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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페라리 포르토피노 “모든걸 만족시키는 유일한 페라리”
  • 이탈리아 바리=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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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6 07:00
[시승기] 페라리 포르토피노 “모든걸 만족시키는 유일한 페라리”
  • 이탈리아 바리=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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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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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심술궂었다. 연신 바닷물을 움켜쥐고 바위를 때렸다. 그리고 하늘로 치솟은 물보라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무덤덤한 아스팔트 위를 달리던 은빛 페라리에도 물방울이 맺혔다. 페라리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자, 물방울들은 앞유리를 타고 오르다 휙 하늘로 사라졌다. 페라리는 거센 바람을 따돌리기라도 하듯 속도를 높이며 해안도로를 빠져나왔다. 이탈리아 남부 휴양지 바리(Bari)에서 페라리 포르토피노(Portofino)를 시승했다.

 

포르토피노는 캘리포니아 T를 대체하는 차다. 페라리는 ‘더 뉴’, ‘올 뉴’ 등의 표현을 쓰지 않는다. 모든 모델에게 저마다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늘 새 이름을 붙인다. 페라리는 새로운 모델이 지닌 낭만과 풍요로움이 유럽 부자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는 핫플레이스 ‘포르토피노’와 닮았다고 여겼다. 그리고 페라리 포르토피노가 휴양지 ‘포르토피노’처럼 부자들의 ‘잇템’이 되길 바라고 있다.

 

새로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페라리가 가장 공 들인 부분은 디자인이다. 최근 페라리의 디자인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다. 기능적으로도 더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페라리의 디자인은 이탈리아 코치빌더 ‘피닌파리나(Pininfarina)’가 주도했다. 캘리포니아가 피닌파리나의 작품이고, 캘리포니아 T는 페라리의 인하우스 디자인팀이 함께 작업했다.

 

그런데 포르토피노에서는 피닌파리나의 엠블럼이 사라졌다. 페라리는 2010년 폭스바겐 디자이너였던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oni)를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하고 인하우스 디자인팀(Ferrari Styling Centre)의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념비적인 하이브리드 슈퍼카 라페라리를 온전히 페라리의 힘으로 디자인했다. 그렇게 피닌파리나에서 벗어난 페라리는 488 GTB, GTC4 루쏘, 812 슈퍼패스트, 포르토피노 등을 연이어 만들었다.

스스로 디자인을 하면서 갖게 된 이점은 많았다. ‘페라리다움’이 강조되면서 더욱 강렬해졌고, 존재감이 높아졌다. 또 엔지니어들과의 더욱 친밀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공력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결국 기능을 위한 아름다움을 갖게 됐다.

 

날렵하게 꺾인 LED 헤드램프의 양쪽 끝부분에는 공기가 통하는 구멍이 생겼다. 이곳을 통해 들어온 바람은 휠 주변을 멤도는 공기를 세차게 밖으로 밀어버린다. 또 일부 공기는 움푹 파인 프론트 사이드 패널의 ‘동굴’로 빨려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앞바퀴를 짓누르는 힘이 발생하고, 우리는 우리의 능력으로 코너를 손쉽게 빠져나간다고 착각하게 된다.

 

톱을 닫았을 때는 영락없는 쿠페였다. 하드톱의 작동 방식은 캘리포니아 T와 동일하지만, 디자인을 새롭게 했다. 덕분에 루프의 꼭대기에서 트렁크의 끝부분까지 단번에 이어지는 우아한 라인을 갖게 됐다. 톱을 열었을 땐 화려한 ‘스파이더’의 모습이다. 불쑥 솟은 두개의 산봉우리는 트렁크의 밋밋함을 없애주는 동시에 루프를 타고 내려오는 공기를 중앙으로 모이게 한다. 공기흐름이 개선된 것은 물론이고, 더 넓은 영역에 공기의 무게가 실리게 됐다.

 

