실시한 것이다.

그런데 일반 도로에서 측정한 현대기아차와 달리 EPA는 노면이 거친 공항에서 측정했다. 당연히 노면저항값이 많이 나왔고, 연비가 과장됐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여론이 더 나빠지기 전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과징금을 내고 서둘러 끝낸 것으로 생각한다. 

Q. 그럼 국내 소비자들도 현대기아차 연비 관련 보상을 받을 수 있나

아니다. 현대기아차의 연비 측정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자체 연비 측정은 그 방식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전제하에 허용하는 것이다.

제조사를 의심하면 한도 끝도 없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소비자 불만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연비를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것도 지나치게 큰 모험이다. 만약 연비를 과장하고 나중에 들통나서 바꾼다면 그게 훨씬 큰 손해다. 

▲ 왼쪽부터 한국석유관리원 김기호 팀장, 에너지관리공단 노경완 과장, 모터그래프 김한용 기자

Q.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니 제조사가 측정한 연비는 공인 측정기관보다 좋게 나오지 않을까

국내에서 지금까지 연비 과장으로 적발된 사례는 한건도 없다. 제조사 측이 측정하는 방법은 공인시험기관과 동일하다. 측정 설비 역시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조사 측에서 장난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Q. 야외 주행저항은 이곳에서 시험못하는데, 어떻게 측정하나?

제조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제조사의 자료를 그대로 받아써야 한다는 부분은 단점이지만, 제작사가 주는 자료를 그대로 인증하던 것에서 참관하는 쪽으로 바꿀 예정이다. 또 사후관리에서도 최근 직접 측정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당장 출시하는 신차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사후관리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제조사 자료를 그대로 사용한다니 소비자들이 더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측정 과정에 제조사에 유리한 조건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노면 상태 등의 측정 조건을 제조사가 유리하게 시험 조건을 만들 수 있지만, 제조사의 특별(?) 기술을 통해 연비가 좋게 나올 가능성은 없다.

Q. 제조사에서 배기관에 구멍을 뚫어 채집되는 배출가스양을 줄인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실험실 내 평균 배기가스 기준보다 4~5ppm 넘어가면 시험이 중지된다. 그러니 배기구 이외의 곳으로 배기가 빠져 나갈 수가 없다. 각 제조사의 장비 역시 상시 관리해 편차를 줄이고 있다.

Q. 제조사에서 시험기관을 매수한다는 설도 있었다

전혀 그럴 일 없다. 정부 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인데 돈을 받아봐야 이미지만 실추 될 뿐이다. 더구나 연비 측정은 한국석유관리원의 업무 중에서 지극히 작은 일이다. 괜히 이걸 잘못해서 신뢰도에 타격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 

Q. 연비사후관리에서는 어떤 것을 하나

연식이 변경되면서 ECU를 비롯한 자동차 옵션이 계속 조금씩 바뀌는데, 그럼에도 차량 연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모든 사후관리는 동일 모델 3대를 시험한다. 지금까지 100여대를 시험했지만 아직 한 번도 오차를 벗어난 적은 없다. 

Q. 연비사후관리는 어떤 차로 어떻게 실시하나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차를 무작위로 3대 구입한 후 봉인해 조작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제조사에 넘겨준다. 제조사가 이 차를 3000km까지 주행해 시험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서 공인시험기관에 되돌려주면 시험을 실시한다. 

▲ 연비 측정 시험실

Q. 유럽·일본이 아닌 미국식 연비 측정법을 따라간 이유는 뭔가

그나마 미국이 유럽과 일본에 비해 소비자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5사이클 방식의 다양한 측정 기준을 적용했다. 유럽과 일본도 최근 연비 측정법을 바꾸었지만, 국내보다 연비가 더 과도하게 높게 측정돼 소비자 불만이 많다. 이 나라들은 소비자보다 제작사 입김이 더욱 센 곳이다. 

Q. 국내 테스트 방식이 미국과 동일한가

아직 국내에선 도심모드와 고속모드 2개만 측정한다. 앞으로 나머지 3개 모드를 추가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말하기 어렵다.

Q. 연비 측정 기준을 강화했는데, 반발은

당연히 제작사와 수입사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설득을 통해 변경할 수 있었다. 신연비 측정법을 적용하면 기존 대비 연비가 20% 가량 떨어진다. 여기 연비 등급 기준도 더 까다로워졌으니 불만이 컸다. 그러나 절대적 연비보다 상대적 연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큰 반발은 없었던 것 같다.

Q. 연비 측정법이 바뀐 이후 소비자 반응은?

확 달라졌다. 기존 연비 측정 방식을 사용할 때는 컴플레인을 엄청나게 받았다. 사실, 구연비 방식에서는 도심모드만으로 연비를 측정해 더 과도하게 나온면이 있었다. 특히 고유가일 때 소비자 불만이 더 컸다. 소비자 불만 전화를 받느라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제도가 바뀐 다음부터는 불만 전화가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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