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③-준중형차] 아반떼의 쇠퇴와 크루즈의 헛발질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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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06 13:00
[상반기 결산③-준중형차] 아반떼의 쇠퇴와 크루즈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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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급 B세그먼트 SUV 시장의 성장은 준중형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동의 강자였던 현대차 아반떼가 급감했으며, 기아차 K3도 더 이상의 현상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었다. 기대를 모았던 쉐보레 신형 크루즈는 출시 초기의 '가격 파동'으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모터그래프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산 준중형차 판매량은 7만2813대로, 전년(8만9164대) 대비 18.3% 감소했다. 작년 5만대를 넘겼던 아반떼는 4만대 수준으로 줄었으며, K3도 30%가량 하락했다.  

준중형 시장의 하락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다. B세그먼트 SUV 시장이 인기를 모으면서 첫차로 준중형을 구입하던 여성 및 사회초년생들의 수요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등급 높은 중형차 시장까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준중형 시장은 더욱 위축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는 신형 크루즈였다. SM6·말리부가 쏘나타·K5가 주도하던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것처럼, 크루즈도 아반떼·K3 주도의 시장을 바꿀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르노삼성에서도 서둘러 SM3 후속을 투입했을 것이고, 시장은 보다 활력이 넘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신형 크루즈는 제대로된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출시 당시 중형차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에 크루즈를 기다렸던 많은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 '고급 중형차'를 내세우며 성공한 SM6를 벤치마킹한 듯한데, 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아반떼 스포츠와 비교해 대부분의 스펙이 부족한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다. 아반떼 일반 모델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덕분에 크루즈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겨우 6494대로, 서둘러 가격을 내렸음에도 월 1000대를 겨우 넘기는데 그쳤다. 사전계약 소비자들 및 각 영업점 배정 물량 등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실적이다. 가격을 내렸다고는 하나, 저가 트림의 경우 경쟁 모델에 비해 상품성이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소비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당장이야 몇 달 정도는 늘릴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해도 한국GM이 목표했던 내수 점유율 10%는 불가능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GM이 한국GM의 성장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오직 대당 이익을 확보하는 것에만 집중해 가격을 시장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높게 잡는다는 주장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한 번 안 팔리는 차는 죽어도 안 팔린다'는 업계 속설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의 가격 정책은 신차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하반기 준중형차 시장은 상반기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월별 실적 동향을 살펴보면 7~8월에 잠시 주춤했다가 9월부터 12월까지 꾸준히 올라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각 업체들이 연말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내세워 판매량을 늘리려고 움직인다. 그런데 이런 프로모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세그먼트가 준중형급이다. 상반기 아반떼를 비롯해 K3와 크루즈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해 각 업체에서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아이오닉이 출시 초기의 부진을 벗어나 월 900~10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는 전기차 비중이 가장 큰데, 수천만원의 보조금 덕분에 차량 가격이 일반 모델 수준으로 떨어지며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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