페라리의 상징인 원형 테일램프는 차체 끝부분으로 옮겨졌다. 덕분에 차가 더 넓고, 안정적인 느낌을 갖게 됐다. 캘리포니아 T가 갖고 있었던 약간의 껑충함은 사라졌고, 488 GTB와 필적할 수준의 역동성과 날렵함만 남았다. 그리고 엔트리 모델이 주는 갈증을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리어 디퓨저의 형상만 보더라도, 페라리가 포르토피노를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영국의 스포츠카와 이탈리아의 스포츠카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달랐다. 벤틀리나 애스턴 마틴이 인테리어를 아름답고, 고귀하게 꾸밀 때, 페라리는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것만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는 인테리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떤 소재를 썼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쉽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랬던 페라리가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시도를 하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최상급 가죽과 알칸타라, 카본파이버, 알루미늄 등을 사용하면서 화려함을 뽐냈다. 포르토피노는 그 정점에 있는 모델이다. 꽉 잡아당긴 가죽은 꼼꼼한 박음질로 고정됐다. 카본파이버의 격자 무늬에서도 오차는 허용되지 않았다. 각기 다른 패널이 맞닿은 곳도 약점은 없었다.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했고, 동승자를 위한 8.8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가 가능해졌다. 속도, 엔진회전수, 주행모드,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페라리의 인테리어 설명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뒷좌석 공간에 대한 것이었다. 페라리는 포르토피노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들을 만나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동안 페라리가 추구하던 가치 외의 것을 추가했다. 휠베이스가 길어지고, 시트 구조가 개선되면서 뒷좌석 레그룸이 50mm 늘었다. 여전히 성인은 고되지만, 어린 아이들은 편안하게 오픈 에어링을 즐길만 했다. ‘가족을 위한 차’란 얘기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곁들인 설명은 효율이었다. 물론 그것이 포르토피노의 핵심은 아니었지만, 페라리 관계자는 기름이 가득 찬 상태에서 74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자랑하듯 설명했다. 실제로 해안도로와 와인딩 로드를 반나절 동안 혹독하게 달렸음에도 포르토피노의 연료는 절반 가량 남았다. 연료통도 2리터 늘었지만, 이런 효율은 바람을 다스린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최적화의 부산물이었다. 알고보면, 빠른 차를 만드는 방법과 효율적인 차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페라리는 포르토피노를 위해 F154 V8 터보 엔진을 더 다듬었다. 실린더 내부 저항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의 실린더와 커넥팅 로드를 제작했다. 터보 차저의 반응을 개선하기 위해 터보 매니폴드를 하나의 파트로 주조했다. 또 터빈으로 향하는 8개의 파이프 길이도 똑같이 만들었다. 그래서 포르토피노는 우악스럽게 힘을 쏟지 않았다.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됐던 캘리포니아처럼 리니어하게 속도를 높였다. 단지, 그 힘의 차이가 하늘과 땅이었다.

 

600마력이 온전히 뒷바퀴에만 실리는 포르토피노는 488 GTB처럼 폭력적으로 내달리는 법도 알고 있었다. 멈춰섰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휠스핀도 없이 쭉 치고나간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5초, 시속 2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10.8초다. ‘엔초 페라리’보다 빠르다. 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듀얼코일이 적용된 자성유체 서스펜션 제어시스템(SCM-E) 등은 스포츠 모드에서 포르토피노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포르토피노는 그냥 GT가 아니라 페라리 GT였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천천히 달릴 때나 빨리 달릴 때나 모두 재빨랐다. 도심에서는 운전자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기어를 높였다. 시속 50km 부근에서부터 7단 기어를 사용하면서 엔진회전을 최대한 아꼈다. 그러다 오른발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 그에 발맞춰 전투 준비에 돌입했다. 엔진이 7000rpm 이상으로 회전하기 전에는 스스로 변속하지 않았다. 아주 모질게 엔진을 괴롭혔다.

 

스티어링휠 상단의 LED가 하나씩 점등될수록 모골이 송연해졌다. 가변배기 플랩이 열린 포르토피노는 나보다 먼저 절정에 다다른 듯 목청을 높였다. 마주 오는 차량이 마치 F1 레이스카처럼 빠르게 지나쳐 갔다. 이탈리아의 산길은 친절하지 않았다. 중앙선이 표시되지 않은 곳도 많을 뿐더러, 코너를 돌아나가자마자 집채 만한 트럭과 맞닥뜨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LED 인디케이터를 끝까지 점등시키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그만큼 뚜껑 열린 페라리는 자극적이었다.

 

캘리포니아 T에는 장착되지 않았던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S)과 페라리 전자 장비의 핵심인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Diff3), F1 트랙션 컨트롤(F1-Trac) 등은 포르토피노와 상위 모델의 간극을 좁혀놨다. 그래서 빠르기도 하지만 다루기도 쉬워졌다. 여러 전자 장비는 운전자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 마치 내가 시승을 하는게 아니라 시험을 당하는 상황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철저하게 운전자의 도발을 막고 트랙션을 확보하지만, ESC OFF에서는 수수방관 모드로 들어간다. 자칫 인생이 오프될 수도 있다.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포르토피노는 많은 즐거움을 준다. 14초만에 울던 아이를 웃게 할 수 있고, 뿔난 이성친구를 살갑게 만들 수 있다. 머리 위로 보이는 하늘이 내것 같고, 손을 내밀면 바다가 닿을 것 같다. 자성유체 서스펜션의 뚜렷한 성격 변화는 컨버터블의 낭만을 해치지 않았다. 마치 세단처럼 살금살금 달렸고, 목소리도 낮게 깔았다. 들이치는 바람도 캘리포니아 T에 비해 30% 줄었다.

 

포르토피노는 페라리의 엔트리 모델이지만, 어떤 페라리보다 다재다능하다. 전작인 캘리포니아 T와 비교하면 모든 것이 월등히 나아졌다. 페라리는 막연하게 ‘더 좋은 차’를 만든게 아니라, 캘리포니아 T의 오너들에게 개선돼야 할 부분을 면밀히 조사했다. 사소한 요구사항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페라리는 철저한 기획과 분석을 바탕으로 포르토피노를 제작했다. 그리고 결과물은 기대를 훨씬 웃돈다. 단 한대의 페라리를 가질 수 있다면, 포르토피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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